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과 의도의 엇갈림이 주는 미학
이 소설은 이른바 전쟁소설의 부류에 해당한다. 전쟁 소설은 전쟁을 직접적 제재로 하거나 전쟁의 참혹함을 고스란히 안은 다음 세대가 고통을 여전히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는 게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전쟁 소설의 인물들은 스스로 그 고통에 괴로워하거나, 그것을 감지하고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 작품의 어디에서도 등장 인물이 전쟁 자체의 기억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흔적은 발견할 수 없다. 쑈리가 꿈 속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나는 대목이 나오지만, 그것이 쑈리에게 심각한 그림자를 드리운 것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저 철없는 소년이 이 모순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영악스런 모습만 부각되는 것이다. 더구나 쑈리와 주변 인물이 펼치는 삶은 겉으로는 해학성마저 가진 것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심층에는 삼각한 비극성을 품고 있다. 이런 점은 다른 전쟁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특징인데, 이것은 작가가 노리려는 주제 의식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주제 의식을 심층에 감춘 채 전쟁의 부정성을 부각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이것은 전쟁소설의 새로운 성과로 보아도 좋을 듯하다. 앞에서 이 작품은 대단히 치밀하게 계획된 소설이라 했는데, 이 주제의 제시 방법도 그런 시각에서 보아도 좋을 것이다. 혹자들은 이 소설이 현실 의식이 결여된 것으로 평가하지만, 현실에 대한 예리한 분석이 전면에 부각된다고 하여 리얼리즘이 구현된 것이라 보는 것도 잘못된 견해이다. 쑈리가 나이에 걸맞지 않는 행태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흥미있게 따라가는 동안, 우리는 그런 삶을 초래한 근본원인을 충분히 추적할 수 있다. 이 소설의 미학은, 이렇게 표현과 의도가 엇갈리는 것에서 빚어지고 있다.
--- p.357-358
자연주의의 효시 - 가난과 성적 타락
<감자>는 한국 현대 소설 최초의 본격적인 자연주의 작품으로 꼽히는 소설이다. 자연주의가 말하는 이른바 '환경 결정론'이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환경에 지배되는 인간의 삶을 자연 과학적 관찰, 분석을 통해 냉철히 제시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작품이다.
복녀는 가난 때문에 스무 살 연상의 홀아비에게 팔려 시집을 간다. 홀아비는 천성이 게을러 계속 몰락의 과정을 겪으며, 농민에서 소작인, 또 막벌이꾼, 막간살이를 거쳐 마침내 칠성문 밖 빈민굴로 들어앉게 된다. 이에 따라 복녀 또한 처절한 삶의 하강으로 내리닫는다. 여기에서 복녀는 비참한 삶을 꾸려 가야 하는데, 기자묘 송충이잡이 사건이 발생한다. 감독은 복녀를 범하고 휴식과 웃돈을 제공한다. 이 사건은 복녀에게 일대 파란을 몰고 온다. 물질적 이득과 육체적 쾌락을 가져 온 것이다.
복녀는 원래 '도덕적 기품'을 잃지 않고 자란 여인이다. 가난해도 '규칙 있는' 집안에서 컸고, 시집 와서도 그 도덕률을 잊지 않는다.
--- p.91
자연주의의 효시 - 가난과 성적 타락
<감자>는 한국 현대 소설 최초의 본격적인 자연주의 작품으로 꼽히는 소설이다. 자연주의가 말하는 이른바 '환경 결정론'이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환경에 지배되는 인간의 삶을 자연 과학적 관찰, 분석을 통해 냉철히 제시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작품이다.
복녀는 가난 때문에 스무 살 연상의 홀아비에게 팔려 시집을 간다. 홀아비는 천성이 게을러 계속 몰락의 과정을 겪으며, 농민에서 소작인, 또 막벌이꾼, 막간살이를 거쳐 마침내 칠성문 밖 빈민굴로 들어앉게 된다. 이에 따라 복녀 또한 처절한 삶의 하강으로 내리닫는다. 여기에서 복녀는 비참한 삶을 꾸려 가야 하는데, 기자묘 송충이잡이 사건이 발생한다. 감독은 복녀를 범하고 휴식과 웃돈을 제공한다. 이 사건은 복녀에게 일대 파란을 몰고 온다. 물질적 이득과 육체적 쾌락을 가져 온 것이다.
복녀는 원래 '도덕적 기품'을 잃지 않고 자란 여인이다. 가난해도 '규칙 있는' 집안에서 컸고, 시집 와서도 그 도덕률을 잊지 않는다.
--- p.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