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코의 시크릿 레시피-바냐 카우다
일본에서도 스포츠 가족으로 알려져 있는 사토코네. 그녀는 언제나 가족 식사에 많은 신경을 쓴다. 영양사 전문 자격증까지 보유할 정도로,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의 체력을 생각하며 식생활을 컨트롤하는 데 능숙한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나에게 제일 처음 추천해준 시크릿 채소 요리는, ‘바냐 카우다(Bagna Cauda)와 생 채소’였다.
본디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지방 사람들이 즐겨 먹던 바냐 카우다는 이탈리아어로 ‘따뜻한 소스’란 의미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퐁듀와 비슷한 느낌인데, 신선한 생 채소를 먹기 좋게 썰어 따뜻한 바냐 카우다 소스에 찍어 먹는 요리이다.
한국인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 ‘바냐 카우다’는 일본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어디를 가도 먹을 수 있는 아주 보편화된 채소 요리로, 최근 가정에서 직접 바냐 카우다를 만들어 먹는 일본인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우유와 생크림, 마늘과 앤초비 등을 믹서에 넣고 갈아서 만드는 바냐 카우다는 퐁듀 그릇에 담아 불을 지펴가며 찍어 먹는 따뜻한 소스이다.
오이, 파프리카, 생 무, 당근, 배추, 적배추, 토마토 등의 생 채소를 먹기 좋게 잘라서 바냐 카우다에 찍어 먹는다. 그 맛은 정말 일품인데,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처녀 때부터 이탈리아 요리를 좋아했어요. 집에서 이탈리아 파스타를 만드는 등 이탈리아 건강식 요리를 좋아했거든요. 남편과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채소를 많이 먹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바냐 카우다 소스를 생각하게 됐어요. 사실 일본에서는 요리를 할 때 마늘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요. 냄새에 유독 예민한 일본인은 마늘의 효능이 좋다는 걸 알면서도 피하는 경향이 있죠. 바냐 카우다에도 마늘이 들어가는데, 냄새가 별로 안 나고 먹기가 편해요. 만드는 방법도 참 간단하고요. 손님들이 집에 놀러오면 애피타이저로 바냐 카우다를 준비해요. 생 채소를 스틱 모양으로 예쁘게 잘라주고 바냐 카우다 소스에 불을 지펴주면, 인기 만점이거든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파티 기분이 난다고 해야 할까요”
미치루의 시크릿 레시피-디톡스 효소 시럽
고조된 목소리의 그녀를 보니, 분명 채소를 좋아하는 사람이 틀림없다. 낙찰! 난 그녀에게 추가 질문을 덧붙였다. 혹시 그녀만의 비밀스런 채소 레시피를 가지고 있느냐고….
“디톡스 효소 시럽이요.”
그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답을 했다.
유행에 발 빠른 그녀는 채소의 유행에도 민감한 모양이다. 디톡스 효소 시럽은 미국에서 시작돼 1~2년 전부터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는데, 아직 상당수의 일본인들도 생소해하는 채소 섭취법 중 하나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디톡스 효소 시럽’을 설명하자면, 채소와 과일에 들어 있는 천연 효소를 발효시킨 것을 말한다. 마치 김치랑 비슷한 원리로, 채소나 과일도 발효를 시키면 몸에 더 좋다는 이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때문에 면역성 수치가 낮거나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디톡스 효소 시럽’이 아주 좋다고 알려져 있다.
“성인남녀가 하루에 필요한 채소양이 350g이잖아요. 말이 쉽지, 350g의 채소를 생으로 매일 먹는 건 쉽지 않아요. 두 손 위에 올려도 가득 찰 정도의 양이거든요. 돈도 많이 들 뿐 아니라 먹는 것 자체가 곤혹스러울 수 있잖아요. 매일 350g의 채소를 먹으라고 하면 저도 감당할 자신이 없거든요. 그걸 고민하던 찰나에 디톡스 효소 시럽을 알게 됐어요. 한 번 만들어 놓으면 냉장고에 넣어두고 1년 365일 언제든 먹을 수 있는데다 채소의 영양분이 농축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만 먹어도 건강을 챙길 수 있어요. 물론 처음 만들 땐 엄청난 양의 채소가 필요한 건 맞아요. 채소도 1kg 정도 준비해야 하고, 설탕도 1.1kg이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오래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해요.”
노리코의 시크릿 레시피-교토풍 채소 요리
난 노리코에게 일본의 전통 식문화와 교야사이(京野菜, 교토 채소)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일본에서도 교토의 채소들은 ‘교야사이’란 명칭이 붙을 정도로 맛있기로 유명하다. 분지 지형에 속하는 교토는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데다 일교차가 심하기 때문에 채소의 빛깔이 선명하고 단맛이 강하다. 교토를 여행하다 보면, 채소요리 전문점이 종종 눈에 띄는 것도 그 때문이다.
노리코에게 어떤 채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그녀를 만나러 갔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교토풍 채소 요리를 한 상 가득 준비해놓고 나를 환하게 맞이하고 있었다. 아리가또, 노리코짱.
테이블 위에는 여름채소의 차가운 모둠요리(夏野菜の冷やし炊き合わせ, 따로따로 조리한 채소를 차가운 국물과 함께 한 그릇에 담는 요리)와 연근 명란 무침, 호두 된장 야키 오니기리(クルミみそおにぎり, 호두와 된장 소스의 구운 주먹밥) 등이 놓여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교토 사람들은 ‘치산치쇼(地産地消)’라고 해서 채소를 자급자족해 먹는 걸 중시했어요. 교토란 도시는 바다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해산물보다 각종 채소로 영양을 보충해왔죠. 교토에 가면 쓰케모노(채소 절임) 가게가 많죠 그 이유도요, 교토는 여름이 무척 덥기 때문에 소금을 섭취하지 않으면 더위를 버틸 수가 없어요. 채소도 쉽게 상해버리고요. 그래서 쓰케모노가 발달하게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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