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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고리 블루 Allegory Blue

알레고리 블루 Allegory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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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160g | 115*210*7mm
ISBN13 9791197692505
ISBN10 119769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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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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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이 내일 사망하시면 좋겠어요.
세계 최초로 정신을 스스로의 힘만으로 터뜨린 사람이 될 테니까요.
물론 비공식이지만, 우리는 비주류 아닙니까?

형님께서는 영원히 살게 되었습니다
원자로 이루어진 세계에서는 완전히 실패했지만
코드로 이루어진 세계에서는 실패까지는 아니에요
누가 형님을 3.6mb 짜리 데이터로 옮겨놓겠어요?

이제부터 잘 들으세요
모니터 안쪽 깊은 네트워크에서
천국이라면 자유도 높은 스토리 모드구요
지옥이라면 캐시를 벌어서 다시 세계에 참여해야 하는
자유라는 이름의 감옥일 텐데요

제가 캐시는 없구요
대신 짧은 스토리 하나 만들어 드릴게요
마이너스가 아니면 아무것도 플러스할 수가 없는,
부채로 돌아가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관한 이야긴데요
--- 「60.08.15 부여에서 온 그는」 중에서

천장을 내리고 불을 끈다. 불 꺼진 내 방, 어두운 가을 바다. 베개 속에서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파도를 따라 쏟아졌다가 돌아갔다가를 반복하지만 해변에 남아 돌아 가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어떤 기억이 파도 위에서 포즈를 취하려다 만다. 어정쩡한 그 포즈에서 나는 억지로 나의 독재자를 끄집어낸다.
--- 「내 안의 독재자, 그가 나의 미래인 것처럼 운다」 중에서

지우개로 밀면 사라질 글자들 위에서 오후 세시. 냉장고의 뒤통수에 내려앉은 먼지 같은 슬픔, 슬픔을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슬프다. 눈물을 흘리는 건 뉴런들의 업무일 뿐이고, 냉장실에서 성실하게 썩어가는 결국 모두 버려야 할 몇 가지 감정들. 냉동실로 옮겨보지만 해동하면 미묘하게 변질된, 그래서 또 버려야 하는 이미 기억이 된 감정들. 썩은 양파에서는 뭔가 자라기 시작하고, 썩은 두부는 말이 없고, 이미 죽기로 약속된 달걀이 죽어간다. 잠든 노인의 숨결처럼 은은한 냉장고 팬의 소음, 오후의 음성, 슬픔이 평화롭게 내려앉는 초등학교 정문 앞 호각소리.
--- 「꿈의 장소로서 냉장고」 중에서

그와 저는 서로를 응원하고 존중했지만 미세하게나마 p가 저보다 조금 더 우위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에게 그를 관통하는 말을 해줄 수 없었지만, 그는 저를 관통하는 말 또는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는 분명했고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그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저보다 조금의 우위를 가진다는 사실이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 「이상한 사람」 중에서

우리는 맥주와 과자가 담긴 검은 봉지를 들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어깨를 스치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는 밤에 술을 마시면 세상은 그대로인데 나 혼자 미친 것 같지만, 낮에 술을 마시면 나는 그대로인데 세상이 미친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그는 조금 비틀거리며 습관처럼 침을 세게 뱉었습니다. 그러나 커다란 소리에 비해 그가 뱉은 침은 그의 보폭만큼도 날아가지 못하고 땅에 처박혔습니다. 저는 그에게 무언가 좋은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아무 말 없이 그의 걸음 속도에 맞춰 걸었습니다.
--- 「이상한 사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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