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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술, 온기 한술

밥 한술, 온기 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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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356g | 138*200*14mm
ISBN13 9791162013441
ISBN10 116201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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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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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레에 도시락을 싣고 봉사자 몇 분과 함께 주변 노숙자들을 찾아 나섰다. 종로2가 교차로에서 인사동 초입의 야외 공연장이 비교적 햇살이 잘 드는 곳이라 그런지 몇십 명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냉기에 절여진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건네는 도시락에 아직 온기가 남아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먹는 따스한 음식은 소화에도 이롭지만 굳은 마음마저 녹이는 법이다. 따뜻한 밥 한 숟가락, 국 한 모금이 갖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모름지기 음식에는 ‘온기’가 있어야 함을 이 순간 더욱 절실히 느꼈다.
--- 「“따뜻할 때 어서 드세요”라는 말」 중에서

당신은 가고 없지만 원각사 무료급식소에는 당신의 기억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한동안 당신이 남겨 놓은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당신의 빈자리를 대신하겠지요. 봄날의 꽃보다 더 향기로웠던 마음 씀씀이를 쉽게 잊지는 못할 테니까요. 힘든 내색 없이 마냥 웃음 띤 얼굴로 봉사하던 모습을 이제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얼마 전 원각사 무료급식소 봉사자의 손을 꼭 잡고 “힘든 상황이 있을지라도 꼭 지켜 달라.”는 애정 어린 유지를 내리셨다는 말을 전해 들었던 때가 생각납니다. 본인의 고통 속에서도 무료급식소에 대한 애정과 걱정을 잊지 않았던 보살님. 순간 가슴을 뜨겁게 녹이던 그 뭉클함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 늘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을 먼저 생각했던 보살님의 뜻을 받들어 더 열심히 할 테니 걱정은 그만 놓아 버리세요.
--- 「원각사 무료급식소 봉사자 여의심 보살님을 추모하며」 중에서

스님이 머무신 삼 개월 동안 거의 스님과 함께 공양을 들었다. 송광사 같은 큰 절에선 어른을 모시고 한 자리에서 공양을 드는 일이 좀처럼 없지만 고려사는 그렇지 않아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스님과는 마치 한 식구 같은 친근감이 느껴졌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스님을 지켜볼 수 있었던 삼 개월여의 시간, 긴장 속에서도 충만히 행복했던 시간은 어느덧 지나가고 스님은 고국으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떠나시기 전 내게 짧은 글을 남겨 주셨다.
그대를 두고 떠나니
내 마음 어느덧 가을이라오.
--- 「법정 스님을 기리며 1 그대를 두고 떠나니 내 마음 어느덧 가을이라오」 중에서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큰 폭풍 같은 시련이 당장은 견디기 힘들 만큼의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이겨 내고 나면 그 사람의 삶은 더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마음에도 굳은살이 박여 웬만한 생채기에는 끄덕하지 않는 힘이 길러진다. 살면서 태풍 같은 고난을 겪지 않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런 행운을 기대하기보다는 맞닥뜨릴 힘을 키우는 편이 좋다.
--- 「태풍 전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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