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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닛

햄닛

리뷰 총점9.0 리뷰 6건 | 판매지수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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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500쪽 | 506g | 128*188*30mm
ISBN13 9788954699860
ISBN10 8954699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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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어떤 알맹이, 핵심, 중심이 있어서 모든 게 거기서 비롯되고 다시 거기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 순간은 부재한 어머니의 순간이다. 아이, 빈집, 텅 빈 마당, 듣는 사람 없는 외침. 아이는 뒷마당에 서서,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얼러 재우고 첫걸음을 뗄 때 손을 잡아주고, 숟가락을 어떻게 쓰라고, 먹기 전에 수프를 후후 불라고, 길 건널 때 조심하라고, 잠자는 개를 깨우지 말라고, 물을 마시기 전에 컵을 헹구라고, 깊은 물가에 가지 말라고 일러주었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불러본다. 이 순간은 어머니의 중심 바로 그 자리에, 평생 남을 것이다.
--- p.22

애그니스는 자기가 잘못되었다고, 정상이 아니라고, 너무 어둡고 너무 키가 크고 너무 제멋대로고 너무 고집 세고 너무 말이 없고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자란다. 사람들이 자기를 겨우 참아주고 있다고, 거슬리고 쓸모없고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존재라서 결혼이라도 하려면 환골탈태하고 자신을 완전히 바스러뜨려야 한다고 여기며 자란다. 그렇지만 애그니스는 진짜로 사랑받는다는 것, 어떻게 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 것에 대한 기억도 지니고 자란다.
--- p.87

애그니스는 창고에 있는 가죽을 생각한다. 찢어지거나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잡아당겨 늘인 가죽. 작업장에 있는 도구를 생각한다. 자르고 모양을 잡고 고정하고 뚫는 데 쓰는 도구. 장갑 장인이 짐승을 유용하게 쓰기 위해 버리고 빼앗는 것을 생각한다. 심장, 뼈, 영혼, 정신, 피, 내장. 장갑 장인은 가죽만, 거죽만, 겉껍질만 취해 쓴다. 나머지는 전부 쓸모없고 성가시고 불필요한 쓰레기일 뿐이다. 장갑처럼 아름답고 완벽한 물건의 이면에 어떤 은밀한 잔인성이 있는지 생각한다.
--- p.201

두 사람 사이에 접시와 컵과 양초가 있고, 일라이자가 고기 접시를 치우러 일어서고, 메리는 수재나에게 너무 큰 고깃조각을 먹이려 한다. 이런 대가족 안에서는 할일이 너무 많고 신경써야 할 것도 많고 저마다 원하는 것도 다 제각각이다. 애그니스는 접시를 치우며 생각한다. 한 사람의 고통과 괴로움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치기가 얼마나 쉬운지. 그 사람이 말하지 않는다면, 마개를 단단히 닫은 병 같은 것에 담아두려 한다면, 그래서 그 안의 압력이 점점 커지면 결국-어떻게 될까?
--- p.258

주어진 것은 언제라도 다시 거두어질 수 있다. 가혹함과 비통함이 바로 저 모퉁이 어귀에서, 궤 안에서, 문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 도둑이나 산적처럼 언제라도 덮칠 수 있다. 결코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 결코 안심하지 마라. 아이의 심장이 뛰고 우유를 마시고 숨을 들이쉬고 걷고 말하고 웃고 다투고 노는 것을 결코 당연히 여기지 마라. 아이가 떠날 수 있다는 것, 아이를 뺏길 수 있다는 것, 눈 깜짝할 사이에 엉겅퀴 홀씨처럼 흩어져버릴 수 있다는 것을 한순간도 잊지 마라.
--- p.267

쌍둥이였는데 이제는 쌍둥이가 아닌 사람을 부르는 말은 뭐야, 주디스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는 녹인 수지에 두 겹으로 접은 심지를 넣다가 동작을 멈추지만 주디스를 돌아보지는 않는다. 아내였던 사람은 남편이 죽으면 과부가 되잖아, 주디스가 계속 묻는다. 부모가 죽으면 아이는 고아가 되고. 그럼 지금 나를 가리키는 말은 뭐야? 모르겠어, 엄마가 말한다. 주디스는 녹인 수지가 심지 끝에서 그 아래 그릇으로 떨어지는 것을 본다. 그런 말은 없는지도, 주디스가 말한다. 그런가봐, 엄마가 말한다.
--- 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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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상작을 가리려 한 장소에 모였다는 희열조차 이 탁월한 승자가 선사하는 흥분 앞에서 그 빛을 잃고 말았다. 『햄닛』은 먼 과거를 배경으로 삼고 있으나 진정 위대한 작품들이 그렇듯 비상하게 동시대적으로 보이면서 시대를 초월해 계속되는 중차대한 인간 경험을 다룬다.
- 마사 레인 폭스 (2020 여성문학상 심사위원장)
매기 오패럴은 경계를 넘고 어떻게 실제 삶이 역사적 걸작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상상함으로써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 빌 게이츠
오패럴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와 역할을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몹시 질투가 날 정도로!
- 트레이시 슈발리에 (소설가, 『진주 귀고리 소녀』)
시대와 대륙을 초월해 ‘아이의 죽음’만큼 보편적으로 다뤄진 주제가 있을까? 그런데 오패럴은 흠결 없는 문장과 맹렬한 심장으로 그 주제를 새롭게 만들었다.
- 엠마 도너휴 (소설가, 『룸』)
셰익스피어의 가족과 그 정신에 대한, 입이 절로 벌어질 정도로 놀라운 작품. 읽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가 어느새 어루만지고 치유해준다.
- 데이비드 미첼 (소설가, 『클라우드 아틀라스』)
눈부시게 장엄하고 보기 드문 소설.
- 뉴욕타임스
오패럴은 타이밍과 리듬 감각이 뛰어난 대가다.
- 워싱턴 포스트
슬픔에 관한 숨이 막힐 만큼 감동적인 작품. 오패럴은 작품의 페이지 위에서 자신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듯하다.
- 가디언
『햄닛』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에 대해서도 언제든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옵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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