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교수님 질문 있습니다.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그 온도를 얻을 수 있었나요?”
교수: “음, 내가 미처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당시에는 나무 이외의 다른 연료는 없었을 테니 아마도 화로를 잘 만들고 나무를 건조해서 태우면 얻을 수 있었을 것 같네요.”
당시에는 이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인식하지 못했다. 나도 높은 온도 실험을 많이 했지만, 온도를 얻기 위해서는 장치에 원하는 온도를 설정하고 전원을 넣으면 되었기 때문에 온도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다음 학기 강의를 준비할 때 그 질문이 떠올라서 생각도 해 보고, 자료도 찾아보니 불의 온도는 연료의 종류와 조건, 화로의 구조, 공기를 불어 넣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으로 높은 온도를 얻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더구나 높은 온도는 사고의 위험도 크기 때문에 불의 온도를 올리는 것이 정말 힘들고 위험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머리말」중에서
옛날 옛적에 뱀이 없었고, 전갈도 없었고,
하이에나도 없었고, 사자도 없었고,
들개도 없었고, 늑대도 없었고,
두려움도 없었고, 공포도 없었고,
인간은 적이 없었다.
…
이 시는 우르크 제1왕조 제2대 왕 엔메르카르가 ‘광물’이 풍부한 아라타를 복속시키고 ‘금속’과 ‘돌’을 확보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청동기 시대의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보아 청동기 시대 또는 철기 시대에 쓰인 작품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때 생각한 유토피아가 맹수의 위협이 없는 곳이라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 시기까지도 인류는 강한 동물들을 두려워하고 있
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불을 사용해서 생태계 정상을 차지하고, 동굴을 점령하고 살면서 그 유적을 남길 수 있었지만, 다른 맹수에게 절대적으로 강한 것이 아니고 언제나 공격에 노출되어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었다. 이를 극복하고 안정적 생존과 번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류에게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체계적인 집단화가 필요해진다.
---「모닥불을 둘러싼 삶」중에서
인류가 불과 도구를 활용하게 되면서 확보할 수 있는 식량이 늘어나고 위생의 향상, 열악한 환경 극복 등이 가능해지면서 인구가 늘어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속적으로 인구가 늘어나면 자연 질서에 따른 수렵과 채집만으로는 식량 공급이 어려워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자연환경을 변화시켜 자원을 확보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불의 전략적인 활용이 중요해지는데 대표적인 불 활용법은 의도적인 불 지르기를 통해 채집 및 수렵 그리고 토지 정리를 하는 것이다.
---「전략적인 불의 사용과 자연의 변화」중에서
과거 금속 가공기술이 다양하지 않았던 시기에 주조는 다양한 모양의 제품을 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었고, 청동은 특히 주조가 잘 되는 금속이었다. 따라서 주석이 많이 들어간 청동은 그 전 단계인 구리-비소 합금보다 뛰어난 재료 성질과 쉬운 제조 및 가공 과정으로 인하여 한 단계 도약한 청동기 무기와 도구를 만들 수 있게 되고 그 덕분에 사회가 급격하게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액체 청동의 제조와 주조를 통한 청동기 제작은 1000도를 넘은 온도를 확보하면서 가능해질 수 있었다. 1000도가 넘은 온도를 만드는 것은 여러 노력이 있었지만, 특히 두 가지 중요한 개선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하나는 연료가 나무에서 목탄으로 바뀐 것이다. 물론 이 당시의 목탄 기술은 아직 발전 중이어서 중간 단계 정도였지만, 그래도 나무보다는 높은 온도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연료의 변화와 함께 공기를 불어 넣는 방법이 개선되었다. 본격적인 청동기 시대로 접어들면서 제련로 유적에는 송풍구(tuyere)와 발로 공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풀무가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 조각들이 나온다.
---「구리, 주석, 그리고 청동기 시대」중에서
화약과 대포는 인류에게 불의 새로운 역할을 부여한 새로운 혁신의 시작이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대포는 불이 만드는 열을 이용해서 포탄을 멀리 날아가게 하는 장치이다. 이렇게 어떤 사물에 힘을 주어 움직이게 만드는 것을 과학에서는 ‘일(work)을 한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일을 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에너지(energy)’라고 표현한다. 그러면 화약이 만든 열은 포탄에게 일을 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에너지의 한 종류인 ‘열에너지’가 된다. 그리고 대포는 열에너지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첫 번째 사례가 되고, 이를 통해서 열과 운동이 연결되어 일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제시된 것이다.
---「불과 에너지」중에서
이처럼 에디슨이 세운 발전소의 또 다른 특징은 증기 기관을 사용해서 발전을 한 것이다. 즉, 불이 전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고 불-운동-전기로 연결되는 새로운 에너지 사용 방법이 정립된다. 뉴욕 발전소는 직류를 만들었고 수요자들은 전구를 밝히기 위해 전기를 사용했지만, 이후 교류 발전소의 건설과 교류 모터의 개발 및 사용에 따라 모터를 통해서 전기가 일을 하
게 된다. 발전소를 통해서 전기가 만들어지고, 모터를 통해서 전기가 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 인류에게는 불을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생기게 되었다.
---「전기와 일 그리고 불」중에서
현대 사회는 에너지 소비량 자체가 매우 많다. 2018년 세계의 1차 에너지 공급량은 138억 TOE이다. 여기서 TOE라는 단위는 다양한 에너지원들의 발열 능력을 공통의 단위로 비교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TOE는 Ton of Oil Equivalence의 약자이며, 그 의미는 어떤 에너지의 값을 석유 1톤의 발열량과 비교했을 때의 상대적인 값이어서 석유환산톤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값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대상이 되는 일정량의 에너지원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열량 값을 107kcal7로 나누어 주면 된다. 예를 들어서 천연가스 1톤은 1.178×107kcal의 연소열을 내기 때문에 1.178TOE이며, 석탄은 종류에 따라서 편차가 큰데, 연료용으로 사용되는 무연탄 1톤은 0.45~0.58TOE 범위를 갖는다. 따라서 연간 1차 에너지 소비량이 138억TOE라는 것을 단순히 이야기하면 매년 석유 138억 톤에 해당하는 열량을 인류가 쓴다는 의미이다. 이 값은 인구 1인당 1.8톤에 해당하는 막대한 값이다.
이렇게 인류가 막대한 양의 연료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래와 같은 의문이 들 것이다.
대체 이 막대한 에너지는 어디에 쓰이는가?
이렇게 에너지를 쓰고 있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이렇게 막대한 에너지를 쓸 수 있는가?
---「에너지원의 변화와 현황」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