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다넬은 아주 오래된 어느 숲에 있는 꿈에서 깨어났다.
--- 「첫 문장」 중에서
아침 식사를 하면서 두 사람은 남는 방 문제를 두고 처음부터 다시 의논하기 시작했다. 다넬 부인은 그 방에 가구를 들여놓자는 계획에 여전히 관심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10파운드로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 p.31
그리하여 그는 날마다 죽음과 유사하며 비실재적인 잿빛 세계에서 살았는데, 어떤 식으로든 이런 삶은 우리 대부분에게 그 자체를 인생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성공해 왔다. 다넬에게 진정한 삶은 광기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가끔 우연히 그 광채에서 반사된 희미한 형상들이나 그림자들이 삶의 행로에 드리워졌을 때, 그는 두려워했으며 스스로 온전한 “현실”이라 불렀을 법한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건들과 관심사에서 위안을 얻었다.
--- p.57
“물론 여행을 했지요. 지도를 사지는 않았어요. 지도에는 모든 것이 표시되어 있고, 이름이 붙어 있고, 구획되어 있어서 아무래도 여행을 망칠 것 같아서요. 내가 원했던 바는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곳을 간다는 느낌이었어요. 터무니없는 생각 같지 않나요? 런던, 아니 영국에 마치 그런 곳이 있을 수나 있냐는 듯이 말이에요.”
--- p.77~78
그들은 좁은 길을 따라 빠르게 마차를 몰아 굽이쳐 흐르는 강을 따라 난 도로에 접어든 다음, 허물어져 가는 로마시대의 성벽 옆에 있는 카마엔의 다리를 건넜다. 그러고 나서 그들이 인적이 끊겨 메아리만 치는 마을 언저리를 지나 넓고 하얀 유료 도로로 들어서자 석회암 먼지가 구름처럼 그들을 따라왔다. --- p.161쪽
“물론이지요. 진정한 악은 사회생활이나 사회의 법규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을뿐더러 혹 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수적이고 우연한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건 영혼의 고독한 열정―혹은 고독한 영혼의 열정―이지요. 우리가 만약 이 점을 이해하고 그 온전한 의미를 파악하게 된다면 그것이 정말로 우리를 공포와 경외감으로 가득 채울 수 있을 거예요….”
--- p.187
이것은 이제 비밀로 가득 차 있다. 나는 내가 쓴 다른 수많은 비밀 수첩들을 안전한 곳에 숨겨 뒀는데, 여기에는 많은 오래된 비밀과 몇 가지 새로운 비밀에 관해 쓸 예정이지만 몇 가지는 절대로 적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일 년 전에 알아낸 요일과 달의 진짜 이름을 쓰지 않을 것이고, 아클로 문자나 키안어 혹은 거대한 아름다운 동그라미를 만드는 방법에 관해서도 쓰지 않을 것이며, 마오 게임이나 주요한 노래들에 관해서도 쓰지 않을 것이다.
--- p.192~193
그런 다음 그들은 나를 거기에 두고 갔는데, 가만히 앉아 지켜보고 있으니 물속에서 숲속에서 아주 멋진 백색 인간 두 명이 나와 놀이를 하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응접실의 오래된 상아 조각상처럼 유백색이었다. 한 사람은 다정해 보이는 검은 눈과 진지한 얼굴, 검고 긴 머리칼의 아름다운 부인이었는데, 그녀가 다른 이에게 묘하고 슬픈 미소를 지어 보이자 그 사람은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 p.195
나는 겁이 났지만 그것들 사이로 계속 걸어갔고, 나의 마음은 그 바위들이 심어 놓은 사악한 노래들로 가득했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그것들처럼 내 몸을 비틀고 싶어졌으며, 계속 먼 길을 가다 보니 마침내 그 바위들이 좋아졌고 더 이상 무섭지 않게 되었다. 나는 생각나는 대로 노래를 불렀다. 말하거나 써서는 안 되는 단어들로 가득한 노래였다. 그런 다음 나는 바위 위의 얼굴들처럼 인상을 찌푸렸고, 그것들처럼 몸을 비틀었으며, 시체들처럼 땅바닥에 납작 엎드렸고, 그러다 오싹한 웃음을 짓는 것에 다가가 내 팔을 두르고는 그것을 껴안았다.
--- p.199
그러고 나서 그녀는 나무 밑에 누워 특별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녀가 양팔을 뻗으면 숲 주변에서 커다란 뱀들이 쉭쉭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무들 사이로 미끄러지듯 다가와 그녀에게 기어 올라가 끝이 갈라진 혀를 불쑥 내밀곤 했다. 뱀들은 모두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를, 그녀의 몸과 양팔과 목을 휘감았고, 그녀의 온몸은 꿈틀거리는 뱀들에 휩싸인 채 머리만 보이게 되었다.
--- p.228
“글쎄요, 내 생각에는 원고 전체에 걸쳐 구전에 의해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어떤 ‘절차’에 관한 언급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러한 절차들 가운데 일부는 이제야 비로소 과학의 시야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과학은 아주 다른 경로를 통해서 그것들에―혹은 그것들에 이르는 단계들에―접근해 왔지요. 나는 ‘님프들’에 관한 언급을 이런 절차들 가운데 하나에 대한 언급으로 해석해 왔어요.”
--- p.248
이 무시무시한 날, 대포로 중무장한 30만 명의 대군이 소규모 영국군 부대를 홍수처럼 덮쳤을 때, 우리의 전선에는 한때 단지 패배가 아니라 완전한 파멸이라는 끔찍한 위기에 처한 지점이 한 군데 있었다. 검열 당국과 군사 전문가의 허락을 구해 말하자면 이 귀퉁이는 아마도 전선의 돌출부라 묘사할 수 있는 곳으로, 만약 이 귀퉁이가 무너지거나 부서진다면 영국군 전체가 산산조각 나고 나머지 연합군은 등을 돌릴 것이며, 필시 스당도 그 뒤를 따라 무너질 것이었다.
--- p.257~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