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단지 백화점 혹은 유통업 종사자를 위한 책이 아니다.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바뀌어 있는, 지금 이 격변의 시대에서 살아남는 지혜에 관한 책이다. 달리 말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별이 무의미해지는 하이브리드 채널의 시대에 대응해야 하는 모두의 전략에 관한 책이다. 자본을 갖춘 큰 회사가 아니더라도, 나아가 유통업이 아니더라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공간을 활용하고, 어떻게 언택트와 컨택트의 조화를 도모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찾고 있을 해답을 함께 구해보기로 한 것이다. --- p.12
‘이곳은 나의 공간이다’ 이렇듯 개별 고객이 자기 정체성을 동일시할 수 있는 공간을 ‘페르소나 공간persona space ’이라 명명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페르소나 공간이란, 공간이 이용자의 페르소나에 부합하는 개인적 취향, 흥미, 가치관, 라이프스타일 등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기획된 공간이다. 나아가 고객이 공간에서 자신의 취향 등을 발견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공간을 말한다. --- p.55
퀴즈 하나. KBS의 대표 음악프로그램인 「열린음악회」와 「가요무대」 중 어떤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더 높을까? 참고로 2021년 7월 26일 「가요무대」의 출연진은 강혜연, 강민주, 한혜진, 강소리, 송대관, 허참, 이자연, 태진아, 김성환 등이었고, 같은 주 「열린음악회」의 출연진은 송소희, 김준수, 김연자, 잔나비, 최백호였다.--- p.64~65
대한민국의 백화점을 다 가봤다는 사람에게 입점 브랜드들의 이름을 들려주면서, 그것이 어느 백화점인지를 맞춰보라고 한다면, 정답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사실 어느 백화점이든 입점하는 브랜드가 대동소이하기에, 브랜드만으로 백화점을 차별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입지가 중요했다. --- p.92
레이아웃은 구매 촉진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도 기능한다. 예를 들어 유니클로에 들어서면 천장부터 바닥까지 꽉 채워진 상품, 마네킹, POP가 도배된 좁디좁은 매장 레이아웃이 고객을 압도한다. 하나의 상품에 강력하게 초점이 맞추어진 아이템 진열에서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분명한 메시지가 들린다. “고민하지 말고 구매하라!” 반면 더현대 서울의 ‘디스이즈네버댓’ ‘쿠어’ 매장은 유니클로 매장과 다르다. 카운터가 중앙에 있을 뿐 아니라 패션 매장임에도 마네킹조차 없다. 상품을 휑하다 싶을 정도로 듬성듬성 진열한다. 초반에는 로고도 없었다고 한다. 기존의 디스플레이 레이아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도대체 ‘구매’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레이아웃이다. --- p.161
흔히 “나이키의 경쟁자는 아디다스가 아니라 닌텐도”라고 말한다. 나이키는 운동화 시장을 놓고 아디다스와 싸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여가 시간을 놓고 닌텐도와 다퉈야 한다는 의미다. 이 경우 나이키는 단순한 스포츠용품 회사가 아니라 청소년의 여가를 책임지는 회사가 된다. 이처럼 브랜드들은 이제 자신의 정체성을 업태로 정의하지 않는다. 식품업계는 소비자의 건강한 삶을 지향하고, 침구업계는 잠을 매개로 소비자의 일상을 보살피는 서비스를 표방한다. --- p.181
오프라인 리테일은 위기인가? 과거처럼 단지 100가지의 물건을 늘어놓는 공간이 위기일 뿐이다. 상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느끼는 쇼핑의 본질적 즐거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리테일테크는 늘 새로운 쇼핑의 즐거움을 찾는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미래 유통의 열쇠가 될 것이다. --- p.233
소비의 두 축은 필요와 욕망이다. 온라인 채널이 편리함과 저렴함을 무기로 필요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면, 오프라인 공간은 경험과 재미를 통해 정체성의 욕망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 정체성의 욕망이 실현되는 공간이 바로 페르소나 공간이다. 그렇다면 이제 모든 구매요소가 소용돌이치며 뒤섞이는 뉴리테일 시대에 모든 소비공간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자명해진다. ‘페르소나 공간’으로 진화하라.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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