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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사랑하고 어렵게 미워하고 싶지만

쉽게 사랑하고 어렵게 미워하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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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166g | 110*180*9mm
ISBN13 9791192159010
ISBN10 119215901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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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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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손으로 만질 수 있다면 아마도 올리브유 같은 게 아닐까. 스며들지도 않고 쉽게 마르지도 않아 자꾸만 손으로 비벼댈 수밖에 없는 질감. 그러다 도저히 안 돼 셔츠 자락에라도 닦으면 진하게 자국이 남겠지. --- p. 13

통장 잔액이 채워졌다 비워졌다 반복하는 것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애정도 수입과 지출을 반복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포인트도 쌓이고 신용등급도 올라가고 그러는 거지 뭐. 쌓인 포인트로 선물도 사고 오른 신용등급으로 큰마음도 대출하고. --- p. 15

좋아했던 사람과 처음 단둘이 먹었던 저녁 자리의 영수증, 꼬박꼬박 모은 돈으로 떠났던 여행지의 무용한 기념품, 다시는 펼쳐보지 못할 것이면서도 버리지는 않는 편지들. 나의 방엔 온통 미련이 밀려들어 와 각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p. 20

우리에게 어떤 꿈은, 이루려 노력할 때보다 같이 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빛났다. 그날 저녁엔 당신이 복권 대신 말린 꽃 한 다발을 사 왔다. 창가에 걸어뒀더니 아파트 단지를 가렸다.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 p. 31

언제나 비좁고 불안한 내 마음 때문에 행복을 온전히 누리는 건 사치라 여긴다. 작은 불안이 뒷받침돼야 안심할 수 있어서, 일부러라도 불안을 행복의 등에 얹어주는 편이다. 나는 내가 불행한 상태에 더 익숙해져서 그런지 행복한 내 모습이 어색하다. --- p. 36

지나가는 인연은 지나가는 계절과 같다. 지나간다고 해서 돌이킬 수도 없고, 설령 희박한 확률로 잠시 되돌려놓는다 해도 결국은 다시 지나간다. 초봄에 찾아온 꽃샘추위가 겨울 냄새만 잠깐 가지고 올 뿐, 예정된 봄 기운이 밀려오면 저 멀리 물러나듯이. --- p. 39

서로가 힘들 때 만났던 서로는 위로가 됐지만, 힘든 일이 걷히자 우리는 다시 남처럼 서먹해졌다. 소나기가 멈추면 원래 가려던 길로 떠나는 사람들처럼. --- p. 42

아직도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꿈을 꾸면 모두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카페, 레스토랑, 바, 공연장 그 어디든. 꿈은 무의식을 반영한다고 했으니 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세상에 대한 기억은 2019년에 멈춰있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자 꿈이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고, 간절해졌다. --- p. 81

어깨보다 등을 빌려달라고 한다. 우는 모습이 보이지 않게 한없이 울고 모든 매무새를 정리하고 다시 마주할 수 있게. 당신의 등 한 편을 내어주면 나는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중력에 눈물이 다 쓸려가고 나면 우리는 나란히 걸을 수도 있겠지. --- p. 85

한때는 상대가 나 아닌 이유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상대의 고통도 행복도 모두 내가 원인이어야 마음이 편하던 시절, 나는 그게 사랑인 줄 알았다.
--- p.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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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던 마음이 책으로 엮어져 있다. 등을 쓸어주는 친절한 문장 덕에 얹힌 감정을 소화했다. 한 장 넘기기도 전에 내 마음과 꼭 닮은 글을 자꾸 만나버리니, 속에서 하고픈 말이 넘쳤다.
- 연정 (작가,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겠지만 오늘 밤은 어떡하나요』 저)
씁쓸하고 차가운 이야기가 맑고도 진한 작가의 시선을 지나 의도치 않은 위로로 와닿습니다. 자신의 슬픔과 상처 위에 연고를 덧바르지 않고 가만히 매만지다가 문득 작가의 위로는 시작됩니다. 슬픔의 안개를 지나온 사람이면서 동시에 여전히 지나가는 중인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솔직한 이야기를 가지고 말입니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지만 끝을 몰라도 괜찮다고, 그런 너여도 괜찮다고, 왜냐면 나도 나인 채로 흐르고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 진서하 (작가, 『돌아오는 새벽은 아무런 답이 아니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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