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명의 자원봉사자가 공사현장에 모여, 단 여섯 시간의 작업을 통해 빈터를 반짝이는 새 놀이터로 바꾸어 놓는다. 하루 동안 지역공동체 사람들이 함께 일해서 기적을 일으키는 것이다. 빈터가 놀이터로 변하는 놀라운 기적을 보고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깨닫는다. 놀이터가 완성된 후, 아이들은 미끄럼틀과 정글짐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한다.
“저건 내가 그렸어요. 이건 내 놀이터예요!”
놀이터를 짓느라 힘든 일을 마다치 않았던 지역주민이 자신의 손으로 만든 놀이터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이것을 두고, 무엇을 투자했건 놀라운 대가로 되돌려 받는 ‘카붐의 원리’라고 부른다.
“여러분이 카붐 프로젝트에 시간, 조언, 돈, 노동력, 그리고 그 무엇을 기부하든 간에 그것은 변화된 삶, 결속력 강한 공동체, 밝은 미래의 모습으로 여러분께 되돌아옵니다. 카붐과 함께 놀이터를 지어보세요!”--- p.11
그곳에 도착하고 얼마 후, 애슐리 브로디라는 이름의 일곱 살짜리 꼬마가 내게 무언가를 말하러 깡충깡충 뛰어왔다. 아이는 반짝이는 눈과 가느다란 다리를 가졌다. 머리는 돼지 꼬리처럼 양 갈래로 묶여 있었다. 아이가 나를 보고 히죽 웃었을 때, 나는 그만 너털웃음을 짓고 말았다. 아이의 앞니는 모두 빠져 있었다! 그 후 몇 달 동안, 나는 앞니가 빠진 애슐리의 미소를 자주 보게 되었다. 처음 만났을 때 애슐리는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궁금하게 여겼다. 잠시 후 애슐리는 물었다.
"놀이터를 지으려고 온 거예요?"--- p.81
이처럼 하루 만에 성과물을 내는 것은 카붐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조직의 명함이며 상표이다. 사회봉사 조직은 자신만의 독특한 특성이 있어야 한다. 자원봉사자는 카붐의 프로젝트를 하루 만에 완성할 수 있으며, 돌아가서는 자랑스럽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내가 그 놀이터를 지었어!"
아마 그들은 놀이터를 다시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놀이터에 관해 자랑할 것이다. 십수 년 후에는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그 놀이터를 다시 찾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지은 놀이터에서 자녀가 노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물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뚝딱 나타난다. 놀이터는 그것을 짓기 위한 준비위원회가 발족된 지 불과 12주 안에 완성된다. 자신의 손으로 자신이 사는 지역에 놀이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지역주민에게 있어 아주 매력적인 일이다.--- p.106
미국 전역에 있는 수천 개의 학교도 매일 이와 같은 문제에 직면한다. 충분한 자금이 없을 때, 그들은 그 자금을 어떻게 배분해야 할까? 당장 처리해야 하는 일이 산더미일 때, 아이들의 놀이에 얼마만큼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까? 불행히도 많은 사람들은 놀이가 다분히 사치스러운 것이고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놀이는 우선순위에서 늘 맨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래서 학교는 낡은 놀이 기구를 버려두거나 혹은 놀이터 자체를 없앤다. 아이들은 진흙 속에서도 끈질기게 버티는 힘을 가졌기 때문에 놀지 않고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놀이는 정말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로 의미가 있으며, 실제로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것일까?--- p.179
카붐의 조직문화를 나타내는 말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불을 지피기 위해서는 불씨 하나면 충분하다."
사람들은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렇게 말하며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 그렇지, 어쩔 수 있나."
자신이 당면한 문제의 무게에 압도되는 것이다. 특히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을 때는 더 그렇다. 그러나 문제를 풀기 위해서 우리는 억압된 에너지를 전부 원동력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상황이 심각하면 심각할수록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작은 행동 하나가 큰 힘을 지니는 법이다. 작은 불씨 하나만으로도 불꽃은 확 일어난다.--- p.204
비영리단체는 작고 느슨한 조직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또한 사람 됨됨이는 좋지만 요령이 없는 이들이 모여서, 세상을 구하겠다는 좋은 의도는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지 몰라 딱히 성과를 내는 것은 없는 조직이라는 이미지도 한편으로는 갖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진정한 혁신과 뛰어난 경영 능력, 효과적인 목표 선정 능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효율적인 일처리를 배우고 싶다면, 비영리단체가 아닌 영리단체를 찾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전국적인 비영리단체의 공동설립자이자 CEO로서 나는 이러한 편견과 싸우고 있다. 카붐은 뛰어난 업무능력과 높은 소비자 만족도(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기업 중 96퍼센트에 달하는 이들이 우리와 함께한 경험이 ‘좋았’거나 ‘매우 좋았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혁신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니까 내 경험에 따르면, 비영리단체는 작고 느슨한 조직이 결코 아니다. 세상에서 말하는 고정화된 이미지는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것이다.--- p.315
놀이를 위해 싸우는 것은 사실 이상한 전쟁이다. 왜냐하면 이 전쟁에는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암이나 에이즈를 상대로 하는 싸움은 개인적인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병에 걸린 사람이나 가족들의 든든한 지지를 쉽게 얻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병이라는 확실한 싸움 상대가 있다. 그러나 놀이를 위해 싸운다는 것은 빈곤을 퇴치하는 일처럼, 마치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일이다. 지구온난화와도 같이, 사람들은 놀이 부족이 그들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 의식하지 못한다. 적어도 아직은 많은 사람이 그렇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놀이를 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은 너무 안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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