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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 양장, 개정판 ] 오늘의 작가 총서-38이동
리뷰 총점9.0 리뷰 2건 | 판매지수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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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3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12g | 133*196*16mm
ISBN13 9788937420597
ISBN10 8937420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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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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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은 트레이닝복이다. 검은색 바탕에 흰색과 노란색 줄무늬가 물결 모양을 이루고 있지만 색깔을 확신할 수는 없다. 몸에서 흘러나온 붉은 액체가 트레이닝복에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의 몸에 코를 대고 있던 개가 문득 고개를 든다. 개의 시선 끝에 거대한 금속성 물체가 서 있다. 육중한 무게감이 작은 황갈색 개를 압도한다. 그것은, 열차다. --- p.10~11

화요일 저녁의 그 순간에 한 여자의 두통이 시작되자, 그들 모두는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누군가 제 이름을 불렀던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등을 툭 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니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뒤를 돌아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제 뒤쪽에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 --- p.18

남자는 노란 선 위에 서 있던 여자에게서 다시 여자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았다. 흘러나온 여자는 문득, 열차 진입로로 뛰어내렸다. 아니 그것은 뛰어내린 것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흘러나온 여자가 그저 열차 진입로 쪽으로 걸어가 사라져 버린 듯했다. --- p.52

오래전에 죽은 형과, 오래전의 연인…….
그는 어둡고 긴 터널 안에서 중얼거렸다.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를, 운전실 유리 한 켠에 붙은 눈알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힐끗 바라보고는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지었다.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미소였다. --- p.110

친구의 장례식장에 와서 옛 연인을 만난다는 것이 약간은 기묘하게 느껴졌다. 죽은 친구는 한때 그가 사랑했던 여자의 옛 연인이기도 했다. 삶과 죽음과 삶이 이상하게 이어져 있었다.
삶과 죽음과 삶이라.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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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완전히 우발적으로 그 시간 그곳에 모여 우연의 여섯 면 입방체를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청년 실업자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기관사, 아내를 잃고 생을 비관한 빈곤층 노인이 거기 그 자리에 있던 것은 얼마간 필연이다. 이장욱의 소설은 이런 식으로 우발적인 것들의 마주침에 작용하는 필연의 위력을 기입한다. 추리할 수 없을 만큼 우발적인 사건들의 저변에서 그 우연들을 결정하는 최종심으로서의 ‘사회적인 것’ 말이다.
- 김형중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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