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지는 현실과 상상, 그 경계의 자유로움에서 맛보는 전율이기훈 작가는 지구환경에 대한 경고와 인류를 향한 희망을 그만이 할 수 있는 역동적이면서도 극도로 세밀한 사실주의적 표현에 담아냈습니다. 지구에 종말이 다가오고 그 속에서 희망의 방주를 발견하는 아이가 겪는 상상과, 환경위기에 무감각하게 살고 있는 인류의 현실은 ‘시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매끄럽게 넘나듭니다. 현실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책을 보는 어느 지점에서 상상으로 넘어갔을지 단언하기 어렵지만, 이야기의 끝부분에 이르면 그때서야 독자는 상상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온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그 현실은 또 타임 루프를 통해 이야기의 앞으로 이어지며 상상인 듯 현실인 듯 모호함 속에 머물게 되는 세련된 장면 구성과 연출에 그야말로 짜릿함과 탄성을 짓게 만들지요.작가의 전작인 『양철곰』과 『빅 피쉬』가 건네는 지구를 배반하는 인간에 대한 경고와 『알』에서 보여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설정이 이번 작품인 『09:47』에서는 모두 한 발 더 나아가 농축되어 있습니다. 내용 전개와 표현력, 그리고 메시지 등의 측면에서 뭐 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는 이기훈 작가의 작품 중 최고 걸작이라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