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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음, 딸의 마음
그 사이에 놓인 지극히 멀고 가까운 거리에 대하여 엠마뉴엘 우다의 그림 속에서 엄마와 딸은 잔뜩 피어난 꽃과 나무들 사이에 있다. 거기에는 나비와 토끼, 코끼리와 앵무새도 함께한다. 온갖 생명이 넘실거리는 사이, 엄마의 흰 피부는 상처입고 혈관을 드러낸 채 기이하게 변형된다. 엄마는 새가 되기도 하고 나무가 되기도 한다. 『엄마』의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그림은 하나의 장면에 여러 가지 의미를 겹겹이 포개어 놓아서 즉각 이해되기보다 오래오래 곱씹어 봐야 한다. 불이 활활 타오르는 램프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딸이 가진 나침반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시적인 글 텍스트 역시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 차 있어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하나하나 의미를 찾고 되새기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바느질과 검술을 능수능란하게 해내고 때로는 반짝이다가 때로는 어두워지는 엄마는 딸에게 불가해한 존재다. 그런 엄마를 쉽고 뻔하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엄마가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다. 앞부분에서 엄마와 딸은 서로를 응시하며 서로에게 강력하게 결속되어 있지만 엄마가 여우 굴 속에 들어간 이후 딸은 내내 엄마의 등 뒤를 바라본다. 그러니 두려울 수밖에. 과연 이 분리 불안은 해결될 수 있을까? 이윽고 엄마가 대답한다. 두려워하지 말라고. 그리고 엄마는 딸이 태어났을 때, 처음 엄마가 되어 아기를 품에 안았을 때의 마음에 대해 들려준다. “네가 태어났을 때 내 마음에 새의 노래를 새겼단다. (…) 너에게 가는 길은 결코 잊을 수 없단다.” 엄마는 모든 인간이 그러하듯이 지치고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겠지만, 그래서 진짜로 굴속에 숨어 버리는 때도 있겠지만 결코 아이를 잊지는 않을 것이다. 분리 불안은 모든 인간에게 뿌리깊게 존재하는 근원적인 두려움이지만, 우리가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언제나 분리 불안을 떨쳐내고 새로운 장소와 시간으로 걸어들어가야 한다. 성장도 인생도 결국은 분리불안을 극복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란 우리가 최초로 넘어야 할 날카로운 유리산일지도 모른다. 한없이 베풀어주는 모성이 나약한 신화라면 엄마에게서 떨어져 나와 엄마를 대등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순간은 지극한 현실 그 자체다. 딸은 자라서 엄마가 되고, 다시금 딸에게 가는 길을 가슴에 새길 터. 알고 보면 모든 인류의 역사가 거기에 담겨 있다. 따라서 그림책 『엄마』는 엄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다. 어쩌면 이 아름다운 그림책은 탄생의 순간을 거쳐 온 우리 모두가 그 자체로 특별하다고 다독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