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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밤

푸른 밤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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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290g | 130*188*12mm
ISBN13 9791161110813
ISBN10 11611108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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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케 대신 레이를 쓰고 싶다는 그 아이의 말에 나는 세 살이나 네 살 또는 다섯 살 때 하트포드의 브래들리 필드 공항에 도착하여 전날 밤 호놀룰루를 떠날 때 받은 레이를 목에 건 채 비행기에서 내리던 아이의 모습을 기억했다. 그날 아침 코네티컷의 기온은 영하 6도였고 그 아이에겐 외투조차 없었지만(로스앤젤레스에서 호놀룰루로 떠날 때 하트포드에 가게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기에 외투를 챙기지 않았었다) 아이는 조금도 괘념치 않았다. 레이를 목에 건 아이들은 외투를 입지 않는 법이야, 아이가 내게 일러주었다.
--- p.12

우리가 자식에 관해 말할 때 우리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자식이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말하는 것일까? 자식이 없다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말하는 것일까? 자식을 떠나보내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말하는 것일까? 보호할 수 없는 것을 보호하겠노라 맹세하는 수수께끼를 말하는 것일까? 부모가 된다는 것의 그 모든 불가해한 비밀을 말하는 것일까?
--- p.25

그들에 대한 기념물들, 그들의 ‘물건들,’ 그들의 토템들을 보존함으로써, 사람들이 온전히 존재하게끔 할 수 있다고, 그들을 내 곁에 붙잡아둘 수 있다고 믿었던 시기. 이 같은 잘못된 믿음의 퇴적물이 지금 내 뉴욕 아파트의 서랍과 벽장들을 채우고 있다.
--- p.60

나는 모든 게 다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연극이 완전히 퀸타나에 집중된 것이기도 했고, 90분 간의 상연 시간에 다루어지는 다섯 개의 저녁과 두 개의 오후라는 그 시간 동안만큼은 퀸타나가 죽어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특히 좋았다.
그 시간 동안 질문이 아직 열려 있다는 것이.
그 시간 동안 대단원이 아직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
그 시간 동안 마지막 장면이 이스트 강이 내려다보이는 중환자실에서 진행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
--- p.229

그날 저녁 극장을 떠나기 전에 누군가가 바네사가 무대 바닥에 내려놓았던 노란 장미들을 가리키며 나더러 가져가고 싶으냐고 물었다.
나는 노란 장미들을 가져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노란 장미들이 만져지기를 원치 않았다.
나는 노란 장미들이 바로 거기, 바네사가 내려놓았던 그대로, 고스트 라이트만 켜진 부쓰 씨어터 무대 위에서, 존과 퀸타나와 함께, 무대를 정리해야 하는 불가피한 순간인 아침 여덟시까지, 밤새도록, 남아있어 주기를 원했다.
--- p.232

나는 연약함이 무엇인지 안다, 나는 두려움이 무엇인지 안다.
두려움은 상실된 것에 관한 것이 아니다.
상실된 것은 이미 벽 안에 있다.
상실된 것은 이미 잠긴 문들 뒤에 있다.
두려움은 아직 상실되지 않은 것에 관한 것이다.
아직 상실되지 않은 것은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아이의 전 생애에 내가 그 아이를 보지 않는 날은 없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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