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서론
1.1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제2언어 연구에서 학습자의 언어 능력의 발달 요인을 측정하고 평가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의 하나로 복잡도, 정확도, 유창도를 측정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Skehan, 1998; Skehan과 Foster, 1999). 이 3가지 요소는 말하기와 쓰기에 나타난 언어 능력을 측정하거나 언어 발달이나 언어 학습의 향상도를 평가하는 데에 적절한 측정 도구로 사용되어 왔는데 그 이유는 이 3가지 요소를 통하여 다차원적인 학습자의 언어적 자질의 특징을 가장 객관적이고 적절하게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3가지 요소의 측정 자료를 분석해 보는 것은 언어 시험이나 언어 교육학 같은 응용 분야와 명백한 관련이 있는 시험을 설계하거나(Iwashita 외, 2001) 언어 교육과정(Ellis, 2003)을 설계할 때 도움이 되는 제2언어 학습의 모델을 제공하기도 한다.
제2언어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교육에 있어서도 학습자의 중간언어 발달에 대한 연구의 일환으로 주로 문어 자료에 대한 통사 및 어휘적 복잡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이러한 분석을 통해 학습자 언어 사용의 정확도를 분석한 연구들이 진행되었다(안경화, 2003; 진대연, 2006; 배도용, 2012; 박정은·김영주, 2014; 남주연, 2015; 원미진 외, 2017). 그러나 이러한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한계점이 존재한다.
첫째, 전반적으로 학습자 언어 산출에 있어서 문어 자료 위주로 진행되었으므로 구어 자료를 통해 중간언어 발달을 살펴본 연구는 많지 않다. 이영근(2015), 김의수·손현화(2010) 등이 구어 학습자 자료를 통해 통사적 복잡도 발달 양상을 살펴보았고 남주연·김영주(2014), 남주연(2015) 등이 구어 자료를 통해 어휘적 복잡도 발달 양상을 살펴보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문어 자료를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구어 자료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학습자의 말하기 평가 점수와 말하기 산출의 복잡도, 정확도, 유창도 간의 상관성을 조사한 연구는 없다. 김영주 외(2013)에서 한국어 학습자의 복잡도, 정확도, 유창도를 분석하고, 학습자의 숙달도(mini-TOPIK 성적)와 복잡도, 정확도, 유창도 간의 상관성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학습자의 말하기 능력은 TOPIK 성적의 숙달도가 발달하는 것과 항상 동일한 발달 양상을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 TOPIK 성적이 좋은 학습자에 상응하지 않는 빈약한 말하기 능력을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학습자의 언어 능력(복잡도, 정확도, 유창도)과 말하기 능력(말하기 평가 점수)의 상관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한국어 학습자의 질문에 답하기 과제 수행에 초점을 맞추어 언어 능력을 변별하는 복잡도, 정확도, 유창도를 측정하고 이것이 학습자의 말하기 평가 점수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학습자의 언어 능력을 측정하는 방법은 현행 한국어 교육 체계 안에서 언어 학습 기관에 따라 다양한 구인으로 측정되고 있으나 학습자의 말하기 평가 점수의 차이가 무엇을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학습자의 말하기 점수의 차이가 그들이 생산한 구어 자료의 어떤 면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가를 파악해 보는 것은 말하기 평가 구인의 타당성뿐만 아니라 학습자의 구어 능력 발달의 차이를 규명하는 데에 있어서도 필요한 작업이다.
본고에서는 학습자의 언어 능력의 측정 요인과 말하기 평가 점수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먼저 복잡도, 정확도, 유창도를 측정하고 각 요인을 구성하고 있는 하위요인을 구체적으로 측정해 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언어 능력의 측정 요인 중에 말하기 평가 점수와 관련이 있는 요인을 파악하여 말하기 평가에 가장 영향을 주는 언어 능력의 측정 요인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예를 들어 어휘적 복잡도를 측정하는 수단은 어휘 밀도와 어휘 다양도 등 요인이 있는데 그 중에서 어느 요인이 평가 점수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유창도를 측정하는 수단은 주로 발화 속도, 평균 휴지 길이, 휴지 간 발화 속도 등 요인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어떤 요인이 가장 유의미한지를 찾아내고자 한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향후 말하기 측정 지표로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데에 유용한 지표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중국인 학습자 136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한국어능력시험 말하기 모의시험의 음성 자료를 대상으로 구어 자료의 특징을 고려하여 복잡도, 정확도, 유창도의 8가지 하위요인 즉, 어휘 밀도, 어휘 다양도, 오류율, 자가 수정률, 발화 속도, 평균 휴지 길이, 휴지 간 발화 길이, 담화 표지를 선정하여 중국인 학습자 중간언어의 복잡도, 정확도, 유창도의 발달 양상을 조사하고 분석하고자 한다. 이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하여 학습자의 말하기 점수의 관계를 파악하여, 구체적으로 문항이나 과제 유형에 따라서 복잡도, 정확도, 유창도의 하위요인들이 학습자의 말하기 평가 점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학습자의 말하기 복잡도, 정확도, 유창도 중에서 어떤 요인들이 말하기 평가 점수와 높은 상관성이 있는지, 또한 어떤 요인이 가장 유효한 채점 지표가 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본 연구의 구체적인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인 학습자의 구어 산출에 나타나는 복잡도, 정확도, 유창도의 양상을 알아보고자 한다. 각 측정 지표의 발달 양상을 살펴보고 이들의 말하기 점수를 상·중·하로 나누어 각 집단의 차이를 살펴볼 것이다.
둘째, 학습자의 복잡도, 정확도, 유창도의 점수와 말하기 점수와의 관계를 파악해보고자 한다. 특히 이 세 가지를 측정한 하위요인들과 말하기 점수의 관계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또한 말하기 평가의 구인 요소와 말하기 문항의 과제에 따라 언어 능력의 발달을 보여주는 복잡도, 정확도, 유창도의 지표가 어떠한 관련이 있는가를 파악해 볼 것이다.
이를 통해 본 연구의 결과는 학습자의 구어 발달 양상을 측정할 수 있는 측정 지표의 문제를 말하기 평가 점수와의 상관관계를 통해 밝힘으로써 향후 말하기 평가의 구인을 결정하거나 말하기 능력의 구성 요소를 밝히는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또한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해 말하기 평가 방법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하여 구어 측정 방법의 연구에 기초 연구로서의 의의를 더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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