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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판본 리커버

[ 고급 벨벳양장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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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466g | 137*198*22mm
ISBN13 9791190669474
ISBN10 1190669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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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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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격리해 특별 치료를 해야겠습니다. 내가 병원에 전화를 할 테니 환자를 구급차로 옮기도록 하죠.”
두 시간 후 구급차 속에서 의사와 수위의 아내는 몸을 숙여 환자를 바라보았다. 갈증이 풀린 환자의 입에서 말이 끊기며 나왔다. “쥐새끼들!” 푸르스름한 입술은 촛농 같았고 눈꺼풀은 무겁게 아래로 축 처졌으며 호흡은 밭았고 멍울의 통증 때문에 몸이 갈갈이 찢기는 것처럼 보였다. 수위는 몸 위로 이불을 끌어 올리고 싶어 하는 것인지 아니면 땅속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의 부름을 받은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이불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보이지 않는 무거운 것에 짓눌려 숨이 막혀오는 것 같았다. 수위의 아내가 눈물을 흘리면서 물었다.
“더 이상 가망이 없는 건가요, 선생님?”
“돌아가셨습니다.” 리외가 말했다.
--- p.34

환자 몇 명만 보고는 전염병이라고 할 수 없으니 예방책만 세우면 된다. 마비, 탈수 증세, 눈의 충혈, 지저분해지는 입술, 두통, 가래, 극도의 갈증, 헛소리, 전신에 돋는 반점, 혼미한 정신, 그리고 마침내…. 그가 알고 있는 이러한 증상들을 이렇게 정리하다가 그 끝에서 한마디 말이 머릿속에서 되살아났다. 그가 읽은 의학 서적에서 이 같은 증세를 열거한 후 결론처럼 끝맺는 말이었다. ‘환자는 맥박이 실낱같이 미약해지고 몸을 약간 움직이고는 숨이 끊어진다.’ 그렇다. 이러한 증상들 다음에 환자는 마치 실에 매달린 것 같은 상태가 되었다. 정확히 환자들 중 4분의 3은 자신의 죽음을 재촉하는 이 희미한 움직임을 하려고 애쓰는 것이었다.
--- p.55

세상의 악은 거의 무지에서 오고 선의도 총명한 지혜가 없다면 악의만큼 큰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악하기보다는 차라리 선하지만, 사실 이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은 다소 무지하며 이는 미덕 혹은 악덕이라고 불린다. 가장 절망적인 악덕이란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믿고 다른 사람들을 죽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살인자의 영혼은 맹목적이며, 최대한 지혜를 키우지 않으면 진정한 선의도, 아름다운 사랑도 없는 것이다.
--- p.173

구덩이마다 밑바닥에는 아주 두껍게 넣은 생석회가 김을 뿜으며 부글댔다. 구덩이의 가장자리에도 생석회가 공중에 거품을 터뜨렸다. 구급차가 왔다 갔다 하던 것이 끝나면 들것들이 줄지어 있었고 거기에 담긴 뒤틀린 알몸의 시신들이 거의 나란히 붙어 구덩이 밑바닥에 쏟아지고 그 위에 생석회, 그다음에 흙이 덮였다. 하지만 그것도 다음에 들어올 시신들을 위해 일정한 높이까지만 덮었다. 다음날 가족들은 서류에 서명을 하라는 부름을 받았다. 이는 사람과 개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 p.232

“아뇨, 신부님.” 리외가 말했다. “사랑에 대해 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고통을 받도록 만들어진 세상이라면 죽어도 거부하겠습니다.”
파늘루의 얼굴에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아! 선생님.” 파늘루가 슬프게 말했다. “은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방금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리외는 다시 벤치에 몸을 기댔다. 그는 저 깊은 곳에서 피로가 다시 찾아오자 좀 더 부드럽게 말했다.
“나는 그런 것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신부님과 토론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신성 모독과 기도를 초월해 우리를 한데 묶어주는 무엇인가를 위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것만이 중요합니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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