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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 반양장, 개정판 ]
리뷰 총점9.5 리뷰 196건 | 판매지수 7,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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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소설 68위 | 테마소설 top20 1주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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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0 (10% 할인)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0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584쪽 | 600g | 130*207*35mm
ISBN13 9791167901187
ISBN10 116790118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1975년의 어느 춥고 흐린 겨울날,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때 나는 열두 살이었다. 나는 그날, 무너져가는 담장 뒤에서 몸을 웅크리고 얼어붙은 시내 가까이의 골목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오래전 일이다. 사람들은 과거를 묻을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나는 그것이 틀린 말이라는 걸 깨달았다. 과거는 묻어도 자꾸만 비어져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지난 26년 동안 아무도 없는 그 골목길을 내내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지난여름 어느 날, 라힘 한이 파키스탄에서 전화를 했다. 그는 나한테 그곳으로 와달라고 했다. 수화기를 귀에 대고 부엌에 서서 전화를 받던 나는 전화기 속에 있는 게 라힘 한만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속죄하지 못한 죄들이 가득한 내 과거가 그 속에 있었다.
--- p.7

나는 그들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돌아섰다. 뭔가 따뜻한 것이 내 팔목에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눈을 깜박여보았다. 나는 아직도 내 주먹을 깨물고 있었다. 손마디에서 피가 흘러나올 정도로 깨물고 있었다. 내가 깨달은 또 다른 것은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이었다. 모퉁이를 돌 때, 아세프가 빠르고 규칙적으로 내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마음의 결정을 내릴 마지막 기회였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결정할 마지막 기회였다. 하산이 과거에 나를 위해 그랬던 것처럼, 골목으로 들어가 하산의 편을 들어주고 싸우고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결과를 감수하거나, 혹은 달아날 수 있었다. 결국, 나는 달아났다
--- p.120

“네가 그 돈을 훔쳤느냐? 하산, 네가 아미르의 시계를 훔쳤느냐?”
하산이 가늘고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 말뿐이었다.
나는 뺨을 얻어맞은 것처럼 몸을 움찔했다. 나는 하마터면 진실을 얘기할 뻔했다. 그때, 나는 그것이 나를 위한 하산의 마지막 희생이라는 걸 알았다. 그가 아니라고 말하면 바바는 그의 말을 믿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하산이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바바가 그의 말을 믿는다면 나를 추궁할 것이었다. 나는 해명을 해야 할 것이고 결국 거짓말이 들통날 것이었다. 바바는 결코 나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었다. 하산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내가 골목에서 모든 걸 보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거기에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내가 자기를 배반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한번, 어쩌면 마지막으로 나를 구해주고 있었다.
--- p.162

나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다시 꺼내 보았다. 햇볕을 받고 있는 사진 속의 둥그런 얼굴. 내 동생의 얼굴. 하산은 나를 사랑했었다. 아무도 그렇게 할 수 없을 만큼 나를 사랑했다. 그는 이제 죽고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일부가 살아 있었다. 그 일부가 카불에 있었다. 날 기다리면서. 아파트에 들어가니, 라힘 한은 방구석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핏빛 하늘을 등지고 동을 향해 절을 하는 검은 실루엣. 나는 그가 기도를 마치기를 기다렸다. 나는 카불에 가겠다고 했다. 아침에 미국인 부부를 찾아가겠다고 했다. 그가 말했다. “아미르, 너를 위해 기도하겠다.”
--- pp.345~346

나는 소랍의 손을 잡았다. 작은 손이었다.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움직이며 내 손가락과 얽혔다. 나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다시 떠올렸다. 소랍은 사진 속에서 아버지의 엉덩이에 머리를 기대고 아버지의 다리를 껴안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다. 우리가 방을 가로지를 때, 소랍의 발목에 매달린 종이 딸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우리가 문에 이르렀을 때였다. 아세프가 우리 뒤에서 물었다.
“내가 그 아이를 공짜로 데려갈 수 있다고 말한 건 아닐 텐데?”
나는 몸을 돌렸다.
“원하는 게 뭔데?”
“너와 나 사이에는 끝나지 않은 게 있지. 기억 안 나니?”
--- p.437

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슬프고 앞이 캄캄했는지 묘사할 길이 없구나. 나는 그가 내 친구이기 때문에 사랑했다. 동시에 나는 그가 선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랑했다. 아니 어쩌면 위대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랑했는지 모른다. 네가 이해해줬으면 싶은 게 있다. 그것은 선이, 진짜 선이 네 아버지의 죄책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때때로 나는 그가 했던 일을 생각해본다. 네 아버지는 거리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고아원을 세우고 어려운 친구들에게 돈을 줬다. 그 모든 것이 속죄하고자 하는 그 나름의 방식이었다. 내 생각에는 그게 진짜 구원이다. 죄책감이 선으로 이어지는 것 말이다. 나는 신이 결국 용서해주실 거라는 걸 안다. 신은 네 아버지와 나, 그리고 너까지 용서해주실 것이다. 너도 똑같이 할수 있으면 좋겠구나. 가능하면 네 아버지를 용서해라. 그러고 싶다면 나도 용서해다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너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다.
--- p.461

“소랍, 잘 보렴. 네 아버지가 즐겨 쓰던 기술 중 하나를 보여줄게. 치고 빠지는 기술이다.” 소랍의 숨소리가 빨라지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얼레가 돌아갔다. 상처의 흔적이 있는 그의 팔목 힘줄이 루바브 줄 같았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순간, 얼레를 잡고 있는 손이 언청이 입술을 한 소년의 손으로 보였다. 손톱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고 굳은살이 박인 소년의 손으로 보였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 있었다. 어딘가에서 까마귀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막 내린 눈으로 공원이 하얗게 빛났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흰 빛이었다.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어딘가에서 순무 쿠르마 냄새가 났다. 말린 오디, 시큼한 오렌지, 톱밥, 호두 냄새도 났다. 정적. 눈 속의 정적. 그 정적이 귀를 얼얼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정적을 가르며, 우리를 집으로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른 다리를 저는 사람의 목소리……. 나는 과거로 돌아가 있었다.
--- pp.568~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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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두툼한 책을 읽어내는 시간은 그리 많이 걸리지 않는다. 주인공 아미르가 어른이 되어가면서 겪는 성장통과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이 인생의 도전장처럼 박진감 있게 펼쳐지는 사이 어느덧 읽는 이의 유년이 겹쳐져 삼중의 책 읽기에 빠지게 된다. 육체는 성년이 되었어도 아직도 자라지 못하고 울고 있는 마음속의 아이를 만나는 일은 자신의 인생이 어디서부터 비틀렸는지, 어떤 비밀 때문에 아직도 이렇게 아픈지를 정면으로 생각하게 하는 일이다.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울고 있는 마음속의 아이를 깊이 껴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는 그 순간이 한 인간이 진정으로 성장하는 때인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푹 빠져서 읽은 장대한 스케일의 성장소설이다.
- 신경숙 (소설가)
책장을 덮은 후에도 몇 년간 당신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소설. 사랑, 신의, 죄책감, 두려움, 그리고 구원…… 이 비범한 작품을 이루고 있는 조각들은 문학과 인생의 가장 위대한 주제들이다. 『연을 쫓는 아이』는 이후로 내가 읽은 모든 글이 평범하게 느껴질 만큼 대단히 강렬하다.
- 이사벨 아옌데 (소설가)
단순히 잘 썼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연을 쫓는 아이』는 대다수의 미국인이 이해하지 못했던 아프가니스탄을 살펴볼 기회를 제공해주고 감추어져 있던 인간성의 한 측면을 묘사하는 훌륭한 작품이다.
-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아프가니스탄 역사에 대한 예리하고 통찰력 있는 관찰을 보여준다. 한 권의 책이 시의적절하면서 동시에 이처럼 뛰어난 문학성을 갖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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