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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릴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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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 산문, 그리고 삶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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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47쪽 | 274g | 128*188*20mm
ISBN13 9791187685852
ISBN10 118768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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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분홍 벚꽃 비를 함께 맞기로 하자
몽환적이고 따사로움을 흠씬 느끼며
술잔에 벚꽃 잎 한 장 하느작 띄워
살짝 취해보는 것도 좋겠다.
봄날이 깊어 가면 밤 산책 시간도 길어질 거야.

여름이면
좋아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을 들고
단골 커피숍에서 더위를 피하자
눈꽃빙수와 아이스커피를 먹으면서
있을 만치 있다가 달이 뜨고 더위가 사그라지면
손잡고 밤길을 걷자
장미향에 젊은 날을 추억하고 설렘을 되새겨보며
여름밤은 그렇게 깊어 가겠지.
---「그대와 함께」중에서

강도 높은 운동을 몇 년째 하고 있어요. 하면서도 너무 고통스러울 때는 여긴 어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그냥 편하게 살면 안 되나? 뭐 때문에? 란 의문이 생겨요. 어제도 그랬어요. 빈약하기 그지없는 팔 힘으로 뻗대며 플랭크를 하고 있는데 도저히 못 버틸 즈음 “30초 더!”를 외치는 코치 샘의 미소가 아수라 백작 같아 보였어요. 건강을 위해서 시작했는데 하던 걸 멈추자니 오기가 생겼어요. 생각지 못한 좋은 점도 있긴 해요. 머릿속이 복잡하게 엉키고 힘들 때 힘든 운동에 집중하다 보면 잊을 수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타고난 물살이던 말캉하던 몸이 제법 단단해지는가 싶더니 어느 틈에 복근이며 잔근육이 붙게 되더라구요. 헌데 말이죠, 딱 며칠만 운동을 쉬면 어렵사리 붙여 놓은 근육이 금세 어딘가로 도망가 버려요. 아니, 근육을 붙이긴 이렇게나 어려운데 잃기는 왜 이리 쉬운지요. 불공평하잖아요.
---「운동하고 있는데 1」중에서

일본 영화 〈심야식당〉처럼 밤 12시면 문을 여는 식당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언제고 잠 안 오는 밤, 혼자라도 스스럼없이 들어가 비집고 앉아 밥이고 술이고 마음 편히 먹고 올 수 있는 그 런 식당….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자연스레 눈인사를 건네도 좋구요. 아니면 그저 혼자 묵묵히 있다 와도 좋겠지요. 요리사이자 사장님은 넉넉하고 후덕한 인심과 편안한 성품에 음식 솜씨도 적당하며 지나친 관심보다는 자상한 마음 씀이 과하지 않은 잘생긴 외모보다는 따뜻해 보이는 나이 지긋한 분이면 좋겠어요. 저마다의 하루가 말 많고 탈도 많았을 테지만 이곳에선 따뜻한 음식과 술 한잔으로 위로가 되는 그런 포근한 다락방 같은 곳을 꿈꿔 보곤 해요. 요즘 들어 잠으로의 여행이 종종 어려워지곤 해요. 잠 못 이루는 밤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잠 안 오는 밤에」중에서

독거노인의 휑한 눈빛에서 죽은 시간을 봅니다. 남루한 세간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지독한 고독과 육신의 아픔보다 더 절절한 외로움이 주저하는 눈동자에 침잠되어 검게 덩어리져 보입니다. 그 고독과 외로움이 내게 전염될까 많이도 했던 외면은 그런다고 행복하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보듬지도 못한 채 어쭙잖은 송구함만 한 짐 얹어들고 주절거립니다. 그래서 봄이 시급하다고… 그에게도 나에게도.
---「궤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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