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입술에서 매끄럽게 흘러나오는 생소한 단어들과, 그에게는 너무나 이질적이지만 정신을 자극하고 들척이게 만드는 비평 구절과 사고의 전개가 힘들기는 했어도, 그는 이해했다. 여기 지적인 삶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꿈도 꾸지 못했던 온화하고 경이로운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었다. 그는 자신을 잊고 굶주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기에 그것을 위해 살 만한, 자신을 내던질 만한, 싸울 만한, 아, 죽음도 무릅쓸 만한 어떤 것이 있었다. 책에 적힌 말들은 사실이었다. 세상에는 그런 여자들이 있었다. 그녀도 그중 하나였다.
--- p.25
“그는 내가 취한 줄 알았어.” 마틴은 혼자 웃으며 생각했다. “사실은 취했던 것 같아.” 그러고는 덧붙였다. “여자의 얼굴에 취할 수 있다는 걸 몰랐지.” 그는 텔레그래프 애비뉴에서 버클리로 가는 차를 탔다. 그 차는 노래하며 대학 응원 구호를 계속 외쳐 대는 젊은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마틴은 그들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그들은 대학생이었다. 그녀와 같은 대학에 다니고 사회적으로 같은 계급이니 그녀를 알 수 있었고, 원한다면 날마다 그녀를 만날 수도 있었다.
--- p.48
“루스.” 그는 중얼거렸다. “루스….” 그는 단순한 소리가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음을 이제껏 알지 못했다. 그 소리가 귀를 열광케 했다. 그는 도취되어 반복했다. “루스.” 그것은 주문, 정령을 소환하는 마법의 단어였다. 그가 그 말을 중얼거릴 때마다 그녀의 얼굴이 그의 앞에 떠올라 더러운 벽을 황금빛 광채로 뒤덮었다. 그 광채는 벽에만 머물지 않았다. 무한으로 확장되었고, 그 황금빛 심연에서 그의 영혼은 그녀의 영혼을 찾아다녔다. 그의 안에 있는 최상의 것이 눈부시게 쏟아져 나왔다. 그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는 정화되고 고상해졌다. 더 나은 사람이 되었고, 더 나아지기를 바라게 되었다.
--- p.56
그가 사는 저 아래 세상은 비루했다. 그는 자신의 나날을 더럽히는 그 비루함을 떨쳐내고 상류층이 사는 승화된 영토로 올라가고 싶었다. 유년기와 청년기 내내 그는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려 왔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헛수고를 거듭하다, 루스를 만나고 나서야 그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제 그의 불안은 고통스럽도록 심해졌으나 마침내 그는 분명하고 확실하게, 자기가 획득해야 할 것이 아름다움과 지성, 그리고 사랑임을 깨달았다.
--- p.99
그녀는 그에게 노래와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는 것을 즐겼다. 실은, 그녀로서는 인간의 영혼을 갖고 노는 게 처음이었고, 그라는 말랑말랑한 점토는 빚어내기에 딱 좋았다. 그녀는 자기가 그를 빚어내고 있으며, 자신의 의도는 선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그가 싫지 않았다. 처음에 그에게 느꼈던 거부감은 사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제 자아에 대한 그녀의 공포였는데, 그 공포는 잠들어 버렸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는 그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 p.103
글을 쓸 것이다. 세상이 그 눈을 통해 보는 눈이 되고, 세상이 그 귀를 통해 듣는 귀가 되며, 세상이 그 가슴을 통해 느끼는 가슴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을 - 시와 산문, 소설과 사실 기록, 셰익스피어작품과 같은 희곡을 - 쓸 것이다. 그 길이 루스에게 다가가는 길이다.
--- p.111
그에게서 내비치는 사랑의 징후들, 다정한 빛을 뿜어내는 눈, 떨리는 손, 햇볕에 그을린 얼굴에 어김없이 떠오르는 거뭇한 홍조를 그녀는 의식적으로 즐겼다. 심지어 더 나아가서, 조심스럽게 그를 충동질했다. 하지만 워낙 교묘했기 때문에 그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고, 그녀가 반쯤 무의식적이기도 해서 그녀 자신조차 거의 알아채지 못했다. 자신이 여자임을 분명히 보여 주는 그 힘이 입증되자 그녀는 전율했고, 그를 고통스럽게 하고 또 갖고 놀면서 태초의 이브와도 같은 기쁨을 누렸다.
--- p.230
“언제부터 나를 사랑했나요?” 그녀는 속삭였다.
“처음부터, 당신을 처음으로 본 바로 그 순간부터, 그때 나는 당신에 대한 사랑으로 미쳐 버렸고, 그 후로 점점 더 미쳐갔어요. 지금 나는 최고로 미쳐서, 거의 정신 이상이에요. 너무 좋아서 머리가 돌아버렸어요.”
“내가 여자라서 기뻐요, 마틴, 내 사랑.” 길게 한숨을 쉬고 나서 그녀는 말했다. 그는 그녀가 으스러지도록 다시, 또다시 껴안았다. 그러고 물었다. “당신은? 언제 처음 알았어요?”
“오, 나는 내내 알고 있었어요. 거의 처음부터.”
“그럼 나는 눈뜬장님이었군요!”
--- p.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