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 각자의 개성이 공존하는 로쿠요샤의 독자적인 본연의 자세는 어떻게 길러진 것일까. 그 비밀을 풀기 위해 로쿠요샤의 탄생부터 지금에 이르는 발자취를 따라가보기로 결심하자, 평탄하지만은 않았을 역사가 보였다. 지금까지 잡지나 텔레비전 등 다수의 매체에 소개되고, 교토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지도를 지닌 곳이지만, 그 이면에는 가족들의 고난과 노력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 p.8, 「시작하며」 중에서
1950년 오쿠노 일가는 2년가량 영업한 찻집 코니아일랜드에서 바로 옆 건물 지하로 이전해야 했다. 야에코는 미노루와의 재회를 기뻐했던 찻집에서 다시금 출발하게 된 것에 어딘가 운명 같은 걸 느꼈다. 그곳은 ‘로쿠요샤六曜社’라는 이름으로 전쟁 전부터 영업을 해왔다고 했다. 여섯 명의 여성이 경영을 하고 있었던 데서 가게 이름이 유래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 p.41, 「출발 | 야에코」 중에서
“고급 호텔의 서비스를 의식해.” 미노루는 그렇게 야에코를 타일렀다. 그러한 교육은 손님이 늘어남에 따라 고용한 아르바이트 웨이트리스에게도 엄격하게 적용됐다. 손님 자리를 향해 서서 끊임없이 살펴본다. 밀크 저그는 손님이 쓰러뜨리는 일이 없도록 컵에서 5센티미터 정도 떨어뜨린 곳에 둔다. 빈 그릇, 빨대 포장지나 밀크 저그는 바로 치운다. 손님 테이블에 놓인 물컵이 비면 바로바로 채운다. 담배꽁초가 쌓이기 전에 새로운 재떨이로 바꾼다…….
--- p.50, 「출발 | 야에코」 중에서
“그때 마침 교토 붐이 일었어. 『앙앙an?an』 『논노non-no』 『헤이본펀치平凡パンチ』 같은 잡지에서 교토 특집으로 로쿠요샤를 소개하면서 가게가 말도 못하게 바빠졌지. 아버지도 어머니도 ‘몸이 버티질 못하겠다’라고 말할 정도였어. 가게는 늘 만석이었고, 저녁나절에는 너무 혼잡한 데다 담배 연기로 반대편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어. 그래서 오히려 가게에 오기를 꺼려하는 사람도 있었지. 로쿠요샤는 좀 별난 사람이나 가는 곳이라는 분위기가 생겼달까.”
--- p.69, 「출발 | 야에코」 중에서
지하점으로 내려가는 계단 옆 벽면에는 극단의 공연이나 콘서트 포스터, 공지 같은 것들이 붙어 있었다. 요코오 다다노리 디자인의 현란한 ‘상황극장’의 포스터를 보면서 자신이 모르는 세계가 이 세상에는 아직도 많이 있다고 느꼈다. 로쿠요샤를 오가는 어른들은 학교에서 만나는 또래와 선생들에게는 없는 자극으로 가득차 있었다. 당시 로쿠요샤에는 음악, 연극, 문학 등 대항문화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었다.
--- p.76, 「새로운 싹 | 오사무」 중에서
“오사무는 형제 중에서 가장 아버지를 닮았는데,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었지. 커피 맛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고민을 하더니 교토의 다마야커피라고 하는 작은 로스팅 전문점을 찾아내고는, 함께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고 시도하더니 한 달 이상 걸려 그때까지 사용하고 있던 원두와 다마야 원두를 블렌딩하더군. 완성된 기본 믹스블렌드가 그때부터 로쿠요샤의 맛이 됐지.”
--- p.104, 「새로운 싹 | 오사무」 중에서
약 1개월간, 두 사람은 그런 식으로 가능한 한 연구를 거듭해 1986년 6월, 드디어 ‘로쿠요샤 지하점’을 오픈했다. 평일에는 기본적으로 둘이서 가게를 맡았다. 미호코가 물을 가져다주며 주문을 받고, 오사무가 매일 로스팅한 커피를 내렸다. 부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 p.113, 「새로운 싹 | 오사무」 중에서
오사무는 일상에서 한숨 돌리는 시간, 말하자면 ‘생활에 구두점을 찍는 장소’를 제공하는 일에서 서서히 기쁨을 발견했다. “지하점은 개점 무렵부터 젊은이,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손님층이 그리 변하지 않았어요. 그런 장소를 지금 시대에도 계속할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기쁩니다.”
--- p.142~143, 「새로운 싹 | 오사무」 중에서
찻집에 들어가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다. 물론 커피도 그 이유 중 하나지만,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일기를 쓰거나, 기분 전환을 하는 등 저마다 카페를 찾는 목적이 천차만별인 점이야말로 매력이 아닐까. ‘사려 깊은 찻집과 편안한 카페의 중간.’ 그런 가게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 p.175, 「100년을 향해 | 군페이」 중에서
2018년 4월에 군페이는 로쿠요샤를 법인화했다. 다카시를 대신해 군페이가 사장으로 취임해, 지금까지 다카시 명의였던 토지와 건물을 ‘주식회사 로쿠요샤’ 이름으로 다시 구입했다. 회사 명의로 소유해두면, 만약 군페이나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에도 가게로서 존속할 수 있다. 서둘러 야에코가 지내고 있는 고령자 시설을 방문해 법인화에 대해 보고했다. 말을 하기는 어려웠지만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는 있는 듯, 군페이의 도전에 동의했다.
--- p.217, 「100년을 향해 | 군페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