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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세트

이중섭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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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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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1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694쪽 | 800g | 130*194*5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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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은 다 꾸려두었다. 내일 오전 10시에 일본으로 가는 송환선을 타야 했다. 오늘 이 자리가 그들 가족의 마지막 만찬인 셈이었다. 오징어 두 마리에 명성소주 한 병, 두 아들의 입 안에서 녹아버린 초콜릿 두 개만으로도 그들의 가슴은 그득하게 차올랐다. 꼬챙이처럼 마른 남덕이, 거미발처럼 앙상한 아이들의 모습이 눈꺼풀에 껴 서걱거렸다. 못난 내가, 그가 무너져 내렸다 --- 1권 p.251

파란 바다와 게와 아이들의 도란거리는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렸다. 목소리는 가까이에서 다시 멀리 바람에 흔들거리는 누런 커튼 자락처럼 오르락거렸다. 삶을 연명했던 그의 톱니바퀴는 이제 정지해버렸다. 여기 적십자병원 철제 침대 한 구석 누런 포렴으로 가려진 채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누굴 원망할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었다.
--- 2권 p.290

그 혼돈의 와중에, 1.4 후퇴라는 쑤군거림이 원산바닥을 들쑤셨을 때 어머니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난 살 만큼 살았어. 내가 기르던 닭 강아지 새나 나무 화초들을 두고 갈 수는 없구나. 그뿐이겠니? 이 어린 식솔을 데리고 어디 가서 구걸하면서 살겠느냐. 그냥 앉은 자리에서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을 수 있다면 이 어미의 노복이라 생각한다. 둥섭아, 네가 미술 없이 살 수 있다면 가지 말고, 미술 없이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면 지금이라도 내려가거라. 그게 제 각각의 팔자라는 거다.”
어머니! 저 너머에 다른 세상이 있다면 만날 수 있을지요? 고개를 흔들었지만 기운이 쇠한 그의 목은 움직이지 않았다.
--- 2권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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