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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 2

모나코 2

김광호 | 아담 | 2022년 04월 2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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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50쪽 | 496g | 152*210*17mm
ISBN13 9791164200078
ISBN10 1164200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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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그때 나는 울고 있었다. 어쩌면 쏟아지는 빗물에 가려 누구도 내 눈물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침잠해있던 슬픔의 덩어리들이 터져 나오는 것을 구태여 참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잘 해왔다.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나와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공부했고, 기숙사 생활도 잘했다. 하지만 실연과 배신의 상처를 완전히 극복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보낸 편지를 제대로 읽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일은 쉽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기억도 그처럼 쉽게 정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로봇일 것이다.
강의를 들으면서, 전철로 통학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마음껏 달리면서, 그리고 산을 오르면서, 나는 내 자신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고지를 점령하려는 적병들처럼, 고통의 기억들은 나의 빈틈을 치열하게 비집고 들어왔다. 그들의 총칼은 나의 심장을 찌르고 구멍을 내며, 너는 어딜 가도 행복할 수 없어,라고 윽박지르는 듯 했다.
--- p.80

나는 고열에 시달리며 방 안에서 누워 지내야 했다. 양모수가 날마다 나를 찾아와 간호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나는 머지않아 죽게되리라는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죽는 것은 그다지 두렵지 않았으나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양모수는 흐느끼며 내게 말했다.
“단 몇 년만 더 살아 있어주오. 당신이 이대로 떠나면 나 역시 더는 살 수가 없을 것 같소.”
나 역시 흐느끼며 말했다.
“폐하, 당치 않은 말씀입니다.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당신은 건강히 오래 사셔야 합니다.”
“당신이 없는 데 다른 게 다 무슨 소용이오.”
“내가 저 세상에 가면 폐하를 지켜드리겠어요.”
양모수의 지극한 간호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름시름 앓다가 마침내 임종을 앞두게 되었다. 양모수도 체념한 듯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보구려.”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생에 또 만나기로 약조해 주세요. 이번 생에서는 이렇게 아쉽게 이별 하지만 다음 생에 다시 만나면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기로 해요.”
“약조하겠소. 꼭 그렇게 합시다.”
그는 소리 없이 울었고 나 역시 나는 그를 남겨두고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숨죽여 울었다.
그 생에서의 내 삶은 그렇게 끝났다. 최면에서 빠져나와 눈을 떠보니 나의 눈자위는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내 곁에서 나를 지켜보았던 박희준도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 p.148

“슈베르트의 음악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이 ‘겨울 나그네’인데,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도 만들어졌어. 물론 너희들은 못 봤겠지만 나는 이 영화를 젊을 때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이 곡을 들으면 그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르고는 하지.”
27년 전에도 했던 이야기였다. 그때 나는 그의 강의를 듣고, 비디오 대여점으로 달려가 ‘겨울 나그네’ 라는 영화를 빌려 보았었다. 그가 감동했듯이 나 역시 감동했다. 그리고 이 영화처럼 순수한 사랑을 애타게 그렸다. 나의 그에 대한 첫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5살의 여학생을 사랑에 흠뻑 빠지도록 만들었던 20대의 젊은 음악 선생님은 아직도 똑같은 학교에서 똑같은 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라는 건 분명히 알 수 있었지만 그는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머리가 햐얗게 센데다가 얼굴에는 주름이 짙게 잡혀 있고 몸도 구부정해서 그동안의 세월을 실감할 수 있었다.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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