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혼자서 충성스러울 수 없다. 충성에는 상대방이 꼭 필요하다. 물론 우리는 스스로에게 충실하고 성실할 수 있다. 하지만 충성은 뜻이 맞는 친구, 동창, 동료와 같이 집단 안에서 이루어진다.
---「1장. 집단」중에서
집단은 정치 성향이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구성원들을 양극화시키고 급진화시킨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선스타인은 인간이 확인을 갈망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만약 두 사람이 서로 동의하면 둘은 보다 확실한 감정을 느낀다. 제3자가 합류하여 동조하면 더욱 확실해진다. 이를 ‘확증의 폭포’라 부른다. 그리고 이 폭포는 그들의 의견이 견고해지는 길로 이끈다. 확증을 얻은 그들은 이제 마음껏 떠벌리게 된다.
---「1장. 집단」중에서
사회적 지위의 향상은 가족에 대한 충성의 의무를 배신하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여기에 해당되는 가족의 법칙은 다음과 같다. ‘너는 우리를 능가해서는 안 된다.’
---「2장. 가족」중에서
이른바 멘토처럼 다른 계급의 경계에 엮여 있으며 이를 가로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말하자면 이들은 성공적인 불충을 도와주는 조력자다. 일종의 ‘사회적 대부’로서, 이들은 불충의 길로 인도하는 해방 조력자 역할을 한다. 몇몇 사회학자들은 이런 대부모 관계가 이른 시기에 형성되느냐, 되지 않느냐에 따라 아이의 성공적인 상승이 좌우된다고 말한다.
---「2장. 가족」중에서
기업은 당근과 채찍으로 결집하지 않으며, 인류의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늘 함께한 “소속이라는 따뜻한 유대”로만 한데 묶인다. 그런 까닭에 내부 고발자는 사랑받지 못하는 말썽꾼이며, 그들이 형식적으로 컴플라이언스 준법 의무에 따라 부조리를 신고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대개 공식적으로 위임 받은 내부 고발자로 취급되나, 흔히 말하는 영웅 대접과는 전혀 다른 과정을 밟는다.
---「3장. 기업」중에서
말로이는 왜 끝까지 버티는 걸까? 마지막에 가서 은유적으로 드러난 ‘모든 가치의 전환’이 그에게 중요한 화두가 된다. “당신이 서 있는 곳에서 나는 배신자지만, 나는 지금 다른 쪽에 서 있어.” 말로이는 범죄로 얼룩진 노조위원장에게 말한다. “나는 내가 한 일이 자랑스러워.” 타인의 평가(배신자)를 떨쳐 버린 주인공은 이야기의 결말에서 호되게 두들겨 맞고 바닥에 널브러진다. 그러나 구성원을 단단히 옭아매던 노조의 마력은 깨진다.
---「3장. 기업」중에서
솔직히 말하면 충성에 눈먼 사람들이 그토록 많은 희생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유를 명쾌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왜 그들은 자신의 절친한 친구들을 배신하면서, 나쁜 사상에는 등을 돌리지 않은 걸까. 그리고 왜 그들은 자신의 이상이 심히 변질되었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나는 데도 이를 배신하지 않은 걸까. 이데올로기는 확실히 강하다.
---「4장. 정당」중에서
결국 충성은 부족의 지도자나 동료 같은, 타인과 관련된 문제가 전혀 아니다. 충성은 신념이나 우두머리로 구현된, 우리 고유의 내면의 이상과 연계된 문제다. 그래서 충성이 이토록 끈끈한 것이다. 내가 집단에서 떨어지면 결국 나 자신을 배신하는 것이므로. 잘못된 신을 숭배했다 시인하는 것이 되기에.
---「5장. 이탈자」중에서
수치심은 인간 사이의 갈등에서 무기처럼 이용되기도 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어머니는 아이에게 말한다. 예전에 우리는 잘못을 저지르면 구석에 서 있어야 했다. 13세기 무렵부터 형이 내려진 범죄자들은 프랑거(Pranger)라 불리는 나무 기둥에 묶여, 공개적으로 웃음거리가 되었다. 공개적인 굴욕으로 누군가에게 수치심을 가하는 것은 처벌이면서, 동시에 구경하는 모든 이들에게는 억제와 경고로 작용한다.
---「5장. 이탈자」중에서
크라스테브와 홈즈, 두 정치학자는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이 ‘시민들의 공화국(Republic of the Citizens)’을 ‘팬들의 공화국(Republic of Fans)’으로 변형시킨다고 말한다. 그곳에선 진실과 사실보다 충성스러운 추종이 더 중요하다. 구호는 비판적 판단력과 개인의 주권을 대체한다. “지구에서 가장 부정직한 이들 중 하나가 언론이며, 그런 언론이 소위 팩트 체크를 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누군가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충성, 소속, 의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6장. 분노」중에서
“사람들이 말하도록 놔두자. 그리고 너의 일을 해라”라는 부름은 다소 가볍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외침은 핵심으로 이끈다. 자기 양심의 목소리가 스스로를 향한 충성의 변호인이 되도록, 다른 이들을 향한 충성의 의무를 날카롭게 지적하도록. 그러면 불충과 배신으로 인한 양심의 가책은 자기 고유의 길을 걸어가게 하는 선한 양심이 될 것이다.
---「7장. 해방」중에서
우리는 충성을 미덕으로 바라보는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마크 트웨인은 말한다. “이는 독립을 낳을 것이다. 독립은 자기 최고의 자아와 원칙들을 향해 충성하며, 일반적인 우상과 미신에는 대개 충성하지 않는다.” 마크 트웨인의 명언은 이 책을 가장 간결하게 정리한 요약문이라 할 수 있다. 살면서 획득한 이상과 우상, 그리고 미신이 아닌 ‘자기 자신’을 향한 충성은 최고의 가치이며 이것 없이는 정체성과 자기 결정, 자율도 가능하지 않다.
---「7장. 해방」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