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10월 06일 |
---|---|
쪽수, 무게, 크기 | 448쪽 | 560g | 140*210*30mm |
ISBN13 | 9791164051816 |
ISBN10 | 1164051814 |
발행일 | 2022년 10월 06일 |
---|---|
쪽수, 무게, 크기 | 448쪽 | 560g | 140*210*30mm |
ISBN13 | 9791164051816 |
ISBN10 | 1164051814 |
생텍스의 보아뱀 작은갈색박쥐 밭쥐숲 검은 개 두 마리 비의 여우 춤추는 파리 춤추는 여우 팬서크리크의 새끼 사슴 리버캐빈스에서의 마지막 날 파충류 고장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프랑켄슈타인 씨 끝없는 재밋거리 초원종다리 점박이 여우 말코손바닥사슴과 오소리 코끼리 고래와 북극곰 까치 점박이올빼미 연잎성게 회갈색과 황갈색의 들판 감사의 말 |
"저의 가장 친한 친구는 야생 붉은여우예요"(399)
이 책의 저자 캐서린 레이븐은 야생 붉은여우가 가장 친한 친구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유일한' 친구가 여우라는 말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순간 야생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모비딕을 읽었지만 - 그래픽노블까지 읽었지만 완역본을 아직 읽어보지 않아 그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핑계를 대 보며, 저자의 글을 다시 인용해보자면 소설 모비딕에서의 화자 이슈메일(이름의 번역이 조금 다르지만)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로 나누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하는데 이 말을 되새기며 세상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단순히 야생 여우와 생태학자가 우연히 만남과 교류(?)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티비에서 닫힌 문을 열고 집안에까지 들어와 냉장고까지 뒤지고 나가는 곰의 모습을 봤는데 그냥 야생곰이 아니라 그 집의 주인인 환경보호자와 오랜 시간 친분을 쌓은 곰이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어쩌면 야생 여우와의 흥미로운 일상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을까 라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만남은 그렇게 우연이었겠지만 어린왕자가 만난 여우처럼 늘 같은 시간에 찾아와주는 의미있는 친구는 아니지만 저자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여우가 된 것은 확실하다.
레인저로 활동하며 사냥도 하는 모습이 낯설어보이기도 하고 야생동물의 사냥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어색하기도 하지만 이유없는 학살과 게임처럼 놀이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굳이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글을 읽다보면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이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가볍게 이야기하자면 이 이야기는 야생의 숲에서 지내는 야생 동물의 모습과 그에 연장선상에 있는 인간의 삶의 공존이 어떻게 이루어지게 될까,를 고민해보게 되는 이야기이다. 우연찮게 비슷한 시기에 읽기 시작한 '어쩌다 숲'이라는 책의 내용은 조금 더 인간의 세상을 중심으로 도시화된 공간에서의 동물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의 일상은 조금 더 후자에 가깝겠지만 우리나라 역시 산 속 깊은 숲에 사는 야생동물의 생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우연한 야생동물과의 만남, 혹은 야생동물과 가까워지기 위한 장난의 기술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깊은 숲속,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먼 곳에서 새까만 새끼 여우 한 마리가 해먹 모양 가지에 등을 긁고 다리를 꼬고 웃음을 터뜨려 숲의 모든 새끼들을 웃게 한다. 과학자가 소리를 듣는다. 바람소리겠지. 그는 공책에 중요한 숫자를 몇 개 적는다. 그는 마음의 장난에 휘말리지 않는다.
애석한 일이다. 인간의 정신이 습득한 모든 기술 중에서 장난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기술이니까."325)
자연과 어우러져 살고, 자연과 소통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읽으며 머리 아픈 자본주의 현대사회에서 벗어나 보고자 책장을 펼쳤다.
정말 오랜만에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나와 전혀 다른 환경을 눈 앞에 그려 펼쳐내고 그들이 내는 소리도 상상 속에서 들어보려고 계속 노력했다.
날짐승, 들짐승, 땅짐승, 곤충들 그리고 식물도감에 이름을 올린 식물들과 제거되어야 하는 '잡초'라 불리는 식물까지 모두 다 존재의 이유가 있기에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바라보는 생물학자의 관찰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지구는 우리 인간의 것이 아닌데, 인간 외의 종에는 야박하게 곁을 내주지 않고 하등으로 업신여기지 않았던가. 다르면 다른대로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면 좋았을 것을...그동안 나도 참 이기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박한 삶이 힘들어 사고를 전환하고 싶은 사람, 동/식물과 어우러진 자연인의 삶을 간접 체험해 보고 싶은 사람, 느긋하게 자연을 느끼고 싶은 사람, 자연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싶은 사람, 자연 그대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싶은 사람 등
삶에 지친 도시인이 읽으면 참 좋겠다 싶은 책이다.
작가의 자세한 묘사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생소한 환경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고 그 상황을 최대한 느낄 수 있어서 한자한자 눈으로 꾹꾹 눌러 읽게 되는 따뜻한 감성의 책이다.
어느 날 문득 눈을 떠보니 저는 울창한 숲 길에 서있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주변을 살필 겨를이 없을 정도로 앞만 보고 달렸었지요.
정신없던 모든 순간들이 일시 정지 되었을 때 저는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내 앞에 보이는 두 갈래의 길에서 한번도 선택하지 않았던 그 길로 말이죠.
그리고 거기서 저는 다른 세계를 만났습니다.
[여우와 나]를 읽다 보면 숲 길에 서있던 제가 떠오릅니다.
생물학 학자이자 저자인 캐서린 레이븐 또한 어린 시절 부모의 학대로부터 도망치듯
대학에 입학하였지만 그조차 쉽지 않아 국립 공원 관리인이 되어 황무지를 떠돌아다녔다고 합니다.
생의 버팀이 힘들 때마다 자연의 강인한 생명력이 그녀를 일으켜 세웠고 결국 로키 산맥의
황무지에 조그마한 오두막을 짓고 살아가게 된 그녀 앞에 어느 날 여우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매일 오후 같은 시간에 그녀의 오두막에 나타나 가만히 엎드려 지켜보는 여우를 향해
그녀는 생텍쥐베리의 작품 <어린 왕자>를 함께 읽기로 결심합니다.
오랫동안 내 삶은 스컹크의 꼬리였다.
물음표였다는 뜻이다.
이곳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지금,
문제는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이제껏 그러지 않았는가다.
나의 대답은, 말하기 부끄럽지만 여우와 관계가 있었다.
<생텍스의 보아뱀> 中에서
어느 날 야생 동물 수업의 한 수강생이 저자의 여우를 알아본 뒤
저자는 여우와 자신의 만남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야생의 동물에게 인격을 부여하는 것은 과학자로서 불가능한 일이지만 저자는 어느새
여우의 방문을 기다리고 여우와 교감을 나누며 길들여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그러는 동안에도 자연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생태계의 경이로운 생명력을 관찰합니다.
저자는 밭쥐들이 씨앗을 이리저리 옮기며 잡초 무더기를 키워내는 것을 참아내고
까치와 달걀을 나눠 먹으며 그들이 세대를 이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죠.
그녀에게 자연을 바라보는 행동은 생의 치유이자 삶의 쉼표가 아니었을까요?
나는 인간이 지배하는 세상의 장면, 소리, 냄새에 과다 노출된 채
집에 돌아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날갯짓 소리를 듣고 사향 냄새를
맡는 데 집중하는 일이었다. 무례하게 보일까봐 걱정하지 않고서
구름을 다시 쳐다보고 싶었다. 그래서 감각을 재배치하여
어떤 자극은 배경으로 밀어내고 어떤 자극은 앞으로 끌어당김으로써
나의 신호 대 잡음비를 재조정했다.
<파충류 고장> 中에서
그녀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생텍쥐베리와 소로가 자꾸만 떠오릅니다.
생텍쥐베리에게는 사막의 모래와 바람 그리고 어린 왕자가 있었고
소로에게는 숲과 연못 그리고 자유가 있었으며
저자에게는 황무지와 밭쥐 그리고 여우가 있었을 따름입니다.
그리고 그들 세 사람 모두에게는 광활한 자연이 펼쳐져 있었지요.
때로 멜빌의 <모비딕>이 등장하여 황무지의 하늘을 가로지는 고래를 상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모비딕]을 미친 선장에 대한 소설로 여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 소설은 자연과 야생동물을 사랑하고
아메리카들소의 멸종을 애달파하는 외톨이의 일기다.
그는 천성(그리고 아마도 자라온 환경) 때문에 자신에게 부여된
테두리 바깥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인물이다.
<고래와 북극곰> 中에서
가끔은 저자가 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아마도 그녀는 여우가 있기에 전혀 외롭지 않겠다는 부러움도 생깁니다.
제게도 어디선가 이런 다정한 여우가 다가와 준다면 참 좋겠습니다.
숲속이라고 하지만 그곳은 사람들의 발길로 다져진 길이 나있었습니다.
그 길을 따라 양 옆에는 나무가 우거지고 이름 모를 들풀들이 웃자라 있었지요.
갓 봄을 맞이한 그 숲 길은 여린 잎사귀들로 살랑거렸고 작은 들꽃들이 피어있었습니다.
그렇게 다정한 환영을 받아본 것은 난생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그 길 끝은 다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게 될 테지만 적어도 길이 끝날 때까지는
저는 자연과 함께 친구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여우와 나]의 저자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부모로부터 받은 학대의 상처를 황무지에 사는 다정한 존재들이 치유해주었고
작은 여우의 방문이 삶의 즐거움이 되어준 것처럼요.
한없이 다정한 야생에 관한 이야기 [여우와 나]를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