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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독립 : 부엌의 탄생

식탁 독립 : 부엌의 탄생

띵 시리즈-01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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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1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180g | 115*180*10mm
ISBN13 9791192107424
ISBN10 11921074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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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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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만에 다시 만난 텅 빈 냉장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아직 저장할 이름도 얻지 못한 빈 문서를 눈앞에 둔 기분이었다. 커서가 깜박인다. 뭐라도 써봐. 냉장고가 삑삑거린다. 꺼낼 거 없으면 거 문 좀 닫지 그래? 눈앞이 캄캄하다. 속수무책이 되어버린 내 마음속에서도 알림이 울린다. 이봐 정신 차려! 뭐라도 사다가 채우고 만들어야 먹고살 것 아냐! 깜박깜박, 삑삑!!!
--- p.37, 「대파 두 단을 다듬으며」 중에서

음식의 양뿐 아니라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단백질이 충분한가? 탄수화물과 지방은? 비타민, 무기질, 칼슘은? 완전히 날것의 상태에서부터 출발한 재료가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생각한다. 조리하지 않은 채소, 해물, 고기 등 가공되지 않은 재료의 비율을 따져보는 것이다. 내가 지금 먹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는 것. 그것이 자신의 식사를 직접 준비하는 일의 핵심이라는 걸 깨닫는 요즘이다.
--- p.58-89, 「우리는 한 그릇 식사를 좋아해」 중에서

나는 이곳에서 세끼 밥을 직접 지어 먹는 사람, 꽃과 나무를 가꾸는 사람, 마당의 열매를 거두어 멀리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사람, 자연을 진심으로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었다. 도시에서 막연히 꿈꾸던 자연은 고요한 것이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자연은 끊임없이 떠들어댔다. 한없이 넓은 아량으로 품어줄 것 같다가도 악악거리며 바람이며 폭우며 번개며 지진 같은 것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그런 밤이면 집에 틀어박혀 산짐승처럼 오들오들 떨면서 앞으로 착하게 살겠다고 기도했다.
--- p.89, 「시골에서 네 살을 더 먹었다」 중에서

도시로 돌아온 뒤 식재료 쇼핑에 관하여 길을 잃은 기분이 되었다. 어쩐다. 먼저 집 근처 창고형 마트에 갔다. 베개만 한 고기 덩어리, 우리 집 식탁만 한 피자를 파는 거대한 세계였다. 몇 년 만에 돈의 냄새를 맡고 흥분한 나는 거의 뛰어다니다시피 하며 열정적으로 구경하다가 연어초밥 한 접시를 사 들고 나왔다. 말이 한 접시지, 밥이 두 덩이씩 들어 있는 초대형 초밥이 열세 개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짧은 길에 심한 멀미를 했다.
--- p.113, 「꽃을 파는 마트」 중에서

음식을 남기지 않는 건 매우 기쁜 일이다. 그보다 더 기쁜 건 재료를 싹 해치우는 일이고. 2,000원짜리 달래 한 봉지를 사다가 깨끗하게 다듬어 속눈썹 길이로 썬 뒤 물과 간장, 참기름, 고춧가루, 통깨만 넣어 달래장을 만들고, 잡곡밥에 반숙으로 부친 달걀 두 개 얹은 뒤 넣고 슥슥 비벼 먹는다. 남은 달래장은 큐브치즈만 한 크기로 자른 두부 위에 얹어 야식으로 먹고, 그렇게 먹고도 버릴까 말까 고민될 만큼 자박자박 남았다면 그대로 냉장고에 넣었다가 다음 날 꺼내 바삭한 김에 갓 지은 밥을 둘둘 싸서 찍어 먹으면 된다는 것. 그런 걸 배웠다.
--- p.134, 「어제의 김밥」 중에서

누구나 속수무책으로 먹고 싸던 시절이 있고, 그 시절을 지켜준 사람이 있다. 먹이고 등을 두드리고 배설물을 대신 처리하고 그중 어느 것이 조금이라도 평소와 다른 날엔 전전긍긍하던 사람. 집에서 끼니를 챙겨 먹는 일은 자라나는 동안 자신을 먹인 사람을 생각해보게 하는 일이다. 먹이는 자의 일상을 헤아려보는 일이다. 열심히 저녁을 만들어 한 상 차리고 마침내 식구들이 둘러앉았을 때, 엄마는 왜 자주 입맛을 잃은 표정이었는지. 뾰로통한 사춘기 딸들과 무심한 남편에게 왜 자꾸만 짜냐고 안 짜냐고 맛있냐고 맛이 없냐고 물어보았는지.
--- p.177-178, 「끼니를 말할 때 내가 떠올리는 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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