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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직업

나를 찾아가는 직업

: 단절된 꿈을 글로 잇는 삶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이동
리뷰 총점9.8 리뷰 16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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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318g | 133*201*14mm
ISBN13 9788960907317
ISBN10 896090731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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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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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과 동시에 고학력 백수가 된 남편, 그리고 경력이 단절된 나. 현실은 냉혹했다. 사랑이라는 추상명사는 결혼이라는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출산이라는 가시적인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 p.67

지금까지 나는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내 안에 잠재되어 있을지도 모를 예술성의 흔적을 지우는 데 썼다. 잠자는 것까지 잊고 끼적이던 글들도, 친한 친구에게 언젠가 꼭 글을 쓰고 싶다고 전한 진심도 주정으로 덮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신병 같은 것이었나 보다. 늦은 나이에도 결국 문학의 길을 밟은 할아버지처럼, 대를 이어 도망가기도 끊기도 어려운.
--- p.85

그 이야기를 하며 촉촉이 젖어 드는 남편의 눈시울을 보면서 나는 결심했다. 그가 사랑하는 수학의 세계를 위해 나는 기꺼이 페렐만의 노모 같은 사람이 되어주리라. 가난한 수학자의 아내가 되리라.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결혼하기 전, 아이가 둘이 되기 전 이야기다.
--- p.90

거대한 인공섬은 완벽했다. 도로는 잘 정비되어 있었고 비바람을 맞지 않도록 지하에서 지하로 통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커다란 공원과 쇼핑몰, 도서관과 학교. 부족한 것이 없었지만 이 도시에도 완벽하지 않은 게 하나 있었다. 그 배경에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나. 내가 길고양이에 집착한 이유는 이곳에서 나 역시 길고양이가 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 p.108

“아니, 엄마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아. 지난번에 네가 유치원의 꽃을 딴 행동은 ‘잘못된 행동’일지도 모르지만 남이 딴 꽃을 던지고 밟는 건 확실히 ‘나쁜 행동’이야. 한 나무에 수백 송이 피는 꽃들은 작은 바람에도 쉽게 지고 말 거야. 너는 흔들리는 꽃이 되지 말고 뿌리가 되렴. 홀로 어두운 땅속에 묻혀 있어도 언제든 꽃을 피워낼 수 있는 강한 뿌리 말이야.”
--- p.111

“엄마는 다 컸는데 왜 아직도 꿈이 있어?”
수업을 갈 때마다 헤어지기 싫어 울어대던 첫째가 물었다. 나는 어떤 꿈은 나이가 들면 더 선명해지기도 하고 더 간절해지기도 한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나도 믿지 않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 p.115~116

나는 글보다 나와 타인의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나의 삶과 타인의 삶이 결코 다르지만은 않다는 교훈도 얻었다.
--- p.143

대부분 상처가 더 쓰라린 이유는 그 고통이 이해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론 아무리 가까운 사이에게도, 가족은 물론이거니와 나 스스로에게조차 말이다.
--- p.146

이제 내가 가지고 있던 문제 한 가지는 확실히 해결한 듯하다. ‘태어났다’ 다음의 문장도 이어 쓸 수 있다는 것. 글을 마음에 담고도 넘쳐 이렇게 책까지 쓸 수 있다는 것. 나는 오늘도 애정을 담아 편지를 쓴다. 내 모든 글의 첫 번째 독자이자 수취인, 친애하는 나에게.
--- p.150

딸에게 밝힌 나의 바람처럼 척박한 환경에서 수많은 꽃을 피우는 튼튼한 뿌리가 되지 않아
도 괜찮다. 나는 그냥 나이면 되는 것이다. 이 거대한 세상에 나라는 정서를 작게나마 피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 p.162

이 커다란 세상에 작게나마 내가 피어 있다는 것만으로,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면서 앞으로도 들꽃처럼 열심히 피어 있겠다. (신춘문예 수상 소감)
--- p.163

우리의 결혼 생활 그래프는 이제 무한정 넓어지지도, 소멸되지도 않는 적절한 평행선을 그리며 안정적인 면적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인생이라는 변화무쌍한 구간에서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이 평행선 그래프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 p.173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누군가’가 되기 위함이 아니라 살다 보니 ‘나’라는 존재가 된 것처럼 허락된 날까지 나를 찾아가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 p.188

남편과 나의 관계. 나는 우리의 관계가 거울 같다는 생각을 한다. 서로를 비추고 있지만 모든 것을 반대로 비추는 거울. 거울 속에서는 왼쪽과 오른쪽의 기준이 바뀌듯 우리의 옳고 그름의 기준도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 p.199~200

앞서가는 누군가와 비교하면 내가 너무 늦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도 우리 모두의 목적지는 각각 다르다. 같은 종류의 나무라고 해서 같은 시간에 잎을 틔우지는 않는 것처럼.
--- p.207

천천히 세상을 바라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직업과 세상의 작은 것들을 사랑할 수 있는 직업이 더해졌으니 영혼의 가성비는 매우 좋은 직업임에는 틀림없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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