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엔 서로 마음만 맞으면 혼전섹스는 당연하고, 기혼자라도 배우자 몰래 애인 한둘쯤 만들지 않은 부부가 드물다고들 한다. 부부는 가족이니까 성생활은 남과 해야 한다는 코미디 같은 소리까지 해대며 외도를 합리화하는, 소돔과 고모라보다 덜할 것 없는 이 시대에 내 부끄러운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교훈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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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서너 번씩 생리하듯 정기적으로 자위를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이 버릇은 결혼 후에도 계속되었다. 남편에겐 숨길 수 없어 이실직고를 했는데, 전남편도 현재남편도 다들 너무 섹시하다며 두 손 들고 환영했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나 샤워를 하고 난 후, 특히 할 일을 다 마친 뒤에 나른해지는 시간엔 반드시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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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몇 주 안됐으니…’ 낙태해도 살인한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 나의 결정에 루도 반대하지 않았다. 아이를 지우고 병원을 나서면서 나에게나 아기에게나 못내 미안해하는 그와 달리, 나는 그저 신속하고도 감쪽같이 일을 처리한 나 자신이 자랑스러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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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당신한테 고백할 게 있어… 음… 사실은, 나… 바람났었어. 한국에 있는 남자와….” 내가 더 말을 잇기도 전에 미국인 남편 루이스는 황급히 나를 일으켜 세웠다.
“나도 화보촬영하러 온 모델들이 가져온 코카인에 중독되어 살았던 적도 있었고, 그저 마음만 맞으면 아무 생각없이 차 마시듯 섹스를 하고 살았지. 내 20대와 30대 삶은 나도 할 수만 있다면 싹싹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악이 악인 줄도 모르고 막 살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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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경고가 그 후 얼마나 단단하게 내 안에 음흉한 구렁이처럼 또아리를 틀었던지, 첫남편과 이혼을 결정하게 됐을 때도 ‘나와 이혼하니까 이제 이 남자는 죽지 않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제일 먼저 들었든 게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장님이라도 돼야 우리 서방이 안 죽는다는 거여 뭐여? 빨랑 말햇!”
“그게 아니고… 니 눈이 너무 강해서 살이 끼어 있어. 그러니 니가 쌍꺼풀 수술을 하면 안 죽을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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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기도하려고 침대에 엎드렸는데, 침대의 오른쪽 모퉁이에 차가운 바람을 쉬이익 일으키며 ‘사사삭’이 또 나타난 것이다. 그놈이 내 옆에 내려앉는 순간 그 무게로 엎드린 내 몸이 출렁할 정도였다. “이노무시키, 또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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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씽이 뭐가 흠인데? 나 정도면 금씽이다, 왜!” 하는 농담을 일삼긴 했지만, 사실 나는 이혼과 동시에 내 자존감이 곤두박질치는 걸 자주 느꼈다. ‘이제 넌 이혼녀야. 이혼을 한 주제에 감히 결혼도 안 해본 에디같은 총각이 가당키나 하냐? 정신차렷! 넌 아무리 잘난 척해도 어쩔 수 없는 이혼녀라구!’ 하는 내면의 목소리에 늘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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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먼저 말을 꺼냈다.
“혹시, 우리 키퍼가… 게이 아닌가 싶어….”
“스톱 스톱! 말이 씨가 된다잖아. 이제부터 게이의 G자도 내 앞에서 꺼내지 말아욧!”
나는 단칼에 남편의 말을 잘랐다. 그러나 키퍼는 걸을 때도, 마치 한껏 멋을 부리고 벚꽃구경을 나온 게이샤처럼 사분사분 걸었다.
“키퍼야, 엄마는 널 사랑해. 니가 동성애자이건 설령 살인자라고 해도 너에 대한 엄마 아빠의 사랑은 변치 않을 거야. 하지만, 너의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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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란 타이틀은 참으로 피곤한 직책이다.
나도 모르게 항상 주위를 의식하게 되니 하루하루가 얼마나 고단한지….
‘그래, 니 녀석들도 어디 생모랑 한번 같이 살아봐라. 니 엄마가 나랑 얼마나 다르게 키우는지 이 계모가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거다. 이 배신자 놈들 같으니라구!’
“너 앞으로 내 새끼들한테 엄마노릇 한답시고 설쳐대기만 해봐. 경찰에 바로 찔러버릴 테니까. 집구석에서 빨래나 하고 밥이나 해주면 니 일은 그걸로 끝이야. 학교에 나타나서 친엄마 코스프레를 하고 다니면 내가 가만 안 놔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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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니캉 내캉 계약서에 사인하고 집을 넘기자마자 집값이 기다렸다는 듯이 막 오르기 시작하는기라. 그것도 그냥 사뿐사뿐 오르는 게 아니라, 마치 산토끼 소풍 가듯이 껑충껑충 뛰기 시작하는기라. 니 현재 집값이 을매나 올랐는지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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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회사의 첫 셀럽 고객은 당시 한창 인기가 높았던 소녀시대 써니의 언니 구씨였다. 대치동 오피스텔에 위치한 우리 사무실에 정말 써니씨가 친언니와 함께 나타난 것이다. SM 이수만 회장님까지 하객으로 오신다는 정보에 하와이의 우리 스텝들은 난리가 났다.
“음… 이건 정말 일급비밀이야. 절대 발설하면 안돼. 대장금이야!”
“오 마이 가드! 진짜야? 정말??”
“응, 이영애라고는 직접 안 밝히고 가명으로 예약했어. 비밀은 철저하게 지켜줘야 해!”
아니나 다를까! 아디다스 매장에서 커다란 모자에 선글라스를 낀 이영애씨, 그리고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새신랑과 용케 마주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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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이천희/전혜진 커플의 로맨틱한 선셋웨딩을 시작으로, 은지원씨의 웨딩도 코디했다. 야구스타 이호준/홍연실 커플의 리마인드 웨딩을 바닷가하우스에서 진행하면서 나는 많은 야구선수들과 의남매를 맺게 되었다. 특히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온 탤런트 류시원씨의 허니문을 맡았을 때, 지금은 이혼한 전처에게 하루종일 인생상담을 해준 기억이 새롭다. 임창정/서하얀 커플의 웨딩을 맡게 된 인연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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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는 관광지라기보다 휴양지다. 그러니 웨딩 또한 바닷가에서 하는 비치웨딩, 기독교인들이 선호하는 채플웨딩, 셀럽기분을 팍팍 낼 수 있는 카할라 호텔웨딩, 양가가 오붓하게 모여 본식과 피로연을 한자리에서 할 수 있는 오션 프론트 하우스웨딩 등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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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신부님, 어머님, 죄송합니다만 저는 이 웨딩을 맡을 수 없겠습니다. 제가 천지창조하는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파운데이션도 싫다, 얼굴을 작아 보이게 하는 볼터치도 최소한으로 하고, 게다가 조선의 눈매를 가지신 신부님께서 제 마지막 보루인 속눈썹까지 붙이지 않겠다고 하시면, 제가 무슨 수로 신부님을 전지현씨의 잃어버린 쌍둥이 동생으로 만들어드릴 수가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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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아빠가 늘 말했잖아요. 그러니까 천하에 의지할 것은 나 자신뿐이다, 결국 각자 알아서 도를 깨치고 스스로 구원하라는 소린데… 도대체 어떻게 나 혼자서 조상 대대로 대물림해서 내려온 그 많고 많은 죄까지 다 해결할 수 있냐구요!” 생로병사의 의문을 해결해보려고 애쓰신 석가조차 80세 나이에 여름날 음식을 잘못 먹어서 식중독으로 허망하게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나는 기운이 쪽 빠졌다. 오랜 시간이 지나 내가 예수님을 영접하고 보니 화엄경, 법화경, 천수경, 반야심경에서 다룬 모든 인생 의문에 대한 속 시원한 해답이 성경에 다 나와 있었다. 예수님은 내게 참선을 하라고도, 고행을 하라고도, 대물림하는 조상죄를 짊어지라고도 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우리의 모든 죄문제를 십자가에서 해결해주셨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