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서 모두에게 아무 조건 없이 개별적으로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 정책이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려면 모든 사람에게 소득을 보장하는 데 대한 근거와 그 필요성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이 책에는 기본소득에 대한 성서적 근거와 사회과학적 필요성이 제시되어 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넘치는 선물을 주셨다. 토지, 공기, 햇빛, 바람 등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선물로서 우리 모두의 공유부다. 따라서 그로부터 나오는 소득은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 이것이 기본소득의 성서적 근거다. 기본소득은 생태적 전환, 경제 민주주의, 불평등 축소를 위한 수단이 된다. 이것이 기본소득의 사회과학적 필요성이다.
- 강남훈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본소득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이 책이 지향하는 ‘신학과 사회과학의 융복합’, 가슴 뛰는 말이다. 신학은 거룩한 나라의 구성 원리를 가장 높은 차원에서 선포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런 나라로 ‘어떻게’ 이행할지, 즉 현대 사회에서 제기되는 수많은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면 반드시 사회과학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요한복음 1:1은 예수님을 만물의 이치와 법, 즉 ‘로고스’로 소개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기본소득은 로고스에 관한 이야기다. 기본소득은 토지를 대표로 하는 천연물은 공유물이고 거기서 발생하는 이익은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한다는 ‘로고스’(말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우리는 이 ‘말씀’(예수님)에서 너무 멀어져 왔고, 그 결과로 인간을 비롯한 피조물 전체가 탄식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우리는 돌아가야 한다. 이 책이 바로 그 방향과 길을 제시하고 있다.
-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희년함께 공동대표)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라”는 데살로니가후서의 말씀은 유교적 전통 사회의 근면 정신과도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기계화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에 들어서 인간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플랫폼에 종속된 각 노동자의 현실은 인클로저 운동으로 농촌 소작농에서 도시 공장 노동자로 전직한 산업혁명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이다. 반면 부의 양극화, 남북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 책은 기본소득의 정당성과 그 실현 가능성을 성서에서 찾고 있다. 구약성서의 희년 사상과 토지 사상으로부터 시작해 헨리 조지의 토지 단일세론까지, 경제학과 좌우 이념 갈등의 해법,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생태학적 모색과 여성주의 신학까지 기본소득에 관한 신학과 시회과학의 논의를 망라하고 있다. 가뭄에 단비 같은 책이다.
- 남형두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교수)
모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개별적으로 소득을 보장하자는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는 그 이름만큼이나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이 기본소득이 왜 정당한지 그리고 기본소득이 시행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기본소득이 이론과 이념을 넘어 현실의 문제가 되고 있는 오늘날에는 특히 그러하다.
『한국교회, 기본소득을 말하다』는 기독교의 관점에서 이런 이야기의 향연에 참여하려는 귀한 시도다. 만물의 삶이 위협받는 이 시대에 다른 무엇보다 인간을 포함한 만물의 의미 있는 삶을 지향하는 기독교가, 마찬가지로 모두의 삶을 뒷받침하고자 하는 기본소득과 만났을 때 어떤 성찰과 전망이 나오는지를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보존하는 일은 성도와 교회의 신앙적 과제다. 자본의 이윤율 제고(提高)를 위한 비정규직 확대, 무인 공장의 증가 그리고 AI의 급속한 도입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생산 방식의 핵심은 인건비의 큰 감소다. 2008년 금융 자본주의의 파산을 극복하려는 인지 자본의 전략은 결국 잉여 인간의 대량 생산이다. 이는 소득 불평등과 노동 소외의 문제를 넘어 절대 빈곤과 노동 배제로 몰아가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인간 사냥이 아닐까? 이 책은 이런 위기 하에서 하나님이 사회 속에 위임하신 교회와 국가가 신앙과 정책으로 포옹해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새 이정표다.
- 양순철 (기독교기본소득포럼 상임대표)
나의 사적 자유와 재산이 전제된 지평에서 불안하게 대변되는 나의 권리 추구는, 인간 존재론에 대한 깊고도 깊어야 할 우리의 담론을 고작 자본주의에서의 ‘소유권’이라는 상자에 가두어버렸다. 하나님, 인간 그리고 모든 피조물이 포함된 자연 간의 관계성이 말라버린 가운데, 축복이 아니라 짐이 되어버린 노동에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길들여졌다. 이 메마른 토양에서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모두에게 실질적인 자유’라는 푯대는 얼마나 아득한가. 그 간극에서 기본소득은 생산과 소비의 다만 안전한 순환을 위한 도구로, 또 누군가에게는 부의 축적과 에고이즘적 자유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또 정치적 소수에 의해 점령되기도 하고 버려지기도 하며 길을 잃는 것만 같다.
이 슬픈 간극을 인간과 하나님의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성과 공동체성을 전제한 생명 중심의 인간 담론으로 채우기 위해 우리는 부단히 애쓰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메울 수 없는 그 간극을 채우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준 저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신학과 정치·경제학을 가로지르며 이루어진 저자들의 고민과 논의가 지혜의 샘물이 되어 많은 사람에게 흐르길 소망해본다.
- 이승윤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