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에? 저요? 주일학교 교사를 하라고요? 저는 아직…"
말꼬리를 흐리며 황급히 자리를 떴던 16년 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여러분도 언제 어디서 부르심을 받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절대 저처럼 당황하지 마세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면 하나님이 충분히 기다려 주실 거예요. 이미 주일학교 교사인데 여전히 매 주일 당황스럽고 힘들다고요? 걱정 마세요. 아무런 준비 없이 열정 하나로 시작했던 저도 있으니까요. 좌충우돌 저희들의 주일학교 교사 경험과 오랜 기간 쌓아 온 아동학 박사 내공을 담은 이 책이 여러분의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들어가며 1」중에서
"…근데 아이들이랑 만나서 처음에 뭐라고 얘기해요?"
이 가이드북은 그날 저와 같은 막막함으로 처음 주일학교 유아유치부 교사를 시작하는 선생님, 또는 처음 유아유치부를 맡게 된 교역자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을 처음 맞이하는 법, 함께 찬양하고, 말씀을 듣고, 공과 공부를 진행하는 법, 가정과 소통하고 행사를 준비하는 법까지 주일학교에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상황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해야 할지를 아동학 전공 지식과 그간의 경험을 녹여 구성했습니다.
---「들어가며 2」중에서
교사로서, 또 아동학 공부를 하는 학자로서 많은 유아를 만나며 알게 된 점이 있습니다. 그건 유아들은 정말 매력적인 존재지만, 유아들의 특성(발달 수준)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면 그 매력에 깊이 빠져들 수 없어 유아들에게도, 교사들에게도 함께하는 시간이 참 곤혹스러운 시간이 된다는 것입니다.
… 어쩌면 지금 유아유치부에서 경험하는, 혹은 앞으로 경험하게 될 어려움은 교사인 우리의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알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 아닐까요? 유아들을 사랑하려면 '알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알고 나면' 유아들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요?
--- p.14~15
이 책에 담긴 기본적인 원칙은 모두 4가지입니다.
·원칙 1. 유아기는 지식이 아닌 태도를 기르는 시기다.
·원칙 2. 유아들에게는 배우고자 하는 힘이 있다.
·원칙 3. 유아들은 놀이(자발성, 주도성, 융통성, 즐거움)를 통해 배운다.
·원칙 4. 기본 생활 습관은 놀이와 구분된다.
이 원칙들을 가지고 주일학교 교사가 유아유치부에서 만나게 될 유아들과의 첫 만남, 찬양, 예배, 공과 준비 및 주일학교 행사, 가정과의 소통 등 주일학교 상황별 가이드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당장 내게 필요한 가이드를 먼저 읽어도 좋습니다.
--- p.21
주일학교 교사로 부르심을 받고 드디어 새 학기 첫날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고 떨리고 긴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아이들이 올까? 나를 좋아해 줄까? 아빠, 엄마랑 헤어지기 싫다고 막 울면 어떡하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아마 여러분의 마음도 저랑 비슷하겠지요? 하지만 우리를 이곳으로 부르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기억하며,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며 나아가길 원합니다. 그럼 이제 함께 주일학교 교사로서 첫발을 내디뎌 볼까요?
--- p.24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파티장에 혼자서 들어간다고 상상해 보세요. 다들 신나서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느라 내가 왔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누구에게 말을 걸어야 할지도 막막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러분은 어떤 기분일 것 같나요? 살짝 당황스럽기도 하고, '괜히 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거나, 어색함을 넘어 살짝 무서워질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 내게 다가와서 따뜻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자기를 소개하고 인사를 건네네요. 맛있는 음식도 권하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고 합니다. 그때 느껴지는 안도감, 상상이 되나요?
예배를 드려야 하는 우리 유아유치부 아이들의 마음도 바로 이럴 거예요,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전적으로 의지하던 부모님이 사라진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빠르게 안정감을 주는 방법! 그것은 바로 아이들에게 조용히 다가가서 '넌 혼자가 아니야. 이곳에서는 내가 너를 돌봐 줄 거야'라는 안정감과 믿음을 주는 것이랍니다.
--- p.34
아이들이 찬양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예뻐OO(이)는 진짜 찬양을 안 틀리고 잘하는구나! OO(이)에게 모두 칭찬 박수!", "열심히 율동하는 OO(이) 앞으로 나오세요! 맛있는 사탕을 줄게요!"와 같이 평가가 담긴 칭찬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 아이들이 찬양할 때 칭찬하거나 선물 주는 일을 반복하게 되면 즉각적인 보상이 사라지는 순간, 찬양에 대한 흥미와 동기도 함께 사라져 버릴 수 있답니다.
대신 '우리 같이 하나님 앞에서 찬양하니까 참 좋다'라는 마음으로 눈을 맞추며 씩 웃어 주거나 "OO(이)가 사랑한다고 해서 하나님이 참 기쁘시겠다", "OO(이)가 이렇게 신나게 찬양하니까 혹시 예수님도 같이 신이 나서 막 춤을 추고 계신 것이 아닐까?" 등 지금 함께하는 순간에 느껴지는 마음을 재미있게 전달해 보세요. 먼저 찬양의 본질을 바라보며 하나님 앞에서 유아들과 함께 찬양하는 선생님이 되어 주세요.
--- p.55
1) 유아가 선생님에게 말을 걸거나 장난을 칠 때
신나게 찬양한 뒤라 아이들은 말씀 시간에도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놀고 싶어서 말을 붙이거나 장난을 걸 수 있어요. 이때 선생님이 함께 큰 소리로 "얘들아, 쉿! 예배 시간에는 떠들면 안 돼요! 똑바로 앉아야지!" 하는 식으로만 반복해서 주의를 주면 오히려 분위기가 점점 더 어수선해질 수 있답니다. 아이들에게는 긍정적인 반응도, 부정적인 반응도 '선생님의 반응'이 되기 때문이에요.
이럴 땐 유아의 손을 가만히 잡아 주거나 애정을 담아 가볍게 토닥토닥하고, 유아의 눈을 보고 고개를 짧게 좌우로 젓거나 검지를 입술에 올리는 식으로 '비언어적인 주의'를 주는 것이 분위기를 더 차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 p.59
「말씀 수준을 조절하는 법」
· 어려운 단어는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단어들로 바꿔요.
· 긴 문장은 쪼개요.
· 핵심 메시지 외 유아기 아이들이 몰라도 되는 부분(지명, 사람 이름, 어려운 표현 등)은 과감히 생략해요.
· 등장인물이 말하는 내용은 큰따옴표 안에 넣어 대화하듯 말해요(다양한 몸짓과 형용사, 목소리 변화 사용).
· 성인보다 경험이 부족해 배경 상황을 상상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생동감 있게 이야기를 전달해요(예: OHP, 그림자 동화, 막대 인형, 손 인형, 융판 동화 등).
--- p.71~72
전문가의 Tip 「유아들에게 질문하기」
· 유아가 이해할 수 있고 대답할 수 있는 수준의 질문을 합니다.
· 답이 정해진 질문보다 답이 정해지지 않은 질문을 더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등이에요.
· 질문한 뒤에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줍니다.
· 정답을 마음속에 정해 두지 않고 "그렇게 생각했구나", "그럴 수도 있겠다" 등으로 수용해 줍니다.
· 장난처럼 대답한 유아의 질문도 유쾌하게 수용하되, 진지한 태도로 다시 돌아옵니다.
· 유아들이 질문에 답하기 어려워할 경우, "선생님이었으면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서 '야!' 하고 소리 질렀을 것 같아"와 같이 교사의 생각을 먼저 표현합니다.
· 유아들이 한 대답을 한 번 더 그대로 말해 준 뒤 질문을 반복합니다. 예를 들어, "OO(이)는 아빠한테 도와 달라고 했을 것 같대. OO(이)는 어떻게 했을 것 같아?" 등이에요.
·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유아들이 우선 되지 않도록 참여한 유아를 기억하고 대답할 기회를 골고루 줍니다.
· 대답을 거부하는 유아에게는 "조금 더 생각해 볼래?"라고 말하며 편안하게 수용해 줍니다.
--- p.78
행사를 준비할 때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교사가 개별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행사에 전혀 참여하지 못하거나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아이
기질적으로 부끄러움을 많이 느끼고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내성적인 기질을 가진 아이거나 발달이 또래보다 늦어서 교사의 안내대로 잘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참여를 억지로 강요하지 마세요.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주세요. 또래 아이들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흥미를 느끼다 보면 다음 번 행사에는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발적으로 들 수 있습니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기다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래 아이들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면 관객으로서 열심히 박수를 보내고 응원하는 역할도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주세요.
· "나는 여기에서 구경만 하는 게 더 좋아요"라고 수줍게 말하는 아이: "OO(이)는 친구들을 구경하는 게 더 좋은가 보구나. 우리,친구들을 위해서 박수를 보내면 어때?"
· "나는 노래는 부르고 싶은데, 춤은 추기 싫어요…"라고 주저하며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아이: "OO(이)가 노래 부르는 건 좋은데 춤은 추기 싫었나 보구나. 그럼 지금은 노래만 불러도 돼."
· 아주 작은 목소리로 "선생님, 나 이제 하고 싶어요…" 하며 처음에는 하기 싫어했다가 마음을 바꾼 아이: "OO(이)도 무대에 올라가서 노래 부르고 싶구나. 선생님한테 얘기해 줘서 고마워. 선생님이랑 같이 올라가 볼까?"
--- p.95~96
이 책이 유아유치부 교사로 부르심을 받았지만 부담감 때문에 망설이셨던 분들, 이미 유아유치부 주일학교에서 유아들과 함께하고 있지만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걱정되셨던 분들, 어린 유아들에게 어떻게 믿음을 심어 주어야 할지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 답답하셨던 분들 모두에게 작은 등불 같은 지침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위로, '아하! 이렇게 하는 거였구나. 이것만 조금 더 노력하면 되겠다'는 희망을 전해 주는 지침서 말이지요. 그래서 유아유치부 예배가 유아들과 선생님들, 부모님들에게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다윗과 같이 하나님 앞에 춤추며 나아가는 시간이 되 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마치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