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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과 가죽의 시
중고도서

바늘과 가죽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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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268g | 111*190*20mm
ISBN13 9791190885713
ISBN10 1190885719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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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장편소설] 이야기는 가난한 구두장이 부부를 남몰래 돕던 요정들을 그린 동화에서 기원한다. 인간의 몸으로 살고 있지만 인간보다 정령에 가까운 구두장이 안, 그가 무한한 삶 속에서 무력감과 허무를 넘어 마침내 깨닫게 되는 생의 아름다운 순간들, 그 과정이 한 편의 시와 같이 그려지는 소설 -소설MD 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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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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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생과 계약과 응징과 구원을 말하는 수많은 옛이야기의 패턴 가운데, 어느 인디언 부족으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세상 창조를 마친 뒤 신은 사랑하는 인간들의 몸속에 ‘영원한 빛’이라는 걸 선물로 심어주었는데, 이후 인간들은 교만과 불순종으로 인해 세계인들에게 널리 익숙한 홍수 신화와 같은 루트를 타고 ‘영원한 빛’을 영원히 박탈당함으로써 그것이 죽음의 기원이 되었다는.
그 심판의 유래는 어디까지나 인간들의 것일 뿐 안과 같은 존재들의 몫은 아니다.
--- pp.30~31

* “그래도 일단 갖고는 있으려고요. 생각해보면, 이제 아이가 없다고 해서 하던 작업을 중단한다는 게, 그건 좀 아닌 것 같았어요. 누구도 신지 않을 것,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서…… 더는 쓸데없어진 것이라는 이유로, 아름답게 완성시키면 안 되나?”
--- p.141

* 안은 미아 앞에 올려둔 상자 뚜껑을 연다. 곧 얼굴을 수그려 갑피에 입술이라도 댈 것만 같은 미아의 복합적인 표정은, 형제들이 어떤 이유나 당위나 보상을 생각지 않고 지은 것으론 마지막이라고 볼 수 있는, 가난한 구두장이 부부가 잠든 곁 작업대 위의 구두를 떠올리는 듯하다. 유진과 같은 보통의 사람이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영역에 새겨진 감정이, 유한과 무한의 사이 그 어디엔가 자리한 존재의 오랜 허무가, 한 켤레의 구두에 담겨 있다.
--- p.144

* 안은 웬만해서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미아, 너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언젠가 네가 혼자가 되더라도 사실은 처음부터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우리에게는 찰나에 불과한 시간만을 머물렀다가 부서지고 사라질 세상의 모든 것을 붙들기 위해 자기도 모르게 뻗고야 마는 손을, 변함없이 바늘을 쥐는 손만큼이나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 p.170

* 유진의 손짓이 머무는 곳에, 발끝이 닿은 자리에 물방울처럼 튀어 오르는 작은 존재들이 보인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정말로 보이지 않는 걸까. 하나, 둘, 셋……. 마지막으로 목격한 지 오래되어 확신할 수 없으나 분명 인간의 지식으로 판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음악에 몸을 맡기고 부드러운 동작으로 무대를 서성이고 있다. 그 존재들은 처음에는 어떤 회의도 불신도 반감도 갖지 않은 빛으로만 감지되었다가 파장의 움직임이 조금씩 선명해지면서 소리와 냄새로도 느껴지고, 어느 때는 한 폭의 움직이는 그림이었다가 타오르는 횃불이었다가 녹아내리는 눈송이였다가 하면서 속성을 자유로이 바꾸더니 다음 순간 리듬과 박자를 갖춘 음악이었다가 마침내는 영원히 낭독이 불가능한 언어로 이루어진 한 편의 시처럼 보인다.
--- pp.169-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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