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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가우초

참을 수 없는 가우초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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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9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295g | 128*188*20mm
ISBN13 9788932916330
ISBN10 8932916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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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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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경민
조선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전공했다. 멕시코 메트로폴리탄 자치대학교에서 노마드 문학 개념을 통한 로베르토 볼라뇨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13년 현재 서울대학교 라틴 아메리카 연구소 선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로베르토 볼라뇨의 『제3제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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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짐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여태껏 그 친구보다 더 슬퍼 보이던 미국인은 없었다. 절망에 빠진 사람은 많이 봤다. 하지만 짐처럼 슬퍼 보인 사람은 없었다. 언젠가 그는 반년이 넘는 여정으로 페루로 떠났다. 그런데 오래지 않아 그를 다시 보게 됐다. 짐, 시가 대체 뭐예요? 멕시코의 빌어먹는 아이들이 그에게 물었다. 하늘을 쳐다보던 짐은 그 말을 듣더니 구역질을 했다. 어휘, 능변, 진리 추구. 주현절. 네 앞에 성모께서 현현하시는 것과 같은 거지. (……) 난 이제 시인으로서 기발한 뭔가를 찾아서 그걸 쉬운 말로 표현할 거야. 쉽고 흔한 말이 있을 것 같아? 난 있다고 생각해, 짐이 말했다. ---「짐」 중에서

어찌할까? 자기가 사랑하는 도시를 방황하면서 낯설고도 익숙한 그 도시에 경탄하고 그것을 가여워하며 변호사는 생각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남아서 정의의 챔피언이 될까 아니면 팜파스로 돌아갈까. 팜파스에 대해선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돌아가서 뭔가 쓸 만한 일을 해볼까, 글쎄, 토끼로 뭘 하지, 사람들과 뭘 하지, 불평 없이 날 받아 주고 또 날 참아 주는 그 가여운 사람들과 말이야. 도시의 그림자들은 그에게 어떤 해답도 주지 않았다. 너희 그림자들은 늘 그렇게 말이 없구나, 페레다는 한탄했다. --- 「참을 수 없는 가우초」 중에서

이내 그녀가 말했다, 아마 죽음에 이를 때까지 버려두거나 혹은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을 목격하고 싶었겠지. 긴 침묵 끝에 이렇게 덧붙였다, 그가 미쳤다는 것과 그 일이 엽기적인 사건이라는 걸 기억해 두세요. 쥐는 쥐를 죽이지 않아요.
나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는지 모르겠다. 잠들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내 내 어깨에 서장의 발톱이 느껴졌다. 자기를 따르라고 했다. 우리는 말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예상대로 시체 공시소에 있던 엑토르의 시체는 사라지고 없었다.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포식자의 배 속에 있길 바라네, 서장이 말했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누구한테든 엑토르 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철저히 금지됐다. 사건은 종결됐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사건을 잊고 일하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경찰 쥐」 중에서

랭보는 이에 대해 분명 아는 바가 있었습니다. 그는 로트레아몽 같은 열정으로 책과 섹스와 여행에 침잠해 들어갑니다. 다이아몬드 같은 불빛을 들고 글을 쓴다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찾아내고 이해하려고 말입니다(글쓰기는 당연히 글을 읽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그것은 때로 여행과 아주 비슷하고 그 여행은 경우에 따라 특권적이기도 하죠. 또한 글쓰기는 섹스와도 같습니다. 랭보에 따르면, 그 모든 게 신기루 같지요. 거기엔 오직 사막만 있을 뿐이며 우리를 비열하게 만드는 오아시스의 머나먼 빛이 가끔 보일 따름입니다). 이제 말라르메가 등장합니다. 그 모든 위대한 시인들보다 순진하지 않았던 그는 우리에게 여행을 하라고, 다시 여행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는 의심하게 되지요. (……) 내 생각에 그 대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말라르메는 여행과 여행자의 운명이 어떤지 알면서도 그 여행을 다시 시작하고자 합니다. 다시 말해, 『이지튀르』의 저자는 우리의 행위만 병든 게 아니라 언어 또한 병들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치료를 위해 해독제나 약을 찾을 때, 새로운 것, 오직 미지의 곳에서 발견되는 그것을 찾으려면 섹스와 책과 여행을 탐험해야 합니다. 비록 이것들이 우리를 심연으로 이끌지라도 말입니다. 어쩌면 그 심연이 해독제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일지도 모릅니다. ---「문학+병=병」 중에서

글래머들의 쇄도에 맞서 세르히오 피톨, 페르난도 바예호, 리카르도 피글리아가 뭘 할 수 있을까요? 별로 없지요. 문학밖에는. 하지만 문학은 순전히 생존을 위한 것 이상의 찬란한 뭔가를 얻지 못하면 쓸데없는 짓입니다. 문학은, 특히 라틴 아메리카에선 ─ 스페인도 마찬가지인 것 같지만 ─ 분명 사회적으로 성공해야 의미가 있죠. 다시 말해, 엄청난 인쇄 부수에 서른 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고(스무 개 언어 정도는 알겠지만 스물다섯 개가 넘어가면 힘들 것 같네요. 그건 스물여섯 번째 언어가 없어서가 아니라, 에바 루나의 마술적 사실주의 아바타들에 감동할 미얀마의 독자들과 출판 산업이 상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에 집이 있고 대단한 인물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것입니다(그러면 아스나르 총리가 세르누다를 유창하게 읽듯 빌 클린턴이 『허 클 베 리 핀 의 모험』의 한 구절을 통째로 외워서 낭송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테죠).
---「크툴루 신화」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불쇼를 지켜보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
농장에 내려가 쓸모없는 가우초들을 고용한 전직 변호사,
사회에 억눌린 인간의 모습과 너무도 닮은 경찰 쥐,
자신의 작품을 표절한 자를 최고의 독자로 여기게 되는 작가,
수도복을 입은 살인자와 수도사가 되려는 한 소년의 이야기.
그리고 죽어 가는 작가가 남기는 질병과 죽음에 대한 성찰과
스페인어권 작가들을 향한 쓰디쓴 독설.
5편의 소설과 2편의 에세이로 남긴
볼라뇨의 문학적 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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