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신학자들 중에서 천사론에 관한 가장 많은 분량의 글을 썼던 것으로 알려진 조나단 에드워즈와 칼 바르트는 오늘날까지도 꽤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두 신학자의 천사론은 이 책이 소개하는 천사론 연구의 결과들과 공명하는 지점이 적지 않다. 조나단 에드워즈는 개인적인 기록물로 알려진 『신학묵상록』(Miscellanies) 중 50여 개의 에세이에서 책 한 권 분량에 맞먹는 천사에 대한 사색을 남겼다.
이렇게 천사론에 대한 기독교 신학의 역사를 간단히 개관하는 것은 이 책이 오늘날 성경연구자와 신학자들에게 정확히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해석사의 측면에서 현대 성서학의 새로운 발견과 연구방법론들이 이전 세대의 신학자들이 줄 수 없었던 중요한 통찰들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옮긴이의 글」중에서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 보자. 우리는 왜 천사에 대해 알아야 하는가? 단순히 답하자면 이렇다. 하나님이 성경의 저자들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서도 심혈을 기울여 기록하도록 영감을 베푸셨다면 그건 중요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조차 만족스럽지 못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좀처럼 교회에서 신학적으로 사고하도록 훈련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로 우리가 교회에서 성경에 대하여 경험하는 것이라고는 어린이 주일학교 수준의 이야기에 성인용 예화를 곁들이는 정도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결혼, 자녀양육, 치유, 신앙, 회개, 인내에 대한 교훈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들어가는 글」중에서
성경 저자들이 ‘엘로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방식을 잘 살펴보면, 우리의 전제가 잘못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히브리 성경에서 엘로힘이 명백하게 이스라엘의 하나님보다 하등한 영적 존재들을 가리키는 데에도 사용되었다. 물론 엘로힘은 수천 번 씩이나 한 분이신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긴 하지만, 그밖에도 성경에서는 하나님에 의해 심판받는 영적 존재들(시 82:1, 6), 이스라엘 주변국의 신들 및 여신들(삿 11:24; 왕상 11:33), 특정 지역을 관할하는 영들(히브리어 “셰딤”[shedim], 종종 “귀신들”[demons]로 번역됨; 신 32:17), 그리고 죽은 자의 영들(삼상 28:13)을 가리킬 때도 사용된다.
성경 저자들 가운데 죽은 자들이나 특정 지역을 관할하는 영들이 이스라엘의 하나님과 동등한 속성과 권능을 지닌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엘로힘은 신적 속성의 총체를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수많은 동등한 신들 가운데 하나였다는 뜻이 되고 말 것이다. 성경 저자들은 결코 다신론을 주창하지 않는다. 그들은 복수형 의미의 용어가 필요한 문맥에서 엘로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뿐이다.
---「1장 천군을 가리키는 구약의 용어들」중에서
성경의 언어는 천군의 일원들이 본질상 육체를 가지지 않은 영적 존재임을 분명히 한다. 그들이 통상 맡고 있는 영역은 초자연적 세계다. 그들은 세상과 인류가 창조되기 이전부터 하나님과 함께 있었다. 이런 고유의 ‘타자성’(otherness)은 성경 독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천군의 구성원들은 영원한 존재인가?” “그들은 비인격적인 힘인가 아니면 인격적인 존재인가(예를 들어, 그들은 개별적인 성격을 지녔는가)?” “그들이 지닌 속성과 한계는 무엇인가?” “그들에게 자유의지가 있는가, 아니면 그들은 ‘영적인 로봇’인가?”
---「2장 하나님을 섬기는 천군」중에서
하나님의 천군의 일원들은 제2성전기 유대 문헌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사해 두루마리에는 복수형 ‘엘림’ 또는 ‘엘로힘’, 그리고 이와 관련된 문구 ‘브네 엘림’과 ‘브네 엘로힘’이 거의 170회나 등장한다. 어디에서도 이런 존재들이 ‘말라킴’으로 언급된 적이 없는 반면, 이 용어는 쿰란 두루마리에서 100회 이상 복수형으로 나타난다. 위경의 헬라어 본문에서 ‘앙겔로이’(천사들)는 196회 언급된다. 동일한 헬라어 위경문집에 ‘에그레고로스’(egr?goros, 순찰자)는 모두 복수형으로 13회 언급된다. 구약 외경에는 “천사”가 9회, “천사들”이 38회, “영들”이 5회 언급된다. 요세푸스의 저술에서는 ‘앙겔로스’가 66회 언급되고 그중 22회가 초자연적 존재를 가리킨다.
이런 잦은 빈도수를 보면 중간기 문헌에서 천군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2성전기 문헌은 천사들의 능력과 활동, 그리고 그들이 지극히 높으신 이를 섬기는 모습을 구약 성경과 대부분 동일한 방식으로 묘사하는데, 물론 차이점도 존재한다. 구약 성경과 비교할 때 제2성전기의 천사에 관한 묘사에 나타난 유사점과 차이점이 본서에서 우리가 다룰 내용이다.
---「5장 제2성전기 천사론」중에서
신약 저자들의 어휘 선택은 쉽게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가령, ‘데오스’(theos, 신, 신들)의 복수형은 신약에서 고작 8회만 발견된다. 이것만으로 신약 성경이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구약의 사상을 거부했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오히려 이런 제한된 사용은 실용적인 면이 있다. 신약 성경 저자들은 신적 복수성을 가리키는 언어를 필요할 때만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구약 본문을 인용하거나, 이교도의 우상을 가리킬 때, 이방인의 종교를 다룰 때 등이다.
바울이 구약에 등장하는 신들(gods)을 실제로 존재하는 악한 존재들로 여겼다는 점은 분명하다. 고린도전서 8:1-6에서 바울은 고린도인들에게 사람들이 여호와나 예수가 아닌 다른 신들(데오이[theoi])과 주들(퀴리오이[kurioi])을 예배한다고 말한다. 바울은 신명기 32:17의 칠십인역을 따라 이런 존재들을 귀신으로 간주한다(고전 10:21-22). 바울은 고린도인들이 희생제물로 바쳐진 고기를 먹음으로써 “귀신에게 참여하는 자들”이 될 것을 우려했다(고전 10:20).
---「6장. 신약 성경에 등장하는 천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