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도교는 노자의 사상을 근본으로 삼고서, 그 위에 불로장생을 추구하는 신선술과 교단도교(敎團道敎)에서 활용되었던 부록·재초, 또는 불교 영향을 받아 제작되었던 경전·의례 등등의 갖가지 요소들이 시대의 추이에 따라 여러 층으로 겹쳐 덧쌓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것들 이외에도 고대에는 귀신 신앙의 영향이 두드러졌던 묵자 사상과 유교의 윤리 사상, 또는 음양오행 사상과 참위 사상, 황로도(黃老道) 등도 도교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거론할 수가 있겠다. 그와 같이 수많은 요소가 다층적으로 겹쌓여서 생겨난 도교의 어느 지점을 떼여내어 기점으로 보는가에 따라서 도교의 시작에 관한 견해가 서로 달라지는 것이다.
--- p.13
지금으로부터 2100년 전쯤에 『사기』가 쓰여질 당시에 노자는 이미 애매모호하여 신상을 잘 알 수 없는 인물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노자의 인물상이 지닌 이러한 애매모호함이 후대에 이르러 노자가 신비화되고, 신격화해가는 하나의 요인으로도 작용하게 되었고, 그렇듯 신비화·신격화한 노자는 도교라는 종교 안에서 커다란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 p.49
불로장생을 획득하여 ‘도’와 합일하는 것을 이상으로 여겼던 도교는 정신적인 오탈(悟脫)을 문제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측면까지도 매우 중시하였다. 하상공주의 『노자』 해석에 있어서 형이상의 ‘도’의 구체적 발현인 ‘기’가 주목의 대상이 되었던 점은 도교 사상사의 전개에 있어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 p.70~71
『장자』는 ‘죽고 사는 것이 한 가지로 연결되어있다’라고 주장하거니와, ‘양형(養形)’보다는 ‘양신(養神)’을 중시하는 사상을 설파하는 한편으로 정신적·신체적으로 속세를 아득히 초월해있는 존재에 대해 구체적 이미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훗날의 도교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대개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공통된 바람이겠는데, 그러한 원망을 영원한 생명을 획득하게 되는 초현실적 차원으로까지 확장해놓은 것이 ‘신선’이란 관념이다. 불사의 생명이란 것도 실제로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지만, 도교는 이념적으로는 신선이 되는 것을 최종적 목표로 삼고 있다.
--- p.82~83
유가 사상에서는 살아있는 인간의 현실 문제를 가장 중요시하며, 천天의 세계나 사후 세계, 또는 귀신에 관한 현상 따위, 곧 눈으로 보아서 도저히 확인할 길이 없는 신비적인 사항에 관해서는 회의적이거나 소극적 태도를 취하는 편이었다. 그에 반하여 도가 사상은 인간이 실제로 확인할 수 없는 것, 예를 들면 우리가 사는 우주의 처음은 어떠했는가와 같은 의문에 대해서도 커다란 관심을 기울였다. 『노자』가 도를 설파했던 이유도 따지고 보면 그와 같은 관심의 발로였다.
--- p.108
‘기’가 막힘없이 소통되는 것이야말로 자연계와 인간세계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근본이라는 생각은 『태평계』의 기본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음양의 기의 중심 고리로, 만물을 조화롭게 만드는 책임을 맡은 ‘중화의 기’가 있고, 그러한 ‘중화의 기’가 갖추어져야 비로소 만물은 크게 번성하고, 인간 사회에 조화가 생겨나며, 태평의 정치가 이루어지게 된다는 점을 이 문장은 서술하고 있다.
--- p.231
천지음양의 기의 혜택을 받고서 생겨나는 곡물과 온갖 재물이 어느 한곳으로만 치우쳐 소유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배분되도록 하는 것이 천·지·중화의 마음이며, 그러한 마음에 순응함으로써 ‘백성들은 화목하고 제왕의 다스림은 태평 상태에 이르게 된다〔人民和調, 王治太平〕’는 이상사회가 실현된다는 것이 『태평경』의 사고방식이라 하겠다.
--- p.232
『노자』의 정치철학은 지나치게 관념적이어서 현실성이 결핍되었다는 느낌을 부정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태평경』의 이상사회도 그렇지만, 『노자』의 ‘무위의 다스림’도 고대라는 시대에 가탁해 그 이상을 서술했다는 성격이 강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무위의 다스림’이라는 사고방식은, 다름 아니라 군주를 향해 군주 자신이 우선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무심무욕(無心無欲)의 상태로 백성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하는 점에서 현실적인 의의를 지닌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 p.237
이와 같은 도불 병존의 상비를 만들었던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도교와 불교의 경계는 매우 희박했던 것이라고 해야만 할 것이다. 도교·불교가 융합하여 혼연일체가 된 형태로서의 신앙은 넓은 범위에 걸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 p.273
도교 문헌에는 유독 재난이 많이 등장하는 편이다. 도교 역시 여타 사상·종교와 매한가지로 그 장구한 역사 속에서 갖가지 형태로 세상에 일어났던 재난에 대해 진지하게 맞서고자 했던 인간들과 함께 해왔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라 하겠다. 새삼스레 그런 강렬한 확신을 느끼면서 이 책의 집필을 마치게 되었다.
--- p.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