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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공주님을 사랑하게 된다면 2

시한부 공주님을 사랑하게 된다면 2

제로노블(Zero Novel)이동
전후치 | 동아 | 2022년 05월 1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1 리뷰 15건 | 판매지수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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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564g | 147*210*21mm
ISBN13 9791163025832
ISBN10 116302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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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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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에 일렁이는 슈엔 강이 눈앞에 펼쳐졌다.
키로나는 작게 감탄하며 풀숲에 바로 주저앉았다. 삭막하던 계곡이 이렇게 맑은 물로 가득 차 있는 건 낮이든 밤이든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지난 5년간 키로나는 다채로운 세상을 접했다. 궁은 천국을 구현해 놓았다 칭송받는 곳이었고 키로나는 자신이 태어난 궁 밖을 나가 본 적이 없어 당연히 황궁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성벽 너머에는 새로운 세계가 있었다.
이럴 때면 마물을 사냥하러 온 게 아니라 꼭 여행이라도 온 기분이었다. 떠나기 전 동생들에게 세상을 보고 오겠다고 거짓말을 했던 것처럼.
“원래 이렇게 밤에도 아름다운 곳이야?”
키로나는 입을 벌리고 물었다. 바닥에 끌리는 키로나의 망토를 보고 제이드는 기겁하며 제 망토를 벗어 깔아 주더니 대답했다.
“마물만 없으면 그렇습니다. 이곳의 실체를 알고 나면 아름다워 보이지 않으실 겁니다.”
“너도 세이렌을 본 적이 있어?”
제이드의 단호한 태도에 키로나는 물었다.
“아뇨. 하지만 들은 바는 많습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게 세상에는 많으니까요.”
제이드는 겁을 주듯 말했지만 아직 강물은 고요했다. 키로나는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잠깐의 평화를 즐기기로 했다. 닥치지도 않은 일을 두려워하느라 들뜬 마음을 가라앉힐 필요는 없었다. 동부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곳. 오늘만 사는 자들의 땅. 그러니 웃을 수 있을 때는 실컷 웃어야 했다. 키로나는 실실 웃으며 괜히 제이드에게 농담을 했다.
“젤다가 세이렌들이 꼭 너처럼 잘생겼다고 했잖아. 정말 그럴까?”
허리를 쿡쿡 찌르며 짓궂은 질문을 하자 제이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공주님, 제 입으로 제가 잘생겼다고 말하게 하지 마세요. 맞는다고 해도, 아니라고 해도 바보 됩니다.”
키로나의 장난에 이골이 난 그의 반응은 영 재미가 없었다. 키로나는 대놓고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입꼬리를 아래로 내리면, 제이드는 머리를 쥐어짜 내서라도 키로나를 즐겁게 해 주려 애쓰곤 했다. 그는 키로나의 우울을 두려워했다.
키로나는 그게 일종의 방어 기제라고 생각했다. 키로나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그는 굳이 상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몹쓸 짓인 줄 알면서도 키로나는 가끔 그에게 어리광을 부렸다. 그 순간 그의 눈에 맺히는 감정이 키로나의 생존을 증명해 주는 것만 같아서. 게다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감정에는 여느 사람들과 같은 동정심은 전혀 섞여 있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그건 아직 자신이 살아 있고, 이곳에 제 편이 있다는 하나의 표식 같았다.
제이드는 잠시 고민하더니 한마디를 내뱉었다.
“세이렌을 본 적이 없어서…… 처음 마주쳤을 때, 공주님이 세이렌인 줄 알았습니다.”
“너 나랑 강에서 안 만났잖아.”
“이상하잖아요. 그 넓은 숲에 웬 예쁜 여자가 갑자기 나타나서 입술을 들이대는데 세이렌이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망원경의 초점을 맞추며 중얼거리던 제이드는 입을 다물고 나서야 뭔가 이상한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그대로 굳어졌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석상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 키로나는 의도치 않게 얻어 낸 그의 양심 고백에 웃음을 힘겹게 참아 냈다.
“너 내가 세이렌인 줄 알았어? 예뻐서?”
“아니, 제가 감히 공주님을 평가한 게 아니라…… 그때는 진짜 마물인 줄 알고 그랬습니다. 먼저 이상한 짓을 하시니까…….”
제이드가 식은땀을 흘리며 뒤늦은 수습을 하려 애썼다. 그 모습이 더 재미있었다. 키로나는 귀까지 새빨개진 제이드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물었다.
“그래서, 내가 너를 홀렸니?”
펄펄 뛰며 아니라고 할 줄 알았는데, 제이드는 대답 자체를 하지 못했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몸 밑에서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그들 사이를 떠돌았다. 의도와 달리 이상해진 분위기와 생각보다 더 당황한 제이드 때문에 키로나는 입가에 걸었던 웃음마저 거두어야 했다.
“농담이었어. 정색하지 마.”
제이드는 고개를 홱 돌리며 그가 내려놓았던 망원경을 집어 들었다. 그는 키로나를 바라보지도 않고 말했다.
“네, 순간 홀렸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바보처럼 얼빠져 있었죠.”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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