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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고 싶다는 말

닿고 싶다는 말

: 공허한 마음에 관한 관찰보고서

리뷰 총점9.6 리뷰 49건 | 판매지수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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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치유 에세이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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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258g | 125*175*20mm
ISBN13 9788934961826
ISBN10 893496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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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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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울하다는 건 그런 거였다. 몸 안에 눈물이 쌓인 상태, 그래서 눅눅하고 곰팡곰팡한 상태, 마음에서 악취가 날 지경인 상태. 그렇다면 할 일이 명확하다. 나를 활짝 열고 볕 속에 두는 것, 그저 볕이 치유하게 두는 것, 그 외의 일은 생각하지 않는 것,
--- p.239

하늘을 올려다보자, 마치 나를 유심히 바라봐온 것마냥 큼지막한 달이 빛나고 있었다. 환하지만 눈부시진 않은 달빛이 여과 없이 밤의 풍경을 비추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닿고 싶다는 말을 하는 중이었다. 재미나고 새로운 것들을 향해, 권태와 외로움과는 먼 것들에게, 나를 다정하고 의욕적으로 만들어주는 것들을 향해, 닿고 싶다는 말을 하는 중이었다.
--- p.194

사람들이 꽉 찬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비는 걸 보고 달은 얼마나 웃겼을까? 저들 멋대로 완전한 달과 완전하지 않은 달을 나누어놓고 차별하는 모습에 달은 얼마나 기겁했을까? 이제는 사람들이 좀 알았으면 좋겠어. 초승달이니 그믐달이니 하는 것, 고작 우리의 시선 문제라는 것을. 달은 언제나 완전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 pp.91~92

가을은 무성한 수목과 요란한 매미 소리가 생명력을 뿜어대던 한여름의 축제가 끝나고 적막함과 공허함이 밀려드는 계절이다. 우리 마음속 슬픔보다 더욱 적막하고 공허한 공기가 가을을 채운다. 그래서 사람이 가을 한복판에 놓이면 삼투현상이 일어난다. 가을이 되면 괜시리 더 서럽고 쓸쓸해 종종 울컥해지는 까닭이다. 그가 눈물을 떨구는 것도 가슴에 맺힌 울분이 가을로 옮겨가는 삼투현상이지 않을까?
--- pp.118~119

J는 좋은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데가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그의 인품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기묘한 말투에서 나는 끝없는 외로움을 느꼈다. ‘나는 이래’가 아니라 ‘나 이렇잖아’라고 말하는 사람. 선언이 아닌 동의를 구하는 사람. 내가 이런 좋은 면이 있다는 건 너도 알지? 제발 안다고 말해줘. 그렇게 매번 간청하는 사람. 자꾸만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사람. 그래서 안쓰러운 사람.
--- p.39

순식간에 제가 상대방 위에 올라탄 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상대의 뺨을 갈겼습니다. 저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걸 느끼며 상대를 내려다봤습니다. 그에게 반격할 의사가 없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분노가 아니라 수치심과 의문으로 가득했습니다. 대체 왜 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진 건지에 대한 의문이었을 겁니다. 저도 같은 의문을 안고 조용히 그의 몸에서 내려왔습니다.
--- p.55

아이의 주체성을 언제부터 인정해줘야 하는지, 아직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 건 내가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는 행위, 당분간은 그것을 경계하는 일에 집중할 참이다. 아내에게 말할 새해 소원은 정했다. 언제든 내가 당신을 위한다는 착각에 빠져 당신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거든, 주저 없이 말해달라고.
--- pp.182~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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