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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아이

살아남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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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24g | 145*207*21mm
ISBN13 9791167900258
ISBN10 116790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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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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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의 휴대폰에는 남자의 사진이 한 장 더 저장되어 있었다. 유괴범의 영정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은정이 목사로부터 건네받은 후 다시 지희에게 보내준 것이었다. 지희는 은정이 자신에게 그 사진을 보낸 까닭을 알고 있었다. 그는 지희의 대답을 원하고 있었다. 이 얼굴이 맞다고 말해줘. 내 딸을 죽인 범인의 얼굴이라고.
--- p.18

“예전에도 그랬지. 넌 날 범인이라고 했어. 그다음엔 또 그랬지. 사실 기억이 안 난다고. 잘못 본 것 같다고. 매번 그런 식이야. 멋대로 상상하고, 함부로 말을 내뱉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지. 네가 어떻게 일을 망쳐놓는지 봐라. 넌 여전히 그대로야. 달라진 게 없어.”
“이번 일은 죄송해요. 그런데요, 전 제가 보고 느낀 게 전부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래? 그런데 넌 왜 끝까지 네 주장을 지키지 못하지?”
“그건…….”
“너도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 모르니까! 네 말의 신빙성은 딱 그 정도인 거야.”
--- p.151

정말로 그만두고 싶어. 기억나지 않는 얼굴을 그리고 또 그려대는 거, 나도 답답하고 지긋지긋해. 근데 그래야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았어. 눈앞에 그 인간이 지나가는데, 그놈이 날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정작 나는 모를 거라고 생각하면 무서웠으니까.
--- p.186

생수로 시현의 상처를 씻어내고 약을 바르며, 규연은 미성의 깨진 무릎을 떠올렸다. 그때도 이렇게 피를 닦아줄걸. 아프냐고 물어볼걸. 그리고 나도 사실은 상처가 아파서 매일 밤 펑펑 운다고 말해줄걸.
--- p.205

지희에게 끔찍한 내상을 입힌 것은 유괴범이었지만, 오랜 시간 서서히 지희의 마음을 갉아먹어온 쪽은 은정이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그 책임을 지는 것이 맞지 않은가. 은정은 종종 지희 역시 피해자라는 사실을 잊은 듯이 굴었는데, 지희는 매번 그걸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람들은 왜 자신이 겪은 고통이 타인을 향한 폭력에 당위성을 부여해준다고 믿는 걸까.
--- p.241

무책임한 말들은 나이테처럼 지희의 안에 고스란히 흉을 남겼다. 그러나 그와 같은 공격에는 좀처럼 내성이 생기지 않았고, 경험은 이미 알고 있는 공포를 일깨울 뿐이었다.
--- p.250

마침내 마주한 진실은 지희를 아프게 찔러댔다. 어쩌면 미성은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 대신 죽는 쪽은 자신이었겠지만. 그런데 어째서 둘 중 하나만 살아남는 결말이어야 했을까. 둘 다 살아 돌아올 수는 없었나.
나는 너를 놔두고 도망쳤지. 네가 나 대신 죽어가는 것도 모르고. 미성의 존재를 잊은 채 달음박질치던 순간을 떠올리면 한없이 죄스러웠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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