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2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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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758쪽 | 1040g | 145*225*40mm |
ISBN13 | 9791163635512 |
ISBN10 | 1163635510 |
발행일 | 2022년 02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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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758쪽 | 1040g | 145*225*40mm |
ISBN13 | 9791163635512 |
ISBN10 | 1163635510 |
에라토에서 섬 알려진 세계 해부학 자연 돌고래의 코골이 도구 새 바람 갑오징어의 영혼 거품 양羊의 계곡 굴을 위한 레시피 무화과, 꿀벌, 물고기 돌숲 코스모스 피라 해협 용어해설 부록 미주 색인 |
만물박사. 아리스토텔레스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어다. 온갖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책을 썼고, 그래서 현대의 온갖 분야의 책에 서두를 장식하는 인물. 세상의 모든 학문이 그에게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언급된다.
그럼에도 과학자, 더 좁혀 생물학자로서의 아리스토텔레스는 크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생물학을 비롯한 과학사를 다룬 책의 서두 중 적지 않은 부분을 장식하고 있지만, 그의 근대 이후의 과학에 대한 영향은 거의 무시해도 될 정도이다. 과학이란 엄밀한 측정과 실험에 기초한 것이라야 인정받고 있기에 단순한 관찰과 편견에 사로잡힌 인식(이를테면 여성에 대한 인식)은 그를 과학자, 내지는 생물학자로 인정하기에 꺼려진다. 그래서 그가 제대로 기술했던 부분보다는 잘못 기술한 부분을 강조하여 어쩌면 그 이후에 발전을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에서 과학사의 서두에 그를 언급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르망 마리 르로이는 그런 일반적인 인식을 뒤집고 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공(功)과 과(課)를 냉철하게 분석해야 하며, 그렇게 하면 과학자로서의 아리스토텔레스의 면모가 드러난다고 보고 있다. 현대 과학에 비추어 봤을 때 그가 그릇된 방법론에 기초하기도 했으며, 분명히 잘못 인식한 부분도 있지만, 단지 그런 오류가 시대적 한계라고 치부해버리고 무시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고 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스승 플라톤을 극복하려 했고, 그가 현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당대에 가장 뛰어난, 아니 그 이후 최소 2000년 가량 가장 뛰어난 과학자, 생물학자였다는 것이다.
책 제목이기도 한 ‘라군(lagoon)’은 ‘석호(潟湖)’란 뜻으로 삼각주, 사주 등에 의해 먼바다와 분리되어 생긴 호수를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특히 그리스의 작은 섬 레스보스의 라군을 지칭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오랫동안 머물면서 생물학자로서 태어난 장소이기도 하다. 레스보스 섬이라... 익숙한 이름이다. 바로 그리스의 여류 시인 사포의 섬이며, 여성 동성애자를 뜻하는 레즈비언의 어원이 된 섬이다(책에서 사포는 한두 차례 등장하나 레즈비언 같은 말은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생의 중반기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플라톤이 세운 아테네의 리케이온에서 물러나 레스보스 섬에 몇 년 간 머문다. 이곳에서 바다 생물을 관찰하고, 어부들로부터 전해 들으며 생물에 대해 연구했다. 그의 연구는 몇 종의 책이 되었고, 그중 일부가 전해지고 있다.
르로이는 현재와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의 레스보스 섬을 교차시키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 연구를 되짚고 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철학자가 과학을 실제적으로 발명했고, 오랫동안 지속된, 그리고 현재까지도 (일부) 지속되는 자연에 대한 사고 체계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야말로 단순한 추측에 의한 주장을 거부하고 관찰에 근거한 주장을 최초로 시도한 과학자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아리스토텔레스를 다윈 급의 과학 시조로 올리려 시도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다방면에서의 활약을 보면, 그가 생물학 분야에서도 이렇게 깊은 연구를 수행하고 책을 썼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물론 그의 생물학은 지금과 같은 독립된 학문으로 인식된 것은 아니었으리라. 그가 스스로 세상을 인식하려는 사람이라고 여겼다면, 바로 생명체에 대한 깊은 이해야말로 세상을 인식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생물학은 현대 생물학의 관점에서 봤을 때 훌륭하다고 할 수 없을진 몰라도 대단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다.
사실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적 방법론을 비판하는 이를 비판하기 위해 현대 과학 방법론도 그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식의 서술은 조금 반감이 들기는 한다. 특히 그의 목적론이 현대 진화론도 거의 비슷하게 행해지고 있다는 분석은 다소 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그의 작용인(운동인)을 오늘날의 발생생물학과 신경생물학으로, 질료인은 현대의 생화학과 생리학으로, 형상인은 오늘날의 유전학으로, 목적인은 진화생물학과 연관 짓는 것은, 물론 아리스토텔레스 과학철학의 정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긴 하지만 자칫 그의 과학이 정말 현대 과학의 발판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오해할 여지를 주기도 한다(실제 르로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리라 믿는다).
그래도 르로이는 방대하고 엄밀한 분석으로 통해 일관되게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자로서의 자격을 복권했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다. 일단은 읽는 재미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이렇게 가까이 접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다양한 생물에 대한 정확한 서술도 의미가 있지만 생물에 대한 오해마저도 대체로 그 이유가 있기에 우리 사고의 보편적 단점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과학자나 과학자를 지향하는 이들은 과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과학의 성격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르로이의 작업은 잊혀진 과학자, 생물학자를 되살려냈다. 그저 과학자 한 명을 복권한 게 아니라 현대의 과학을 유구한 전통을 지닌 생각의 방법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과학자였다고? 철학에 노관심이라서 그런지 아리스토텔레스가 생물학자이기도 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나름 고등학교 때 생물을 좋아했는데, 과학 선생님이 절대절대 말해주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가 심지어 레스보스의 라군(석호)에서 500여종의 생물을 관찰하여 <동물 탐구>라는 방대한 분량의 책을 썼다고 한다. 물론 책의 많은 부분이 소실되어 안타깝지만(특히 생물이나 동물의 관찰에는 그림이 필수인데 결정적으로 도해집이 소실되었다고 하니 아리스토텔레스의 그림 실력을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잘 알려졌다시피 아리스토텔레스는 미케도니아 알렉산드리아 대왕의 스승이었다. 그러다보니 알렉산드리아가 한창 나이에 갑자기 사망했을 때 정치적 여파에 휩쓸려 레스보스섬으로 일종의 피신을 했는데 <동물 탐구>라는 책은 그 때 많은 부분이 기록되었다고 한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의 생물학자로까지 불리우기는 하지만 사실 오늘날의 잣대로 보면 그의 작업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자신이 기술한 동물들을 실제로 본 적 없이 다른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역사서들을 참고하여 개연성 없는 이야기는 버리고 나머지만 취하는 식으로 쓴 듯 한 기록도 많고 실제로 관찰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해부작업 없이 해부학적 구조를 잘못 설명하는 오류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리고 그런 일종의 '카더라'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출처 미표기'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오류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최초로 관찰에 의거하여 생물을 기록하고 분류하려고 시도한 생물학자로 불리우는데 손색이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 어류란 식재료일 뿐이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걸 관찰하고 이해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겼다는 점이 포인트다(책에서는 그리스인들에게 어류는 '욕망의 대상이었지 철학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멋진 표현을 사용한다). 게다가 생명이나 영혼과 같은 철학적 개념을 생물학과 접목시키려 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 책에서 다루는 중점 내용은 생물학자로서의 아리스토텔레스이지만 그의 철학적 사고가 상당히 많이 반영되어 있어 (철학이 어려운 개인적인 입장에서) 좀 난해한 부분도 있었다.
본문만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저자는 생물학자로서의 아리스토텔레스를 무조건 우쭈주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잘못 생각한 부분이나 명백한 오류에 대해서 가차없이 까발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생명체의 진정한 본성을 발견하기 위한 토대를 제공했던 진정한 과학자였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지 분량이 방대한 반면 실제 다루는 생물의 종류는 빈약해서(아마도 기록의 소실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좀 아쉽긴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생물학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 굉장한 소득이지 싶다.
우리는 항상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이 중세까지 지배했다고 듣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학, 생물학이 중세까지 위세를 떨쳤다. 우리나라 출판계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 분야 저서가 권위있는 번역본으로 출간되지 못하고 있다.(자연학에 관한 저서 두세권이 힘겹게 출간되있지만.)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을 번역한 책이 아니라, 그가 라군이라는 섬에서 생물관찰을 통해 얻었던 생물지식에 관해 21세기 생물학자가 평가한 책이다. 그가 왜 라군 섬의 이 생물에 대서는 왜 이렇게 분석했는지를 논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착각한 것을 바로 잡는 내용이 주내용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주로 목적론적 관점에서 생물을 분석했기 때문이다.
놀라운 점은 저자는 생물학자이면서도 헬라어 원전을 읽을 수 있다. 그야말로 인문학적 소양이 넘치는 자연과학자이다.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