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우가 알튀세르의 이론을 재구성할 때, 변화의 내재적이고도 구체적인 작인의 위치가 하나의 중요한 관심사를 형성하는데, 그는 이를 구조적 인과성의 문제라고 지칭한다. 바디우의 또 다른 중요 관심사는 사회 전체의 일관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이는 사회 변화에 대한 알튀세르의 이론에 결여되어 있으며, 말하자면 사회적 실천들의 전체성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이다.
--- p.20
《존재와 사건》을 계기로 바디우의 작업에서 어떤 ‘수학적 전회’가 발생했다면, 그것은 사실상 하나의 복귀다. 그의 철학적 작업은 수학과의 협력으로 시작되는데, 특히 알튀세르의 ‘언제나 이미 주어져 있는 복합적 구조’의 집합적 단일성?일관성?에 대한 이론화라는 과제와 관련하여 그러하다.
--- p.23
따라서 바슐라르-알튀세르적 몸짓의 장소는 수학이 존재론임을 천명하는 바디우의 선언이다. 결과적으로 만일 바디우와 알튀세르를 비교한다면 실제로 수학이 유명한 ‘사회과학’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며, 이는 심지어 그의 초기 저작에서도 그러하다. 그러므로 철학은 ‘변증법적 유물론’의 위치와 과제들을 유지하게 된다.
--- p.49
그의 철학적 저술 전반에서 그러한 연속성의 사례들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모델의 개념》 출간에 바로 이어지는 시기인 마오주의 시기에 가장 급격한 단절이 일어난다. 바디우가 수학에 대한 모든 인식론적 연구를 내려놓은 것이다. 그가 수학을 채용할 때 이는 이 시기를 끝맺은 《주체의 이론》이라는 철학적 저작에서이며, 더욱이 그것은 엄격하게 유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 p.65
바디우의 이전 기획-유물론적인 수학 인식론을 발전시킨다는-에서 진리에는 주체와 함께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범주라는, 즉 선택이나 적층화의 기제들의 다양성을 은폐하는 범주라는 유죄 선고가 내려졌다. 1970년대 중반에 쓴 소론들인 《모순의 이론》과 《이데올로기에 대하여》에서 우리는 진리라는 범주의 복권을 목격할 수 있다.
--- p.70
바디우의 주된 논지는 단순하다. 하나 이상의 이데올로기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떠한 이데올로기 이론이라 하더라도 단지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의 설명에만 그쳐서는 안 되며, 또한 ‘프롤레타리아 이데올로기’의 가능성도 설명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이상 봉기의 발발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들뢰즈와 가타리에 대한 반론으로 바디우는 설령 대중이 지배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욕망에 기만당하는 것이며 그 욕망을 자신과 주체적으로 동일시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스파르타쿠스의 노예 봉기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변한다.
--- p.71
바디우의 주장은 어떠한 마르크스주의 텍스트라도 그 자체로 과거 투쟁들의 투사적인 정치 경험의 농축물이라는 것이다. 역사적 변증법 이론은 그 자체로 어떤 특정한 역사적 정세의 표현물이다. 《주체의 이론》에서 그러한 정세의 흔적-프랑스의 1968년 5월이나 중국의 문화혁명기로 특징지어지는-은 하나의 변증법적 이론이 전반적인 정치적 변화를 설명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 p.85
따라서 라캉의 대화 치료에 대한 간결한 정식은 “상징적인 것을 통해 실재를 치료한다”이다. 바디우의 판단에서 이는 또한 마르크스주의적 실천에 적합한 정의로도 기능한다. 즉 사회적 기능장애의 실재-계급 적대-를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당 조직이라는 상징질서를 통해 치료한다는 것이다.
--- p.99
변증법적 유물론은 사유를 존재와 구별하여, 앎의 과정이 존재에서 시작된다고 규정하며, 반복을 수반하지만 새로운 앎으로 귀결되는 나선형을 그 과정의 모형으로 삼는다. 진리에 대응되는 형상은 비틀림이다. 오래된 관념들과 새로운 관념들 사이의 투쟁이라는 마오주의적 주제로부터 영감을 끌어내, 바디우는 모든 진리는 새롭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 테제는 그의 철학의 모퉁잇돌이 될 것이다.
--- p.106
《주체의 이론》에서 바디우는 경직된 국가조직으로서 레닌주의 정당 너머의 마르크스주의 정치를 사유하는 과제에 착수한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그는 당을 주체로서, 다시 말해-네 가지 주체효과의 양상들 속에서 일어나는-국가의 소멸로서 재사유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변화의 출현에 대한 문제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어떻게 정치적 변화를 유지하고 지탱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 p.121
우리는 진리절차를 ‘믿는’ 것이 아니라, 최초의 사건이 상황과 관계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경우에-그리고 오직 그럴 경우에만-진리절차에 의해 사로잡히게 되며, 말하자면 이주 노동자들이 정치적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옳다고 결정할 경우에 그 결과로서의 정치적 절차에 개입하게 되는 것이다.
--- p.239
바디우에게 있어 상태는 하나의 존재론적 개념이며 정치적인 국가와 등가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최초의 하나로 셈하기 이후에 상황 속에 현시된 다수들에 대한 모든 가능한 재편된 집단을 한데 모아내는 이차적인 구조화의 원리이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화 원리의 편재성을 인정하는 것은 부정의의 영구성을 포용하는 것과 동일하지 않다. 즉 새롭게 보충된 상황의 상태는 최초 상황의 상태와 동일한 상태가 아닌 것이다-이것이 바로 그것이 구축되는 동안 대항상태라 불리는 이유이다.
--- p.241
바디우 철학의 전반적인 규정은 순수한 해석에 관여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철학의 조건화라는 기초 위에서 자신의 논지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조건화는 수학적인 것일 수 있으며, 바디우의 메타존재론에 대한 보충 또는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결과 ‘수학은 존재론’이라는 최초의 테제는 오직 조건화에 대한 추가적인 철학적 경험을 통해 비판되거나 지지될 수 있다.
--- p.259
중학교가 폐지되어야 합니다. 11~15세의 모든 젊은이를 예외 없이 생산적 작업에 편입시키고, 〔지금의〕 절반 정도의 시간이나 혹은 4분의 1 정도의 시간만 공부하는 데 쓰도록 해야 합니다. 그들은 16세가 되면 전업 학생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고, 모두 끈기 있는 ‘노동자’의 모습을 하고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후반기의 공부가 그들의 미래를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진리절차들에 대한 일종의 입문 의례를 제공하게 되겠지요. 그 이후에 노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조직되어야 하며, 모든 사람이 각자 ‘다형적인’ 노동자가 될 것입니다. 실제로 이것은 공산주의적 프로그램입니다.
--- p.280~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