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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젤과 그레텔의 섬

헨젤과 그레텔의 섬

읻다시인선-1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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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68g | 115*190*8mm
ISBN13 9791189433390
ISBN10 1189433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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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섬은 그 후 코끼리의 형상으로 고요히 우리를 기다려온 것이다 하늘과 반짝이는 양치식물이 있는 숲 그늘로 우리를 데려가기 위하여
--- p.19 「헨젤과 그레텔의 섬」 중에서

깊은 숲속에서 양치식물의 포자가 금빛으로 쏟아지는 소리가 났다 부뚜막 안에서 마녀가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이의 호주머니에 더는 빵 부스러기나 조약돌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게 짧은 여름의 끝에 그이는 죽었다 그것은 작고 투명한 유리잔 같은 여름이었다 그런 여름을 사람들은 사랑이라 부르는 듯했다
--- p.21 「헨젤과 그레텔의 섬」 중에서

벽 위에 작은 별처럼 남겨진 여러 개의 얼룩들이 점점이 박힌 그것들을 이어봐 어린 날 우리가 밤마다 그리던 이상한 동물들이 거기 있잖아
--- p.47 「나무의 집」 중에서

봄은 머지않아 밤입니다
--- p.109 「봄의 모자이크」 중에서

오빠는 말했다 도라는 세계의 미숙한 원형이란다 코끼리에서 새에게로 새에서 도마뱀에게로 도마뱀에서 조개에게로 조개에서 인간에게로 끊임없이 전송되는 나선형 음계가 보인다 도라에게서 발신되어 무한히 이어지는 녹색 모음 계열은 다시금 도라의 귀로 되돌아가고 도라는 듣고 있다 우리 안의 ‘ㅏ’를 수런거리게하고 표표히 떠도는 우리의 ‘ㅣ’를 끌어들여 느릿한 모음의 리듬이 구형의 하늘을 맴도는 것이다
--- p.23~25쪽 「도라의 섬」 중에서

어린 날에는 창을 열면 하늘의 내부가 보였다 하늘 밑바닥에는 멸종된 모아들의 뼈가 별처럼 포개져 있었다 새벽과 초저녁이 분주하게 교차하며 예민한 낮별들이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작게 회전하며 보이지 않는 새들의 궤도 위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 p.33 「모아가 있던 하늘」 중에서

아무리 드넓은 바다에 잠겨도 젖는 일이 없었는데 물방울 하나에는 빠질 수가 있었다 바람을 가르며 태양을 향해 날자 온몸에서 오렌지색 향기가 났다 바닷속 코끼리 같고 하늘 위 고래 같은 그 이름을 불러본 이는 아직 없었다 오직 한 번뿐인 오직 한 마리의 생명체였다 그 생명체는 만약 천 일의 태양빛이 있다고 한다면 천 번에 또 한 번을 더한 만큼의 호흡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뜨거운 세기였다
--- p.37~39 「코끼리 나무 섬에서」 중에서

아이들이 알 속에서 꿈을 꿉니다 아이들의 엷은 눈썹과 입이 있는 곳은 멀리 나뭇가지와 구름에 겹쳐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알 속은 푸른 어둠입니다 아이들이 짧은 손과 발로 태어나는 연습을 반복합니다 어떤 아이는 뱀이 되어가고 어떤 아이는 물고기가 되어갑니다 아이들의 몸통은 이미 어둡습니다
--- p.111~113 「알」 중에서

어머니가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 속에서 달팽이 한 마리가 기어 나옵니다 졸음 가득한 달팽이입니다 선홍색 더듬이를 움츠리고서 달의 언덕을 올라갑니다 아이가 종종 뒤따라갑니다 지의식물이 솨솨 푸른 홀씨를 날립니다 바람이 입니다 어머니가 창밖으로 손을 뻗어 보름달의 돛을 끌어 내립니다
--- p.117 「분주한 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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