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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슐리외 호텔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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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58g | 135*200*23mm
ISBN13 9791197550911
ISBN10 11975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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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일은 그날 아침 독신녀인 나, 애들레이드 애덤스가 리슐리외 호텔 로비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던 그때 시작되었다.
피비린내 나는 참극이 시작될 기미를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관절염으로 툭 불거진 무릎이 어찌 되든 간에 나는 그때 그곳에서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을 것이다. --- p.5

이 특별한 날 아침까지도 이제 곧 우리에게 몰아닥칠 공포의 시간을 암시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 전에 사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나는 이 살인 사건에서 그토록 운명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던 초록색 안경집에 대해 아무런 예감도 들지 않았다. 또한 폴리 로슨의 분홍색 목장식 주름과 앤서니 여인의 인조 속눈썹에 그토록 비극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을 내가 깨달았을 때는 이미 한없이 늦은 뒤였다. --- p.6

내 경험으로는 단돈 25센트라도 돈이 걸린 게임을 할 때는 철통같은 규칙이 있어야 한다. 돈에 관계된 것만큼 성격을 예민해지게 만드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내가 관찰하고 내린 결론이다. --- p.44

그는 웃음을 터트리더니 속바지를 돌돌 말았다. 그리고 “받아요!”라고 했다. 나는 큼직한 가슴을 창문턱에 대고 몸을 있는 대로 내밀어서 그가 던져준 뭉치를 받는 우스꽝스럽게 짝이 없는 장면을 연출하고 말았다. --- p.53

그는 너무 젊었고 너무 불행했고 인생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있으면 살면서 내내 후회하게 될 무모한 행동을 하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 p.72

내 손에 닿은 것은 남자의 팔이었다. 외투 소매의 거친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일순간 온몸이 마비되어 그곳에 서 있었다. 공포에 사로잡혀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어떤 물체가 간드랑거리며 내 얼굴을 스쳤다. 그것은 남자의 어깨였다! 그와 동시에 나는 어떤 소리를 들었다. 물방울이 천천히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였다. 하지만 그것은 물이 아니었다. 손이 끈적거렸던 것이다. 그 끈적임에 나는 몸서리쳤다. --- p.75

“살인은 홍역처럼 전염성이 아주 높습니다. 아니면 이렇게 말해야 할까요? 여러분이 흙탕물을 휘젓기 시작하면 수많은 더러운 인간들이 수면으로 올라온다고 말입니다.” --- p.110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교양 있는 인간 집단이었고 우리 대다수는 평균적인 인간들보다 더 훌륭한 교육을 받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폭력의 위협과 개인적인 위험이 도사리게 되자 우리는 원초적인 인간으로 빠르게 퇴보했다. 원초적인 인간들의 세계에서는 자기 보존이 제1 법칙인 것이다.
그날 밤은 누구도 서로의 눈을 대놓고 마주치려고는 하지 않았고 은밀하게 교환하는 시선 뒤에는 의혹과 사악한 다른 생각들이 깃들어 있었다. 그 생각들이 우리의 눈 속에서 마치 뱀처럼 그 더러운 머리를 치켜드는 것이었다. --- p.168

“요즘 학생들은 다들 추리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 등장인물 중 경찰이 일하기 편하도록 현장에 자기 커프스단추를 남겨둔 사람이 있다면 그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다 안대.” --- p.279

“이분은 뭐든 하면 완벽하게 한답니다. 제 말은, 이분이 바닥에 떨어지는 건 피사의 사탑이 무너지는 것 비슷하다는 거죠. 들으셨겠지만, 아마도 위층에서는 집이 떠나가는 소리가 났을 겁니다.” … “랜싱 씨가 도대체 왜 한순간 나를 죽이려 했다가 그다음에는 내 목숨을 구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는 건가요?” “당신이 넘어지는 소리는 죽은 자도 깨울 정도였으니까요.” 경위가 건조하게 말했다. “일이 그렇게 되자 경찰이 여기로 오기 전에 거꾸로 행동해서 당신을 구해주는 모습으로 발견되는 것만이 스티븐 랜싱에게는 유일한 희망이 되었던 거죠.”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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