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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652쪽 | 772g | 140*210*35mm
ISBN13 9788934975144
ISBN10 893497514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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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어서 대피하세요! 지금 당장 이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주방이나 무대 출구는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그쪽에 불이 났습니다! 비상구를 이용해주십시오.” 어느새 비명은 울부짖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관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때마다 의자가 쓰러지고 유리잔이 산산조각 났다. 높은 테이블 두 개도 바닥에 넘어져 박살이 났다. 사람들이 비상구 쪽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문 위에 켜진 빨간불은 아직 잘 보였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도 시야는 양호한 편이었다. “트리시! 이쪽이야!” 미셸이 소리쳤다. 이제 그들 사이에는 스무 명 넘는 관객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빌어먹을 가방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인가? “빨리 나가야 해!” 트리시는 인파를 비집고 필사적으로 나아가려 했다. 미셸의 몸이 비상구로 몰려가는 사람들에 떠밀려 잠시 붕 떠올랐다. 트리시도 이내 또 다른 인파에 휩싸여버렸다.
--- p.24

“안에 있던 사람들은 불이 났다고 믿었겠군요. 탄내가 났을 테니까요.”
“그래서 다들 비상구로 몰려들었던 것이죠. 하지만 당시 모든 비상구가 막혀 있었습니다.”
“문들이 다 잠겨 있었단 말인가요?”
“아뇨, 막혀 있었어요. 트럭으로요.”
그가 클럽 서쪽 벽에 바짝 붙여 세워진 견인 트레일러를 가리켰다. 트럭에도 노란 테이프가 친친 감겨 있었다. “저기 보이는 회사 소유 차량입니다. 헨더슨 도매 창고.” 댄스는 넓게 펼쳐진 단층 건물을 바라보았다. 짐 싣는 곳과 그 주변에는 비슷한 트레일러 트럭 대여섯 대가 무질서하게 세워져 있었다. 남녀 직원 몇 명이 화물 적재 플랫폼과 사무실 앞에 서서 클럽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업복 차림의 직원들도 있고, 정장을 걸친 이들도 보였다. 마치 해변으로 쓸려온 고래를 구경하는 사람들 같았다. 암울함 속에서도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고 싶어하는 표정.
--- p.63

“그게 마이클과 제가 솔리튜드크리크에 대해 처음 가졌던 의문이에요. 왜 클럽에 불을 붙이지 않았을까? 왜 총으로 피해자들을 쏘지 않았을까? 그는 관객들이 알아서 죽어주기를 바랐던 거예요. 사람의 지각과 느낌과 혼돈을 가지고 논 것이죠. 사람들이 뭘 봤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뭘 믿는지가 중요하죠. 바로 그게 그의 무기예요. 공포. 모든 게 그가 짠 계획대로 이루어졌어요. 제가 아르델 홉킨스라는 생존자를 만나봤습니다. 인파에 깔려 어깨가 부서지는 부상을 입었는데, 익사 직전 기적적으로 연안 경비대에 구조됐어요. 그녀 얘길 들어보니 솔리튜드크리크 케이스랑 거의 모든 게 일치하더군요. 혼돈에 빠진 사람들. 이성을 잃고 발광하는 사람들. 눈부신 보안등. 그 조명 때문에 사람들이 더 다급했던 것 같아요. 그 와중에 누군가가 창문을 깨고 밖으로 뛰어내리니 지켜보던 사람들도 뭔가에 홀린 것처럼 속속 그를 따라 뛰어내린 거죠. 쥐 떼처럼 말이에요.”
--- p.271

안티오크 마치는 뛰고 있었다. 전력질주. 그는 여전히 손에 글록을 쥐고 있음을 깨닫고 황급히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운동 가방을 어깨에 둘러멘 채 계속해서 내달렸다. 스키 마스크를 쓸까? 안 돼. 그러면 더 의심받을 거야. 잽싸게 뒤를 살폈다. 추격자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상태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이제 곧 동네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할 테니. 터스틴은 갑자기 터져 나온 총성을 무시할 도시가 아니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누가 지원을 요청하고 있을지 알고 있었다. 아파트 밖에서 본 여자. 캐트린 댄스. 그녀가 이곳에 와 있다니! 한 손에 휴대폰을 쥔 그녀는 프레스콧의 아파트에서 불쑥 튀어나온 그를 미처 보지 못했다. 소리 없이 접근해 총을 쏠 수도 있었지만 그는 마음을 접었다. 보나 마나 그녀는 무장한 상태일 것이고, 총을 능숙하게 다룰 테니까.
--- p.311

“네. 그런 이미지와 영상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적잖은 회비를 내고 가입했더군요. 나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정신과 의사들은 알지 않을까요? 관음증, 성적이고 가학적인 콘텐츠. 그 속을 누가 알겠습니까? 지난 몇 시간 동안 많은 걸 배웠어요. 세상엔 이런 사이트가 수백 개 있습니다. 나중에 관련해서 논문을 써볼까 해요. 유사한 사이트도 적지 않습니다.” 그가 턱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실제 죽음과 부상의 순간들. 살펴보니 주문 제작된 영상도 있더군요. 여자 배우들이 총에 맞거나 칼에 찔리거나 화살에 맞는 장면들. 교살과 질식도 인기가 높고요. 강간. 당연히 하드코어도 있습니다. 온갖 무기가 다 등장하죠. 특수효과가 꽤 그럴듯해요. 소름 돋을 만큼 사실적입니다.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여자들이 실제로 살해됐다고 믿게 돼요. 하지만 사실은 그럴듯한 연기일 뿐입니다. 다른 영상에도 같은 얼굴이 재차 등장하거든요. 좋아하는 특정 여배우가 살해되는 영상을 특별 주문하는 남자 고객들도 있더라고요.” 오닐이 속삭였다. “이런 건 처음 봅니다.”
“주로 음지에서 판을 치니까요.” 볼링이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 p.473

“나중에 그런 현장에 가게 되면 주변을 유심히 살펴봐요. 시신이나 부상자들을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을 말이에요. 구경꾼들. 물론 피해자들을 돕는 사람들도 있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도 있고, 넋이 나간 채 멍하니 서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 틈에는 예외 없이 카메라를 꺼내 들고 베스트샷을 건지기 위해 신나게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단순히 호기심에 그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걸 수집하는 ‘전문가’들일 수도 있어요. 나 같은 공급자들인지도 모르고요. 우린 그걸 ‘농사’라고 부릅니다. 사망자와 부상자의 사진을 수확하러 다닌다는 뜻이죠. 우리 같은 사람들을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저지선을 쳐놓고 사람들을 쫓는 경찰들에게 가장 격렬히 항의하는 사람들, 현장에 피가 많이 보이지 않아 실망하는 사람들, 사망자가 없다는 소식에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 농사……. “원래부터 이런 데…… 관심이 있었다고요?” “열한 살 때부터요.” 그의 혀가 입술을 핥았다. 그는 기억을 더듬었다. “그때 처음으로 사람을 죽여봤어요. 세레나. 그녀 이름은 세레나였어요. 난 아직도 그녀를 그리며 살아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 p.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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