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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서 1년 살기

고대 그리스에서 1년 살기

: 소설처럼 읽는 고대 그리스 생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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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508g | 150*215*23mm
ISBN13 9791169187435
ISBN10 1169187439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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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2개월이 지나면 133회 올림피아 제전이 이피타가 꾸려 나가는 농장 근처의 올림피아 경내에서 열리게 된다. 지금껏 이피타와 그녀의 가족들은 몇 세대에 걸쳐 이 제전에 참가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면서 넉넉한 생활을 꾸려 왔다. [중략] 이럴 때 이피타는 보통 1년 정도 농사를 쉬면서 땅이 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데, 내년에는 가을 씨뿌리기가 시작되기 전 그 밭 위로 300여 개가 넘는 천막이 들어서게 된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화장실도 100여 개가 넘게 세워진다는 사실이었다. 밭을 차지했던 사람들이 떠나기 전 그 땅을 기름지게 해 주고, 뿐만 아니라 사용료까지 내고 간다는 건 그녀의 마음을 넉넉히 만들기에 충분했다.
---「10월, 농부」중에서

페르세우스는 한숨을 몰아쉬며 파피루스 두루마리 한 장을 앞으로 끌어당겼다. 국왕이 외교관을 셀레우키아로 파견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한 것 자체는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제 그는 자신의 수하들과 함께 모여 아주 중요한 문제들을 조율해야만 했다. 우선 자신이 자리를 비우는 사이 그 일을 대신해 줄 사람들이 있어야 했고, 나라 밖에 나가 있더라도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안들에 대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소식을 전해 주는 전령들이 필요했다. 또한 셀레우키아까지 가는 길에 지나칠 여러 나라나 도시에 자신보다 먼저 도착해 미리 여러 가지 준비를 해 줄 심부름꾼들도 필요했다. 헬레니즘 세계에서도 최강대국에 속하는 마케도니아의 고위급 관료가 아무런 예고 없이 불쑥 나타나는 것을 기꺼이 반겨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페르세우스로서는 그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줘야만 했다.
---「12월, 외교관」중에서

메톤은 책상 위로 천천히 머리를 숙였다. 9개월이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물론 9개월이면 뱃속의 태아가 세상의 빛을 보기에 충분한 시간일 뿐더러 지하 세계에 붙잡힌 페르세포네가 지상에 머무르기로 한 시간이긴 했다. 그렇지만 9개월 안에 사원 하나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그 규모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아테네에 있는 제우스 신전만 해도, 기원전 520년경 그러니까 약 250년 전에 공사가 시작되어 간간이 일어나는 전쟁과 전염병 등의 방해를 받으며 아직도 짓는 중이었다. [중략] 그렇지만 프톨레마이오스 2세의 명을 받아 이집트에서 찾아온 의뢰인의 입장은 단호했다. 이번 올림피아 제전이 열리기 전에 새로운 세라피스 사원을 세워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없다면 사원을 짓는 일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비용 같은 건 문제가 아니라고 했을 때, 메톤은 과연 정해진 시간 안에 사원을 완성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1월, 건축가」중에서

마침내 해적선들이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하자 절망에 빠진 사키온은 하인들에게 싣고 온 짐을 바다에 던져 버릴 준비를 하라고 일렀다. 어차피 모든 것을 다 잃게 될 거라면, 해적들에게 빼앗기느니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제물로 바치는 게 더 낫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선장이 그 일을 가로막았다. 만일 해적들이 이런 길고 지루한 추격전을 했는데도 아무것도 손에 넣지 못한다면,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선원과 승객들을 괴롭히면서 분풀이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이 위기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었다. 선장이 선견지명을 발휘해 처음부터 육지와 배 사이의 거리를 벌려 둔 덕분에 해적들은 평소보다 더 먼 거리를 힘들게 노를 저어야 했고 거기에 지금 이 배는 천만다행으로 순풍을 받아 잘 달리고 있었다. 돛의 힘으로 움직이는 상선은 바람이 부는 한 계속 나아갈 수 있지만 해적들의 갤리선은 노잡이들의 힘이 떨어지면 결국 추격을 멈출 수밖에 없다.
---「3월, 상인」중에서

그리고 어떤 종류의 심포시온인지도 문제가 된다. 어떤 곳에서는 심포시온의 진정한 뜻에 걸맞게 간단한 먹을거리와 물을 탄 포도주를 내오고 참석자들은 곧 도덕 철학의 심오한 세계로 빠져든다. 그런데 그 정반대의 경우, 심포시온은 어느 젊은 귀족 자제가 여는 난장판 술자리로 전락한다. 손님 한 사람당 매춘부가 둘이나 붙고, 물도 타지 않은 독한 포도주가 항아리째 나오며 창문 밖으로 의자들이 날아다닌다. 그러다 결국 소란을 말리기 위해 지역 순찰대까지 소환된다. 어떤 식의 심포시온이든, 자칫 체면이나 명성을 잃을 각오를 해야만 한다. 남들이 다 아는 스토아 철학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허둥거리거나 순찰대에게 붙잡혀 감옥으로 끌려가거나 체면이 구겨지는 건 마찬가지니까.
---「3월, 리라 연주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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