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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비사비 : 다만 이렇듯

와비사비 : 다만 이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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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22쪽 | 214g | 135*210*20mm
ISBN13 9791168230064
ISBN10 1168230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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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비차의 발생지는 다실(茶室)이었다. 와비차의 다실은 규모가 작았고 비교적 투박했다. 주로 정원 내에 있는 별도의 작은 초막을 다실로 삼았다. 바깥세상의 고초와 근심으로부터 단절된 다실의 안쪽에서는 사회의 관습과는 관계없이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가치가 정착했다.
--- p.18

왜 와비와 사비는 한 단어로 합쳐진 적이 없었을까? 그 누구도 와비사비가 매우 어색한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나, 혹은 다뤄야 할 문제라고 여기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역사가 및 다도 관련 기관 들에게 두 단어를 하나로 결합하는 데 드는 노력은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너무 막중했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수백 년의 전통을, 더 거슬러 올라 어원의 희미한 흔적을 뒤집어 놓을 수도, 그리고 문화의 수면을 전반적으로 휘저어 놓을 수도 있다. 그 위험을 무릅쓸 일본 예술 유산의 수호자는 거의 없어 보인다.
--- p.43

적잖은 궁리 끝에 와비사비는 오늘날 와비차의 개념적 후계자라는 것을 밝혀냈다. 개념으로서의 와비차이기 때문에 차는 있든 없든 상관없다. 와비사비는 분명 와비차로부터 비롯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오랜 시간을 두고 다소 다른 것으로, 더 포괄적이고 더 평등한 것으로 탈바꿈되어 왔다. 한때 와비차가 사비의 모든 의미를 포괄했듯이 이제 와비사비는 와비차의 모든 의미를, 그리고 그 이상의 것들을 포괄한다.
--- p.52

창작의 과정을 일본식으로 말하자면 “사물은 (예술가나 제작자의) 기술적이거나 개념적인 개입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난다.” 이 관점엔 자아가 없다. 일본인의 언어 관습을 빌려 와비사비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서술한다면 와비사비는 그저 ‘발생한다’는 단순한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 p.71

어느 경우에도 물질성의 영리화에 문제는 없다. 심지어 물신화에도 문제가 없다. 물질 가치를 만들어 영위하는 것은 인류가 늘 해오던 것이다. 와비사비가 상품으로 전환되는 전적인 관습은 누군가에게 와비사비를 거스르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기실 와비사비의 것들은 ‘깨달음을 주는 물질’로서, 더러 신비스러운 지위를 방불케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국 물질성은 그저 물질성일 뿐이다. 물질성 자체에 내재한 목적은 없다.
--- p.77~78

와비사비의 시선으로 볼 때 쓸모없고 사소하며 중요치 않은 것들은 오묘함의 양상들이다. 오묘함은 극도로 정밀하고 섬세하며, 애매모호하고 막연한 것들을 함유한다. 또한 오묘함은 인식하거나 분석하거나 서술하기에 난해하다. 와비사비에 있어 그 어떤 정보든 도외시되는 것은 자연계에서 어느 한 종(種)이 소멸해버리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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