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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걷는사람 시인선-056이동
리뷰 총점9.7 리뷰 6건 | 판매지수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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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144g | 125*200*8mm
ISBN13 9791191262834
ISBN10 119126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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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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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집 할매가 차에서 내리는 나를 잡고 묻는다
사람들이 니보고 시인 시인 카던데
그게 뭐라

그게……
그냥 실없는 짓 하는 사람이래요
그래!
니가 그래 실없나
하기사 동네 고예이 다 거다 멕이고
집 나온 개도 거다 멕이고
있는 땅도 무단이 놀리고
그카마 밭에다 자꾸 꽃만 심는
느 어마이도 시인이라……

참, 오랫동안 궁금하셨던 모양이다
--- 「시인」 중에서


직진금지 표지판 앞에서
그대로 내달리고 싶었다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내려다보지 말고 쳐다보고
살라고 말했지만
쳐다본 곳까지 오르지 못한 채
엄나무뿌리보다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셨다 긴 시간
아버지는 세 시 방향
나는 아홉 시 방향으로 꺾어져
서로 다른 곳을 쳐다봤다
간혹 여섯 시 방향을 향해 돌아섰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라기보다
화석처럼 굳어 버린
혈연의 회한을 확인할 뿐이었다
생각과 몸은 바뀌어 갔으나
열두 시 방향에서 만난 적은 없다
아버지가 생의 간판을 접고
폐업하는 순간에도 나는
등을 돌리고 울었다
산다는 건 그냥 어디론가
움직이는 일이란 걸 알았지만
경험의 오류를 너무 확신했다
어쩌다 녹슨 족보에서나
쓸쓸하게 발견될 이름들이
숱한 금기 앞에서 내버린 시간
껴안지도 돌아보지도 못한 채
너무 오래 중심을 잃고 살았다
--- 「직진금지」 중에서


이른 봄 먼 여관에 몸을 부렸다
움트지 못한 나뭇가지가
지난겨울 날갯죽지처럼 웅크린 저녁
피는 꽃 위로 어둠이 포개지고
흐르는 물결 속으로 달빛이 스민다
모든 게 한 번에 일어나는 일 같지만
오랜 생을 나눠 가진 지분들이 서로 허물을
가만히 덮어 준다 경계를 지우며 살 섞는 시간
낯선 세상에 와 있다는 건
욕망의 한 부분을 드러내
무던히 참았던 육신을 들어내는 일
시시해 보이는 창가 의자에 앉아
허물을 격려하지 못해 멀어진
사람들을 생각한다
잊어버린 주문처럼 쓸쓸한 이름
가끔 누군가도 나를 떠올리는
측은한 저녁이 올 테지
허물 대신 온기 없는 낡은 침대와
살을 섞으며 시든 불화의 목록에서
견디지 못해 그어 버린 경계를
그렇게나마 지워 보는 것이다
--- 「강변여관」 중에서


버려진 개 한 마리 데려다 놓고
얼마 전 떠나 버린 사람의
시집을 펼쳐 읽는다
슬픔을 더 슬프게 하는 건
시만 한 게 없지
개 한 마리 데려왔을 뿐인데
칠십 마리의 개가 일제히 짖는다
흰 슬픔 검은 슬픔 누런 슬픔
큰 슬픔 작은 슬픔
슬픔이 슬픔을 알아본다
갈피를 꽂아 두었던
시의 가장 아픈 문장에
밑줄을 긋고 나니
남은 문장들이 일제히 눈가에 젖어든다
슬픔은 다 같이 슬퍼야 견딜 수 있다
--- 「유기동물 보호소」 중에서


버림받은 채 잡혀 와 바깥 견사에 갇힌
개들의 이름을 지어 주다 그만두었다
거절당한 이름만큼 실없는 것도 없으니
(중략)
때로는 서늘한 눈빛으로 바람을 향해 짖어대는 건
아직 다 버리지 못한 마음이 있어서겠지
문도 벽이 되어 버린 녹슨 창살 사이
그 마음조차 번지지 못하는 성근 봄이 지나가고
나는 저들의 피붙이라도 되는 양
먼발치 만개한 라일락 꽃대를 쳐다보며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중에서


첫서리 내린 날
지는 단풍나무 아래서 일한다
좁은 장비 안에서
꽃 피고 잎 지는 시간을 무심히 흘려보낸다

작은 빗방울이 굵은 빗줄기가 되자
하던 일 멈추고 김 오르는 함바집에 둘러앉았다
밥그릇 넘치도록 밥을 푸는 늙은 사내는
언제 씻었는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수저를 든 곱은 손이 온통 상처다
손가락 하나 굵기가 내 손가락 두 개 같다
손이 크니 상처도 두 배겠다

평생 저 손으로 벌어먹었을 텐데
저이는 왜 아직도 벅차 보일까
저러다 윤기 잃은 채
어느 담벼락 아래 쓰러지고 말
녹슨 쇠스랑 같은 사람

이럴 때면 아무런
쓸모가 없어지는 비유와 은유 들
누군가에게는 피고 지는 시간이
한데를 떠도는 차가운 바람처럼
거친 날숨소리로 남아 있겠다
--- 「상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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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명기에게 “산다는 건 그냥 어디론가/움직이는 일”(「직진금지」)이란 고백처럼 정확한 문장도 없을 것이다. 이삼십 대를 오호츠크나 홋카이도를 떠돌며 고기 떼와 싸우던 시절도, “북평 장날”이라는 시대의 한복판에서 “체 게바라”를 꿈꾸며 돌진하던 격랑의 시절도 마감한 채, 이제 그는 “밭에다 자꾸 꽃만 심는” “어마이” 곁으로 귀환했다. 태백산맥 오지의 마가리에 홀로 남은 노모를 위해 올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시집 제목인 『종점식당』이 타의에 의한 기착이었다면, 이번 시집은 시인 김명기의 어떤 ‘종점’이 새로운 ‘목적지’로 이동하는 출발지 같다. 인간이 “거두지 못해 넘쳐 버린 슬픈 연민을” 새나 산짐승 등 “잘 알지 못하는 것”들이 대신 “곡비”하고 있는(「부역사건 혐의자 희생 지역」) ‘대속代贖의 밤’에 주목하면서, 아버지와 “서로 다른 곳을 쳐다”(「직진금지」)보던 불화를 “눈과 코가 닮은 아버지를 입관할 때/등을 돌린 채 얼마나 서럽게 울었던가”(「닮은 꼴」)라는 화해의 고해성사로 차분히 돌려놓는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김명기의 장대한 기골의 내벽은 “가끔 성모송을 암송”(「몸살 앓는 밤」)하는 ‘여린 그’로 마감되어 있다. 때문에 “가끔 누군가도 나를 떠올리는/측은한 저녁이 올 테지”(「강변여관」)라는 저녁의 독백이 가능하고, “이승의 한 귀퉁이를 껴안은 채/간신히 늙어 가는 사내”(「청량리」)로 저물면서도 “병든 몸이 떠나고 아픈 몸이 들”(「아랫집」)어오는 ‘낡은 집’을 자신의 몸인 양 옮겨 오는 ‘覺’에 이른다. 특히 이번 시집에는 유기견에 대한 시들이 많은데, “개 한 마리 데려왔을 뿐인데/칠십 마리의 개가 일제히 짖는다/흰 슬픔 검은 슬픔 누런 슬픔/큰 슬픔 작은 슬픔/슬픔이 슬픔을 알아본다”(「유기동물 보호소」)라는 ‘슬픔의 동시다발성’의 발견이야말로 칸막이 쳐진 우리 삶에 얼마나 소중한 경각警覺인가. 김명기의 이번 시집은 자기를 발원지 삼아 세상 밖으로 서서히 붉게 번져 나가는 일몰의 ‘쓸쓸함’을 보여 주되, 그 ‘쓸쓸함’이 덤덤한 일상에 대한 반성의 ‘깨달음’으로 ‘자주’ 전환된다는 점에서 ‘맑은 쓸쓸함’이라 할 수 있다.
- 박승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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