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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리워할 뿐이다

그저 그리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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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270g | 120*188*17mm
ISBN13 979119717086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누군가 곁을 떠난다는 것은, 궁금한 것을 더 이상 물어볼 데가 없어진다는 것이기도 하다. 떠나는 사람은 궁금함을 가져가지 않는데, 그 궁금함은 해소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으니 계속 떠난 사람들이 그렇게도 그리운 것이 아닐까.
--- p.16

지금도 벌초를 하러 갈 때면 건너편 마을을 본다. 이제 예전 모습은 없어지고 공장 건물들이 들어섰으므로 옛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내게는 여전히 같은 그림이다. 할머니처럼 푸근한 얼굴을 한 또 다른 할머니가 계속 밥 위에 반찬을 얹어주신다. 우리 할머니는 우울해 보였다. 마당의 소가 가끔 울었다.

그날 우리 할머니도... 울었을까.
--- p.50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지고 어두워졌지만 밤새 가로등은 빛을 낼 것이었다. 길을 밝히고, 주변의 나무와 풀들을 밝히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비추겠지. 다시 해가 떠오른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밤은 다시 밝게 빛나는 가로등으로 인해 또 한 번의 빛을 맞이하는 것이다.

내 인생의 가로등이 켜지는 순간을 생각했다. 해가 저물었지만, 아직 오늘이 끝난 것은 아니다. 남은 밤은, 가로등 빛에 의지해 빛날 것이다. 내일 새벽이 오기 전까지 길을 비추어줄 가로등이 있으니 이 밤, 좀 더 멀리까지 걸어도 좋겠다.
--- p.88

내가 오늘 그에게 베푼 선의는 호구 짓이었을 수도 있다. 물론 그의 말대로 '너무나 인간적인' 최대의 선의였을 수도 있다. 나는 지금도 어느 쪽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내가 오늘 베푼 선의는 돌고 돌아 나에게로 다시 돌아올 것을 믿는다. 같은 모습, 같은 부피가 아니더라도 괜찮을 것이다. 혹여 내게로 올 수 없다면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 대신 전해진다고 믿고 싶다. 그러니 내가 오늘 베푼 선의가 어디로 흘러갈지는 굳이 따져보지 않기로 한다.

그는 내가 일어서기 전 말했다.

"23시간 59분 59초가 되었더라도 아직 하루가 간 건 아니잖아요. 1초가 남았으니까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시작해야죠."

그의 이 마지막 한마디는 어쩌면 내가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다면, 나는 이미 내가 베푼 선의를 되돌려 받은 것일까.
--- p.103

걸음의 속도가 보이기 시작하자 느긋하게 내 속도로 걷던 나는 갑자기, 마치 일이 있었는데 잊고 있었다는 듯 종종걸음으로 바쁘게 걸었다. 그러다 횡단보도를 만났고 신호등을 바라보며 잠시 멈추었을 때, 그제야 나의 속도에 대해 생각했다. 나도 멈추거나 쉴 시간 없이 부지런히 뛰듯 걷는 시간이 있었다. 핑계가 대부분이었지만 바빠서 운동은 못 하겠다고, 나중에 은퇴하고 시간 많아지면 그땐 느긋하게 산책도 하고 살아야지 했다. 하고 싶지만 돈이 안될 것 같은 일도 은퇴하고 해야지 했다.
--- p.119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은퇴 이후의 시간이 하루 48시간이 된 것도 아니고, 12시간으로 줄어든 것도 아니다. 나의 속도, 나의 발걸음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다른 이의 발걸음을 따를 필요도 없고, 지나온 발걸음의 속도를 다시 떠올릴 필요도 없는 것이다.
--- p.120

혼자가 아니라는 것, 같이라는 것, 우리가 함께라는 것. 이런 것들이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대부분은 잊고 산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늘 존재하지만, 늘 덕분인 것이지만 그래서 잊고 살기도 하는 것 말이다. 좁은 임도를 모두 내려와 지방국도를 만났을 때 둘이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운전한 사람이나, 보조석에 탄 사람이나 긴장을 내려놓는 순간이었다.

뻥 뚫린 고속도로를 쌩쌩 달린다면, 또 어느 순간 외길 임도의 막막함을 잊을게 분명하다. 하지만 언젠가 산의 어둠이 내려온 막다른 길에서 홀로 앉아 편지를 쓰는 날이 온다면, 오늘 함께 했던 길을 떠올리며 잠시 덜 외로울 수도 있겠다.

우리가 그 무섭던 외길 임도 몇 킬로를 둘이 함께 왕복했었던 때가 있었지, 하고 말이다.
--- p.132

나는 지금도 가끔 '우리말 해례'를 본다. 사실, 우리말인데 남의 나라말처럼 어렵기만 한 그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라는 걸 먼저 고백한다. 하지만 나는 그 '우리말 해례'의 저자 서문을 가끔 읽어본다. 그 어떤 것이, 그렇게 오랜 시간을 놔주지 않는 즐거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절대 흔하지 않다. 나 역시도 지치지 않고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p.151

오래도록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 오랫동안 한 가지를 꾸준히 한다는 것, 그리고 오랜 후에도 여전히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오늘도 여전히 런던의 그 지하철 아케이드에선, 그가 서투르지만 진지한 연주를 했으면 좋겠다.
--- p.171

활짝 피어난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꽃들이 시들고 저물어가는 것이 삶의 모습이라면, 마지막 남은 한 송이로 남을 때까지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꽃을 보는 눈길, 꽃을 대하는 마음 역시 삶의 모습이었으면 싶다. 활짝 핀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인생도, 조용히 시들어가는 인생도 누구에게나 소중한 시간들일 테니 말이다.
--- p.183

유품이라는 것은 이미 내 손을 떠난 시간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내가 정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내가, 나의 물건을 정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품 정리가 아니라 사는 동안의 내 마음 정리 정돈 말이다.

나이를 먹으며 많은 것들이 마음속에 쌓이고 뒤엉킨다. 두서없이 쌓인 마음의 먼지도 점점 두꺼워진다. 결국 이런 뒤엉킨 것들과 쌓인 먼지를 한번 털어내고 정리하는 일이 자서전을 쓰는 일이 아닐까.
--- p.212

부모님이 연달아 돌아가신 것은 봄이었다. 오월에 두 번의 장례를 치렀다. 그리고 이 나이가 되도록 가본 일이 거의 없던 화장장을, 그해엔 다섯 번을 갔다. 사람이 연기로 흩어지는 것을 보았다. 죽음이 늘 머리맡에 앉아있는 것만 같던 한 해였다.
--- p.214

생각해보면 지나온 인생의 모든 길에 신호등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인생의 길에선 방향을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는 표지판은 많았지만, 진행과 멈춤의 때를 명확히 알려주는 신호등은 적었다. 그런 것이 인생일 테니 말이다. 앞으로 나아갈 길 역시 대부분 회전교차로이거나 비보호 좌회전 길일 것이 분명하다. 많은 일이,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몰려 돌아가고 있는 혼잡한 회전교차로지만 피할 길 없이 진입해야 하는 순간을 종종 만날 것이다. 때로 6차선 대로에 비보호 좌회전 길을 만날 수도 있다. 사방에서 차가 오는데 뒤차는 빨리 좌회전을 하라고 경적을 울려댈지도 모른다.
--- p.224

결국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그만큼의 책임이 늘어나는 일인 것이 맞다. 살다 보면 핑계 대지 않고 합당한 이유를 댈 수 있어야 하고, 어렵고 힘들지만 어른으로 용기 내어야 하는 일도 점점 많아진다. 그러다 보니 핑계와 이유, 용기와 주책 사이에서 이기주의자의 중심 잡기는 오늘도 참 쉽지 않다.
--- p.229

또다시 새해가 다가온다. 한 해를 맞는 마음에 희망만 있을 리는 없다. 내 시야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이 길 끝이 또 어디로 이어질지 두근대는 불안과 떨리는 마음도 함께 있다. 한 해가 지나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한 달이 지나면 달력을 넘겨 새로운 한 달을 맞는다. 한 주가 지나면 또 다른 한주가 주어진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온다. 희망과 불안이 적절히 섞인 새해는 연말에만 오는 새로움이 아니다. 인생의 숨 쉬는 매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새로움이다. 그러니 오늘도 그저 내 마음이 이끄는 길로 뚜벅뚜벅 걸어보기로 한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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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발동하는 첫 문장

〈〈그저 그리워할 뿐이다〉〉!

전명원 작가의 수필집 표제다. 산뜻하다. 표제! 성장한 여인의 장신구 같은 것이랄까. 수필집 전체를 받쳐주는 상징적 역할을 한다. 수필집을 펼치니, 44편의 얼굴들이 ‘저요, 저요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 같다’. 제일 앞줄의 ?앵두나무가 있는 마당?에 마음이 쏠렸다.

“어려서 살던 집 마당에 앵두나무가 있었다.” 첫 문장이다. 뭔가 있을 것 같은 호기심이 발동한다. 호기심을 갖게 했다는 것은 첫 문장으로서 일단 성공이다. 작품의 ‘서두 문장의 역할’은 무엇일까? 보는 바와 같이 독자를 붙들고 읽게 만드는 일이다. 그러면서 작품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암시하면서 작품의 문을 활짝 열어 주면 좋다. 현실에서 취해온 소재를 가지고 독자를 내 작품 속의 소재 속으로 위치 이동을 시키면 최상이다. 아무리 좋은 작품도 독자가 읽지 않으면 끝이다.

첫 문장에 쏠려 끝까지 읽게 되었다. 수필치고는 좀 길다. 200자 원고지 근 18장이나 된다. 지금 추세로는 산문의 창작적 변화를 일으키면서 한 10장 내외쯤이면 좋다. 그런데 왜 긴 문장이 한숨에 읽히고 마는가? 그것은 솔직한 문장 솜씨에 있다. 직감적으로 톡톡 튕기는 맛을 내는 문장 표현에 있다. 또, 찬찬히 살펴보니 장면 전환 기법이 뛰어나다. 첫 문장에 이어, “아빠는 군인이었다.” “딸아이가 태어났다.” “가끔 생각했다.” 이런 식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전체적으로 주제를 살려 나가고 있다.

크게 보면 문학은 이야기다. 장르와 관계없이 말이다. 그것이 정서적 이야기냐, 사건적 이야기냐만 다를 뿐이다. 수필은 아무래도 사건적 이야기 쪽이다. 그러나 좋은 수필은 정서적 이야기가 합해져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문학수필일 때 그렇다. 작가는 이야기꾼 기질이 내재되어 있음을 본다. 자서전 쓰기 강좌에 우연히 신청했다고 했다. 툭 던진 한마디에 독자는 또 끌리고 말기 때문이다. 문학은 이야기이듯이 모든 자기 작품은 자서전의 일부다. 자서전은 문학 장르로 치면 수필과 가까운 친척이다.

전명원 작가는 이제 전문적인 이야기꾼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여행과 독서! 이것은 이야기 소재를 찾아 나선 것이다. 소재 연구가 충실한 작품은 이미 성공한 것이다. 수필의 운명은 밖에서 찾은 소재를 작품 안으로 끌고 들어와 제재로 삼아서 거기서부터 작품화하는 것이 시나 소설과 다른 점이다. 이런 수필의 소재를 다루는 법이 익숙하게 된다면 창작수필에 접근하게 될 것이다. 다음 수필집이 기대되는 소이다.
- 오덕렬 (수필가, 『창작수필』의 저자, '산문의 詩' 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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