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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슬펐지만 오늘은 잔잔하게

어제는 슬펐지만 오늘은 잔잔하게

또 다른 일상이야기이동
리뷰 총점9.8 리뷰 21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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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28g | 142*205*16mm
ISBN13 9788978894937
ISBN10 897889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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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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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병원 다 왔어. 검사 빨리 끝날 거야. 얼른 내리자.”
우리는 응급실로 들어갔고, 내 목에는 ‘보호자’라고 쓰인 파란색 출입증 목걸이가 걸렸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뿌연 잿빛 하루는 ‘어느 날 갑자기’로 시작되어 알 수 없는 미궁의 터널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예상치 못할 앞날의 예고를 준비하고 있었다. 갑자기 걸려 온 엄마의 전화 한 통으로 나와 우리 가족의 캄캄한 터널 인생이 시작되었다. --- p.19

투병하면서 환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바로 ‘감정 조절’이다. 몸이 아프면 신경 전체가 예민해지고, 마음이 한없이 우울해지며 어두워진다. 본인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한 감정이 나올 때, 이 감정은 진짜 감정이 아닐 것이다. 엄마의 감정을 잡아먹은 것은 바로 병들어 있는 현실이었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서 결국 평소와는 다른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인다.
가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엄마의 예민한 태도 앞에 내 감정이 심하게 요동쳤다. 결국 나의 공격적인 태도와 날카로운 말투는 아픈 엄마의 마음을 찌르고 말았다. 엄마는 갑자기 조용해지고 말이 없어졌다. 어색한 침묵이 감돌며, 나는 후회로 차오른 마음 때문에 또다시 힘들었다. --- p.94

눈부신 햇빛, 산뜻한 초록 풀과 나무들. 아무리 이들이 내 가까이 있어도 제대로 바라본 적 없는 날들이 더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나는 그들의 변함없는 편안한 손길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자연의 품 안에서 나는 천천히 호흡할 수 있었고, 메말라 있던 마음도 다시 촉촉해졌다. 나를 감싸주고 있었던 자연이 바로 치유의 에너지였다.
지금도 나는 초록빛 에너지를 받고 싶을 때마다 집 앞 공원을 간다. 그곳에서 나는 다시 깨어난다. 햇빛이 선사하는 환한 세상을 마주하며 하루의 희망을 가져본다. 햇빛 조명을 받아 선명해진 초록 잎과 풀 속에 눈과 마음을 담아본다. 초록빛 휴식을 통한 치유는 내가 다시 발견한 최고의 삶의 선물이다. --- p.155~6

나를 웃게 하는 유머 감각의 소유자로 엄마에 이어 한 사람이 더 있다. 바로 남편이다. 그는 ‘아재 개그’를 사랑한다. 연애 때부터 지금까지 틈만 나면 아재 개그를 선보인다. 그렇게 웃기지 않은 개그 드립에 나는 가끔씩 어이없어 황당한 미소를 날리기도 한다. 내가 웃을 때마다 남편은 자신의 개그에 상당한 자부심을 보인다. 어느 날 평일 낮에 남편이 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밥말은 라면은 맛있다.’ --- p.218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간병 생활이 더욱 힘들었던 이유는 나 자신이 나를 해치고 있었던 것이 가장 컸다. 삐딱한 마음과 비뚤어져 있는 태도가 나를 병들게 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상황에 대한 못마땅함은 타인을 겨냥한 무차별적인 원망과 탓으로 이어졌다. 가끔씩 나 자신을 심하게 질책하며 자존감마저 잃어버리게 했다. 올바르지 못한 내면으로 나는 불행한 삶을 자초했던 것이다. 모든 것이 새삼 후회가 된다. --- p.232

지금까지 내가 꺼낸 이야기들은 단지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상만 가득했던 특별하고 특수한 삶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누구도 겪을 수 있는 우리 인생의 이야기다. 아픈 현실만큼 병들어간 나의 마음을 한 사람이라도 공감해준다면 참으로 감사한 일일 것이다.
인생이 고달프고 힘들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면,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본인만의 마음 치유를 발견해 나갔으면 좋겠다. 치유의 시간을 가진 만큼 내면이 훌쩍 성장하고 삶이 어느덧 순탄하게 느껴진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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