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기술개념으로 가상 물리 시스템인 CPS(Cyberphysical system)를 꼽는다. CPS란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가 서로 연결되어 상호 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은 가상 세계가 현실 세계로 회귀하는 아날로그화 또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고, 상호 작용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가 동일시되기도 하고, 이를 넘어 오히려 가상 세계가 현실 세계를 지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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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인류에 가져온 변화는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언택트 시대의 도래는 코로나19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다. 물론 언택트 시대가 우리 삶에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디지털 기술이 일상을 파고든 2000년대 전후부터 다수의 업종에서 언택트 시스템은 존재했다. 일부 영역 혹은 특정 기능을 중심으로 조금씩 확대되던 중이었다. (중략) 이렇게 서서히 영역을 넓혀가던 언택트 서비스는 코로나19로 총체적이고 전방위적으로 확대됐다. 이전까지 언택트 서비스가 구축되어 있지 않았거나, 구축은 되어 있어도 활성화되지 않은 영역에까지 언택트 시스템을 확대하여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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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 쇼핑을 이용하면 물건을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품목의 재고가 몇 개 남았는지 내가 원하는 색깔이 있는지 등 상세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어서 쇼핑이 한결 수월해진다. 옷을 구입하면 셀카 기능을 이용하여, 나랑 잘 어울리는지 몸에 대어 볼 수 있다. 물론, 실제로 물건을 입어 보는 것이 아니라 가상공간의 그래픽과 현실을 겹쳐서 보여 주는 착시를 활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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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이커머스 플랫폼이 24시간 쇼핑을 가능하게 했다면, 향후 메타버스 쇼핑 플랫폼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서, 오프라인 쇼핑과 온라인 쇼핑이 혼합되고 연결되는 쇼핑의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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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0대들이 노는 법을 보면 메타 세계관이 여실히 드러난다. 메타버스 가상공간에서의 경험을 현실 세계에서의 그것과 똑같이 여긴다. 놀이공원, 유명 관광지, 동네 숨겨진 맛집 등 기성세대가 현실 세계에서 경험하고, 주변인에게 공유하는 것을 10대들은 가상 세계에서 활용한다. 그들은 가상 롯데월드를 구석구석 탐방하면서 숨겨진 ‘뷰 맛집’인 히든 스폿 찾아내기 놀이를 하며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그들은 현실 세계에서 하는 것과 똑같은 경험을 가상 세계에서 하고, 이를 공유하며 그 가치를 인식한다. 아바타가 아틀란티스라고 하는 놀이 기구도 직접 타 볼 수 있는데, 놀이 기구별로 타 본 경험을 공유하면서 서로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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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하이브, JYP 등 주요 연예기획사들도 메타 트랜스포메이션 경쟁을 시작했다. 연예기획사들은 주로 K-POP 팬덤을 형성하기 위한 메타버스 플랫폼 및 아티스트 IP(지식재산권) 기반의 NFT 제작을 중심으로 메타 트랜스포메이션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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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이용자가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의 일일 활성 이용자가 4,700만 명인 것에 비교하면 크게 못 미치긴 하지만, 제페토는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과 다른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먼저 제페토 이용자 구성을 보면 90%가 외국인이며, 그중 80%가 13~24세 그룹이다. 그리고 이용자의 약 70%가 여성이다. 아시아인, 젊은 여성, 10~20대가 주 타깃이다. 그리고 현재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동물의 숲 등을 이용자들이 ‘게임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제페토는 이용자들이 게임보다는 주로 자신의 디지털 자아인 ‘아바타’가 살아가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제페토의 이용자들이 제페토를 단순히 ‘게임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제2의 자아가 살아가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만큼, 제페토 안에서는 현실 세계와 유사한 형태의 경제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명품 브랜드의 메타버스 플랫폼 입점을 들 수 있다. 구찌, 디올, 나이키, 랄프 로렌 등 대형 패션 브렌드들도 제페토에서 가상 의류 컬렉션을 공개했다. 그뿐 아니라 가수 겸 배우 셀레나 고메즈와 K-POP 아티스트 블랙핑크가 제페토 안에서 단독 상품을 판매하고 팬 미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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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유명 브랜드가 제페토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제페토의 주 이용자층인 10대, 20대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목적이다. 둘째는 제페토라는 가상 세계에서 현실 세계만큼이나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제페토가 새로운 시장으로서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려는 목적이다. 현재 제페토에서는 약 15억 개의 가상 패션 아이템이 판매되고 있다. 아이템 대부분은 독립 제작자, 즉 개인이 제작한 것이다. 제페토는 아이템을 창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현존하는 그 어떤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에 비해 가상 패션 아이템 시장이 현실의 패션 시장과 가장 유사하게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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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반의 환경에서 거래할 수 있는 암호화(Crypto) 기술을 사용한 전자화폐이다. (중략) 블록체인 기술은 블록에 데이터를 담아 체인 형태로 연결한 다음 수많은 컴퓨터에 동시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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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을 얻는 방법에는 거래소에서 구입하는 방법과 새로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방법이 있다. 채굴(Mining)은 블록체인이라고 불리는 비트코인의 공공 원장에 거래 기록을 추가하는 과정으로, 모든 거래의 정확성을 확인하고 네트워크상에 있는 모든 참여자들이 해당 원장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이뤄진다. 채굴을 위해서는 채굴기를 둘 수 있는 물리적 공간,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전력, 채굴기라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중략) 채굴에 참여한다고 누구나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블록을 생성한 한 채굴자만이 보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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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가 뭘까? 쉽게 말해 콘텐츠의 진품 여부 혹은 소유권을 판별해 주는 ‘디지털 인증서’이자 ‘디지털 콘텐츠의 고유 정보를 담은 기록장’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란 의미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 아직까지 전 세계 NFT 시장은 수집가들이 주도하는 시장이다. 그러나 최근 메타버스 가상공간 속 사람들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아바타가 사는 가상공간을 현실 세계처럼 꾸미고자 하는 욕구가 표출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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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를 중심으로 메타버스는 더 이상 놀이 공간이 아닌 경제활동의 공간으로서 현실 세계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이렇게 온라인 게임, 메타버스 등 가상공간에서 가상 상품을 거래하는 경제 체제를 실감경제(Immersive economiy)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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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E, 게임을 해서 돈을 번다는 뜻이다. 엑시 인피니티 등의 P2E 게임이 세계 게임시장에서 흥행하였고, 많은 국내 게임사들도 글로벌 P2E 게임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국내 게임 기업 위메이드가 2020년에 출시한 모바일 MMORPG ‘미르4’ 글로벌 버전이 대표적이다. 해당 게임은 위메이드가 2000년에 출시한 ‘미르의 전설’ 후속작으로 사실 국내 시장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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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가상공간에서 펼쳐지는 경험은 현실의 경험이라고는 할 수 없다. VR 가상공간에 모여서 회의를 하고, 가상 콘텐츠를 이용하여 몰디브 여행을 다녀왔지만, 막상 VR 기기를 벗고 나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뇌리에는 현실 세계의 회의를 했고, 몰디브 여행을 실제 다녀온 것 같은 느낌과 기억이 남는다. 가짜 경험이지만, 실감 경험이다. 최근 VR, AR 가상 증강 현실 기술의 진화는 실감도를 높여, 이용자들이 현실의 경험을 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준다. 제페토, 로블록스 등에서 아바타로 경험하는 것도 이와 유사하다. (중략) 가짜 경험이지만 대리 경험이며, 정신적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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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 VR, 5G, 디지털 트윈, AI, 블록체인 등 진화된 디지털 기술은 이제 가상 세계 창조를 넘어, 가상과 현실의 연계라는 측면에서 거대한 효과를 보여 주기 시작했다. 인간의 경험을 가상공간으로 확장하고, 가상 경험의 효과나 피드백이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이다. 예를 들면 가상공간에서 홈리스를 체험한 사람들은 이후 주거 지원 정책 동의율이 크게 올라갔다. 일반인들은 홈리스를 제 3자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다가 직접 가상공간에서 경험해 보니 얼마나 힘든 삶인지를 제대로 인지한 것이다. (중략) 놀 거리, 즐길 거리, 일할 공간, 전시 공간뿐만 아니라 이제는 인류가 걱정하는 빈곤, 주거, 질환 등 각종 사회문제와 의료 분야에 까지 메타버스의 가치가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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