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이름: 임○○(남, 기혼) ㆍ나이: 46세 ㆍ직업: 무직 ㆍ학력: 고졸
ㆍ도박 종류 및 경력: 경마, 불법 하우스 도박, 카지노 등 10년 이상
ㆍ주요 문제: 가족 문제, 폭력, 도박 절제력 상실, 법적 문제
도박중독자는 도박을 하기 위해 도저히 손을 대서는 안 되는 돈에까지 손을 뻗치게 된다. 가족 생활비, 금융권 대출금 등은 기본이고 회삿돈 횡령, 불법 대출, 인터넷 불법 물품판매 사기 등 가족의 기본 생활경비는 물론 불법적 행위까지 가리지 않고 게임머니를 만든다.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것은 당장 돈을 손에 넣어 도박을 할 수 있다는 욕망으로 눈이 먼 이유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가족이나 기타 관계자들이 자신의 불법 행위를 막아줄 것이라는 잔머리 계책이 숨어 있다.
이 내담자는 직장생활도 하지 않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아내에게 늘 돈을 요구하고 돈을 주지 않으면 폭력적 언행으로 자녀들을 위협하는 등 매우 심각한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사람이었다. 평소 주위 아는 사람들에게 아내의 이름으로 돈을 빌리고 아내가 돈을 갚아주지 않으면 술을 마시고 들어와 행패를 부리는 등 동네에서도‘개고기’라고 소문이 난 사람이었다. 그는 경마, 성인오락실, 카지노 등을 들락거리면서 아내가 애써 번돈을 탕진하고 가족에게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사람이었다. 아내는 주위 사람들과 친인척 등이 이혼하고 혼자 사는 것이 어떠냐고 충고했지만 말없이 도박중독자 남편과 생활하고 있었다. 아내는 3년 동안 그런 남편의 행동을 말없이 지켜봤으며 잔소리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여느 때처럼 술에 취해 들어와 또다시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조용히 듣고 있던 아내는 “이제 정말 죽을 때가 된 것 같다. 같이 죽자”라고 하면서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남편을 깔
고 앉아서 식칼로 찌르려고 했다. 남편은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던 아내가 정말 죽자고 달려들자 살려달라고 하면서 무엇이든 아내가 하라는 대로 하겠다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아내는 자신이 자궁경부암에 걸렸고, 다음 달에 수술 예약이 되어 있다면서 자신이 죽기 전에 남편이 도박을 끊고 자녀들과 좋은 모습으로 사는 것을 보고 싶다며 눈물로 간청했다. 도박중독자인 남편도 눈물을 흘리면서 정말 자신이 잘못했고, 이제는 새로운 삶을 살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아내와 함께 상담실을 찾은 남편은 호남형에 마른 체격이었으며, 말도 청산유수처럼 잘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날 이후 부부가 함께 치유 과정에 참석하면서 부부관계도 개선되었고, 자녀들도 불안감이 없어지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갔다. 내담자는 상담사와의 약속도 잘 지켰으며, 가정에서는 헌신적인 가장이 되었다. 식사는 물론 청소와 빨래까지 하면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멋진 가장이 되어갔다. 술은 입에 대지도 않았고, 가정에 충실한 내담자를 보고 주위 사람들도 사람이 변했다면서 칭찬했고 아내의 친정에서도 새로운 삶을 사는 사위를 보면서 안심하게 되었다.
어느덧 아내의 수술 날이 되었고 수술도 잘 끝나 회복 과정에 있을 때 남편은 병원에서 아내의 병수발을 하면서 가정까지 잘 꾸려나갔다. 일주일간의 회복기가 지나 아내의 퇴원일이 되었다. 부부의 양쪽 집안에서는 다시 새로운 생활을 하는 부부를 좋게 보았으며, 양쪽 집 모두 아내의 수술비에 보태라며 금전적 지원을 해주었다. 내담자는 양쪽 집안에서 보탠 돈이 수술비의 몇 배나 되는 것을 알았고, 이 돈은 분명 힘든 생활을 배려해 양가에서 마음을 써준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남편은 정말 고마움을 느끼고 새로운 삶을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퇴원하는 날 남편은 병원비 등 거액의 돈을 손에 쥐게 되었다. 막상 돈이 손에 들어오자 도박의 충동은 이 도박중독자를 가만두지 않았다. 병원으로 향하던 그는 돈을 손에 쥐고 어느새 카지노 게임장으로 향하고 있었으며 그 돈을 모두 탕진하게 되었다. 다시 아내의 손에 이끌려 상담실을 찾은 내담자는 “돈을 손에 쥔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발길은 이미 카지노를 향하고 있었다. 이 돈이 어떤 돈인지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 머리와는 상관없이 내 몸은 도박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것이 죽음의 길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내게 통제력은 없었다”라고 하면서 안타까운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그 후 내담자는 경비직으로 직장을 잡았고, 열심히 치유 과정에 다니면서 치유와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는 하루 6천 원의 돈만 가지고 직장을 오갔다. 왕복 차비와 점심식사 비용만 가지고 다녔으며 돈은 모두 아내에게 관리를 맡기고 자신은 돈에서 멀어졌다. 술을 끊었고, 도박 충동이 올 때마다 아내와 함께 상담사를 찾았으며, 자조모임 등 치유과정에도 충실했다.
?이 사례는?
도박중독에 빠진 사람이 돈 앞에서 약한 존재가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어떠한 돈이든 상관없이 손에 잡히는 순간 그 돈은 게임머니로 탕진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내담자와 가족은 이러한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재정적 관리에 대한 분명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도박중독자는 재정을 관리할 능력을 상실한 사람이다. 세상 어떤 도박중독자도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치유와 회복을 위해 치유 과정에 참석하면서 새로운 생활을 하고 있을지라도 도박의 충동은 늘 잠재의식에 남아 있다.
?해법 찾기?
도박중독자에게 돈은 독약이다. 아무리 치유와 회복을 위한 치유 과정에 참석하면서 충실한 생활을 하고 있다 할지라도 돈에 대한 관리는 도박중독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돈 자체가 가지는 도박에의 유혹은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모든 도박중독자들이 상담 현장에서 “돈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은 백지 상태가 된다. 아무 생각도 없고 어느 순간 게임장에 가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라고 솔직하게 토로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돈에 대한 절제력 자체가 없는 도박중독자보다는 가족들 중 한 사람이 재정 관리를 맡는 것이 좋다.
--- 「아내의 수술비를 들고 게임장으로」