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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3

안나 카레니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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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596쪽 | 602g | 127*188*28mm
ISBN13 9791160272741
ISBN10 116027274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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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날 브론스키와 안나는 예정되어 있었던 이번 여행으로 거의 싸움 직전까지 갔었다. 마침 시골에서는 가장 지루하고 괴로운 가을철이었으므로, 브론스키는 싸울 마음으로 예전에는 한 번도 얘기한 적 없는 단호하고 냉정한 표정으로 여행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던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안나는 그 소식을 매우 침착하게 듣고는 언제 돌아오는지만 물을 뿐이었다. 그는 그런 침착함이 이해되지 않아서 유심히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그의 시선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자기 안에 숨어버리는 그녀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그러는 것은 자신의 계획을 알리지 않고 뭔가 은밀히 결심했을 때만 있는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두려워했지만 싸움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자기가 믿고 싶어 하는 것, 즉 그녀의 분별력을 믿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어느 정도는 진심으로 믿는 마음도 있었다.
“심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게요.” 안나가 말했다. “어제 고티예에서 책이 한 상자 왔으니 심심하진 않을 거예요.”
‘평소와 똑같은 말투로군. 그게 더 낫지.’ 그는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늘 똑같은 일이 생길 테니까.’
그렇게 그는 그녀와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선거를 위해 떠났다. 그들이 관계를 맺은 이래로 서로의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지 않고 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편으로는 그 부분이 걱정스러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지금처럼 뭔가 불분명하고 비밀이라도 있는 것처럼 느껴지겠지. 하지만 그 사람도 익숙해질 거야. 난 그 사람에게 모든 걸 주겠지만, 남자로서의 독립만은 줄 수 없어.’ 그는 생각했다. --- p.212~213

지금까지 다툼이 하루 이상 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늘이 처음 있는 일이었고, 그건 이미 단순한 다툼이 아니었다. 사랑이 완전히 식었다는 것을 명백히 인정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혈통 증명서를 가지러 방에 들어왔을 때와 같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볼 수 있을까? 어떻게 나를 바라보고, 내 심장이 절망으로 찢어지는 것을 보면서도 침착하고 싸늘한 표정으로 말없이 지나칠 수 있을까? 그는 사랑이 식은 정도가 아니라 나를 증오하고 있는 거야. 그건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야. 그건 분명해.’
안나는 그가 한 잔인한 말들을 모두 다 떠올리며, 그가 분명히 말하려고 했고 말할 수도 있었던 말들을 생각해 내고는 점점 더 격분했다.
‘당신을 붙잡지는 않겠어요.’ 그는 이렇게 말할 수 있었어. ‘어디든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도 좋아요. 당신은 남편에게 돌아가려고 남편과 이혼하고 싶지 않은 게 분명하니, 돌아가요. 돈이 필요하면 내가 줄게요. 얼마나 주면 되나요?’
그녀의 상상 속에서 그는 무례한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더없이 잔인한 말들을 그녀에게 쏟아 내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마치 그가 실제로 그렇게 말한 양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그가, 그 정직하고 올바른 사람이, 사랑을 맹세한 게 어제가 아니었던가? 나는 이미 수차례 헛되이 절망 속을 헤매지 않았던가?’ 그녀는 뒤이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 p.441~442

레빈은 똑바로 누워 구름 한 점 없는 높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난 저 하늘이 둥근 천장이 아니고 무한한 공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실눈을 뜨고 아무리 열심히 주시해도 둥글지 않고 유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는 없어. 그리고 무한한 공간에 대한 지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푸르고 단단한 둥근 천장이 보이는 내가 당연히 옳아. 그건 내가 멀리 무한한 공간을 보려고 시선을 긴장하여 애쓰는 것보다 오히려 더 옳다는 거야.’
레빈은 이제 생각을 멈추고 무언가 자기들끼리 관심을 갖고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신비스러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
‘이것이야말로 신앙이 아닐까?’ 그는 자신의 행복을 믿기 두려웠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는 복받쳐 오르는 흐느낌을 삼키며 두 손으로 눈물이 가득 고인 두 눈을 닦았다.
--- p.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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