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대 독일어과를 졸업하였으며, 독어책의 전문 리뷰를 통한 경력으로 인해 인문, 실용, 동화책 등 다양한 여러 분야에서의 번역이 가능하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주)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진주색 물감》, 《180일의 엘불리》, 《알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똑똑한 심리학》 등 다수가 있다.
율리아는 비닐을 뜯고 그 안에 든 봉투를 열었다. ‘꽃이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유감이고요.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은 꼭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며, 죄를 속죄되지 않은 채 남겨둘 수는 없습니다.’ “여기요, 이 꽃 반장님 드릴 게요. 저는 아무 데도 필요가 없네요. 사무실에 이런 걸 두기도 싫고요.” “나한테 백합 열두 송이를 주겠다고?” --- p.54
그는 전화를 끊은 뒤 여전히 심문 중인 페터와 작별인사를 하고 나딘 노이하우스에게로 향했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남편의 사망소식을 알릴 생각을 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이게 기뻐할 일인지, 이 일로 그에게 다시 희망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그녀와는 각자의 길을 가게 될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시체 옆의 쪽지와 이마의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범인이 그런 잔인한 의식을 벌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자문했다. --- p.134
그중 한 장을 봉투에 넣은 뒤 그 위에 율리아 뒤랑의 이름을 적었다. 책상 위의 것들을 다시 서랍 속에 집어넣은 그는 거실로 갔고, 벽난로 앞 안락의자에 앉아있던 아내는 그를 보고는 엷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아내의 입술을, 목소리를, 그리고 오래전부터 더는 들을 수 없었던 웃음소리를 사랑했다. 그는 아내를 사랑했고, 아무도 그만큼 그녀를 사랑할 수는 없을 터였다. (중략) 하지만 이제 결코 그 사랑에 대한 응답을 받을 수 없으리란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코냑을 다 마신 그는 또 한 잔을 따라놓고 술기운이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외로운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